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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魯肅)과 조조(曹操)의 세상(世上)을 보는 눈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가? -
노숙(魯肅) 강하(江夏)에 주유(周瑜)의 군영(軍營)으로 돌아와 유비(劉備) 군영(軍營)을 다녀온 사실(事實)을 보고(報告)하자 주유(周瑜)가 말한다.
"공명(孔明)은 정말 대단한 자요. 내가 조조(曹操)를 놔준 것은 놈을 유비(劉備)의 진영(陣營)으로 보내 그들로 하여금 그를 죽이게 함으로써 장차(將次) 조조(曹操)의 남은 세력(勢力)이 유비(劉備)를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로 여겨 주공(主公)의 입지(立志)를 다지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 예전에 조조(曹操)의 은혜(恩惠)를 입었던 관우(關羽)에게 화용도(華容道)를 맡겨 그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機會)를 제공(提供)하다니..." 주유(周瑜)는 고개조차 흔들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魯肅)이,
"공명(孔明)이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데 어느 누가 당(當)해낼 수가 있겠소." 하고 자신(自身)이 손쓸 수 없었던 일이었음을 스스로 인정(認定)하였다.
그러자 손권(孫權)이 말한다.
"제갈량(諸葛亮)이 의도적(意圖的)으로 그런 것 같소."
"의도적(意圖的)일 뿐 아니라 관우(關羽)가 조조(曹操)에게 베푼 은혜(恩惠)로 조조가 유비(劉備)에게 빚을 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조조(曹操)의 최대(最大)의 적(敵)은 우리가 되어버린 겁니다." 주유(周瑜)가 손권(孫權)의 처지(處地)를 염려(念慮)하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魯肅)은,
"아니오. 조조(曹操)는 우리가 살려주지 않았어도 여전히 우리를 최대(最大)의 적(敵)으로 삼았을 겁니다. 현재(現在)의 유비(劉備) 세력(勢力)은 강동(江東)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그 말을 듣고 주유(周瑜)가 노숙(魯肅)을 똑바로 쳐다보며 따지듯이 입을 연다.
"자경(子敬 : 노숙의 字), 이 사실(事實)은 꼭 집고 넘어가야겠소. 유비(劉備)가 자결(自決)을 하겠다고 했으면 그냥 놔 둘 일이지 왜 말렸단 말이오? 눈치 못 채셨소?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말려 달라고 당신(當身) 앞에서 연극(演劇)을 한 게 아니오? 조조(曹操)를 놔 준 죄과(罪過)를 떨치려고 말이오? 당신이 마음이 약(弱)했던 거요..." 주유(周瑜)는 노숙(魯肅)에게 손가락질까지 해 보이며 말하였다.
그러나 노숙(魯肅)은 미소(微笑)를 지으며 대답(對答)한다.
"공근(公瑾 : 주유의 字)! 나도 연극(演劇)인 줄 알았소."
"그럼 왜 말렸던 거요?"
"하!... 연극(演劇)을 하려면 관객(觀客)이 있어야 하질 않겠소? 내가 마음은 약(弱)하지만 그렇게 어리석진 않소. 하나 때로는 어리석은 척을 해야 하는 관객(觀客)의 역할(役割)을 해야 하는 때도 있소. 이번 일이 바로 그때였소."
"응? 왜죠?" 이번에는 손권(孫權)이 노숙의(魯肅) 말에 더욱 궁금증을 냈다.
그러자 지금까지 주유(周瑜)를 마주 보고 말하던 노숙(魯肅)이 손권(孫權)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주공(主公), 조조(曹操)가 비록 적벽(赤壁)에서 패(敗)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네 개 주(州)와 수십(數十) 개의 성(城)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며 북방(北方)의 군사(軍士)들은 물론 전답(田畓)과 백성(百姓)들 또한 여전(如前)히 건재(健在)한 상태(狀態)입니다. 천하(天下)의 대세(大勢)만 보더라도 조조(曹操)는 여전(如前)히 우리의 최대(最大)의 강적(強敵)이고 그에 비해서 각 지역(各地域)의 제후(諸侯)들은 약세(弱勢)에 있는지라, 우리 동오(東吳)는 유비(劉備)가 잘려 나가더라도 조조(曹操)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해서, 그쪽을 살려두는 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자, 승리(勝利) 를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주공(主公)! 앞으로 한동안은 부득이(不得已) 유비(劉備)와 손을 잡고 조조(曹操)에 맞서야 합니다. 때문에 관우(關羽)가 조조(曹操)에게 은혜(恩惠)를 베풀었듯이 우리도 그들에게 은혜(恩惠)를 베풀어야 합니다."
"흠, 말씀이 과(過)하시오." 주유(周瑜)는 어디까지나 불만(不滿)이었다.
