|
즉문즉설을 보면 다양한 질문들이 많습니다. 스님은 어떤 질문들이 더 나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불교적 관점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의식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나요? 알아차림과 자비심을 연습하는 데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나요?
인공지능에 대한 답변이 길어지다 보니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9시부터 연수원 대강당에서는 스님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200여 명의 대중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생방송을 마치고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9시 20분부터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2일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어제 하루 종일 토론한 결과를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제 토론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어쨌든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현재 정토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하도록 해보자고 모두가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토론 주제를 ‘활성화 방안’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그랬더니 현재 운영위원회를 맡고 있는 분들은 ‘그러면 우리는 활성화를 못 했다는 이야기냐?’ 하고 반론을 제기해서 썩 좋은 이름이 아닌 것 같네요. (웃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동안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이 좀 멈춰 있었는데 그걸 좀 높여보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여러분들이 제안한 의견이 ‘누구나 참여하는 예불과 기도를 아침저녁으로 법당에서 해보자’, ‘수행법회를 오프라인으로 해보자’, ‘수요일에 하는 수행법회를 일요일에도 열어보자’ 이렇게 일반인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즉 정진과 법회의 경우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정토회 회원만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전하는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오프라인으로 해보자는 제안이 많았습니다. 불교대학의 학사 기간을 좀 늘린다든지, 진행방식을 바꿔보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학사 기간을 늘리는 것은 전체 불교대학의 기준과 달라지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좋지 않으냐’ 하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진행 방식을 변경하는 문제도 ‘그동안 정토회가 온라인 공간에서 맞춤형 교육으로 상당히 진화해 왔는데, 이걸 다시 옛날의 집단 강의 방식으로 되돌리는 게 맞느냐’ 하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또 온라인은 장소의 제약 없이 무한히 확대해 나갈 수가 있는데, 오프라인 공간에서 맞춤형으로 수업을 하기에는 공간도 부족하고 진행 인력도 많이 투입이 되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진행하는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하더라도 공간 부족 문제를 극복하려면 요일별로 분산해서 불교대학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 외에 조용한 기도 공간이나 명상 공간을 마련해서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요. 대중을 위해 천도재를 잘 지내준다면 그것도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주말을 이용해서 직장인이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1박 2일 템플 스테이를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1일 출가, 3일 출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 보거나, 절에 살면서 회사에 출근하는 프로그램도 겸해보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가능하면 오프라인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식사는 제공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를 하기 위한 운영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을 해보겠습니다.”
스님은 1안, 2안, 3안을 제안하며 어느 쪽에 대중의 지지가 많은지 하나씩 확인하고, 새로운 방법이 있는지 제안도 받았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를 위한 TF팀을 구성한다면 누가 구성원이 되면 좋을지 추천을 받은 후 토론을 일단락 짓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경우 구체적인 진행 방식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 의견을 확인하며 큰 틀에서 대중의 여론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 방안이 사회 운동과 어떻게 결합을 하면 좋을지 몇 가지 제안을 하고 대중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 상황과 평화 운동,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 운동, 정토사회대학을 신설하여 새롭게 대중의 관심을 모아보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다만 스님은 이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한 말씀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법륜 스님이 참여해서 하는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법륜 스님이 직접 참여하면 시작할 때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할 때도 법륜 스님이 직접 가야 하는데 만약 못 가게 되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게 돼요.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는 부처님으로 인해 전법에 굉장히 도움이 됐지만 만약 부처님이 지금까지 계속 살아있었다면 전법이 부처님께서 활동하는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 세계로 퍼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처님이 살아계시면 다들 그분께 직접 가서 물어보려고 할 텐데, 부처님이 돌아가셨으니까 제자들이 법문을 외워서 얘기해도 말하는 사람에게 권위가 실리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프로그램화해서 확산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동일한 모델을 전 세계에 확산시킬 수가 있습니다.
정토회가 세계 전법을 하려면 앞으로는 법륜 스님이 빠진 프로그램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90퍼센트 이상은 제가 빠진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게 좋아요. 만약 어떤 주제는 아직 법문을 한 적 없어서 새로 촬영을 해야 하거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한 번만 법문을 하거나,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전부 프로그램화해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무한히 확산할 수가 있습니다. 가령 서울에서 프로그램화가 잘 되어 있으면 앞으로 지방에서도 프로그램만 가져가면 동일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예전에도 정토회가 법륜 스님이 직접 가지 않아도 법문 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법당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에 법륜 스님이 참석해야 하는 방식은 단기적 효과는 나는데 장기적으로는 확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의견에 따라서 하겠지만, 가능하면 이번부터는 법륜 스님이 빠진 프로그램으로 기획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눈 후 1박 2일간의 간담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다 함께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이틀 동안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느라 수고한 대중들을 격려하면서 조급한 마음과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수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간담회를 통해서 우리가 함께 내린 결론은 비록 몇 명의 대표자가 의견을 모은 것과 그 내용이 같다 하더라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직접 참여하여 우리의 뜻을 수렴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직접 뜻을 모아서 사업을 추진할 때 그 사업은 힘을 받게 됩니다.
지난 3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토회에는 늘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중들이 뜻을 모아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지나 놓고 보면 어려움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토회는 누군가로부터 좋은 기회를 받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지혜와 노력을 통해서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정토회는 약간의 정체 국면에 있습니다. 이번 위기는 우리가 좀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이번에 하고자 하는 작은 시도는 정토회가 세운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갑자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금방 떠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여러 관점에서 자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뇌는 서서히 반응을 시작합니다. 한 주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게 되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뇌는 그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망상이 자꾸 떠올라서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요인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자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상황을 개선할 여지가 많아지게 되기도 합니다.
조급한 마음과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수행입니다
우리는 이번 1박 2일 동안의 간담회를 통해서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우리들의 의지는 모아졌지만, 이 결론이 과연 지금 시대에 일반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지가 대중의 요구와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밀한 여론조사를 통해서 대중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내린 결론이 대중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면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양적인 결과로만 우리들의 시도를 평가하지 말고 우리들의 의지와 노력에 보다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면, 저는 이런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때를 잘 맞추면 빠른 시일 내에 효과가 날 것이고, 때를 잘 맞추지 못하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뿐입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중간에 포기하게 되고, 그 시간을 견뎌내면 때가 왔을 때 우리의 노력이 비로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될 것입니다.
때가 잘 맞으면 다행이지만, 때가 잘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때가 올 때까지 꾸준히 추진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조급하거나 욕심이 많으면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여 결국에는 실패하게 됩니다. 조급한 마음과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의 측면에서 보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실패는 없습니다. ‘실패했다’ 이런 말은 수행에서는 없습니다.
1박 2일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토회 각 부서를 대표하거나 각 지회와 지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선출되고 나서 한 번도 이렇게 개인적으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는데, 오늘 처음 한 자리에 모이게 됐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도반들의 뜨거운 열기가 여러분들 각자의 마음에 큰 에너지가 되어 남은 1년도 힘차게 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법문을 마치고 스님의 즉석 제안으로 지부별로 앞으로 나와 한 사람씩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법문을 짧게 끝냈으니까 다 함께 모인 김에 서로 얼굴이라도 보고 가면 좋겠어요. 한 사람씩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200여 명의 대중이 모두 차례대로 나와 자신이 맡은 소임과 이름을 이야기했습니다. 소개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지부별로 스님과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간담회를 마친 후 다 함께 연수원 본관 계단 앞에 서서 전체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 조심히 가세요. 저는 오늘 부탄으로 출국해야 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스님은 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문경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주말에 가을 단풍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차량들이 고속도로에 몰리는 바람에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혹시 비행기 시간을 놓치게 될까 봐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를 타고 이동하여 무사히 수도권에 진입했습니다.
인천대교를 지나 저녁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한 후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저녁 8시 35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6시간 10분을 이동하여 새벽 2시 45분, 현지 시간으로는 밤 12시 45분에 방콕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방콕 공항을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부탄 시간으로 아침 7시 15분에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한 후 곧바로 차를 타고 11시간을 이동하여 납지 마을에서 숙박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