그리고 자세(姿勢)를 고치며,
"적벽(赤壁) 싸움은 우리 군(軍)이 주도(主導)했고, 유비군(劉備軍)은 이만(二萬)뿐이었는데 어찌 우리와 비교(比較)한 단 말이오?"
이에 노숙(魯肅)은
"그렇소, 유비군(劉備軍)이 적기는 했지만 유비(劉備)는 특별(特別)한 사람이오. 그는 천자(天子)의 황숙(皇叔)이며 큰 뜻을 품은 한실(漢室)의 적자(嫡子)요. 수년(數年) 전(前) 조조가 매화(梅花)나무 아래서 유비(劉備)와 함께 천하(天下)의 대세(大勢)를 논(論)할 때에 조조(曹操)는 십만(十萬)이 넘는 병사(兵士)를 가졌지만 유비(劉備)는 소수(少數) 의 병사(兵士)만을 가지고 조조(曹操)에게 의탁(依託해 있었소. 그때 조조(曹操)가 천하(天下)의 영웅론(英雄論)을 말하며 천하의 영웅(英雄)은 자신(自身)과 유비(劉備)뿐이라고 하였소. 주공(主公)! 주공께서 훗날 중원(中原)을 도모(圖謀)하고 위엄(威嚴)을 이루시려면 반드시 조조(曹操)를 멸(滅)해야 하며 그 전제 조건(前提條件)은 유비(劉備)와 연합(聯合)을 지속(持續)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只今) 유비(劉備)를 죽여서는 안되며 오히려 위기(危機)에 순간(瞬間)에 도와야만 합니다. 유비(劉備)의 세력(勢力)이 크면 클수록 조조(曹操)를 견제(牽制)하기가 쉽고 유비(劉備)를 이용(利用)해야만 우리 강동(江東)도 입지(立地)를 다질 수 있습니다." 노숙(魯肅)의 말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이어졌다.
그러나 주유(周瑜)는 불만(不滿)스러운 어조(語調)로 말한다.
"자경(子敬), 한 마디만 하겠소. 당신(當身)이 공명(孔明)과 교분(交分)이 두텁다는 것은 알겠지만 당신은 강동(江東)의 녹(祿)을 먹는 주공(主公)의 신하(臣下)이니 다른 마음은 품지 마시오!" 주유(周瑜)는 이렇게 내뱉고는 자리를 떠나간다.
노숙(魯肅)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유(周瑜)를 만류(挽留)한다.
"공근(公瑾), 공근! 기다리시오!"
그러나 주유(周瑜)는 뒤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허허허 헛!..." 손권(孫權)의 웃음소리에 노숙(魯肅)이 뒤로 돌아서 손권(孫權)의 얼굴을 보았다.
손권(孫權)은 노숙(魯肅)과 눈이 마주치자,
"자경(子敬), 공근(公瑾)은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승리(勝利)한 뒤에 지위(地位)가 달라졌소. 말을 할 때에도 어투(語套)가 전(前) 과는 다르지 않소? 언짢게 생각하지 마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魯肅)이 얼굴에 미소(微笑)를 띠며,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자신(自身)의 주공(主公)인 손권(孫權)의 동의(同意)를 구(求)한다.
그러자 손권(孫權)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노숙(魯肅)이 말한다.
"주공(主公), 저는 공근(公瑾)과 십년(十年)이 넘는 지기(知己)입니다. 공근(公瑾)의 지략(智略)은 저보다 열배(十倍)는 뛰어나고 조금 전 공근(公瑾)이 화를 낸 것은 저 때문에 낸 것은 아니고 사실(事實) 제갈량(諸葛亮) 때문입니다. 주공(主公)! 이 넓은 땅과 끝없는 하늘이 지금 공근(公瑾) 눈에는 너무나도 작습니다. 두 명의 지략가(智略家)를 용납(容納)하지 못할 정도(程度)로요..."
"맞습니다. 자경(子敬)의 말씀은 두 사람을 꿰뚫어 보는 심안(心眼)이 담긴 말씀이오."
"하나, 공근(公瑾)이 수긍(首肯)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事實) 조금 전에 제가 한 말은 공근(公瑾)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음? 그럼 내가 들으라고 한 소리요?" 손권(孫權)이 미(微笑)소를 띠며 물었다.
그러자 노숙(魯肅)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손권(孫權)의 앞으로 달려나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며,
"주공(主公)! 삼십 년(三十年) 동안 손,유(孫劉)의 연합(聯合)을 지속(持續)해야 합니다. 아니면 곧 조조(曹操)에 병합(倂合)될 겁니다."하고 비장(悲壯)함이 담긴 어조로 말하였다.
손권(孫權)이 노숙(魯肅)의 말을 듣고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노숙(魯肅)을 행해 두 손을 올려 예(禮)를 표하며 고개를 숙여 비장한 어조(語調)로 대꾸한다.
"자경(子敬), 내 명심(銘心)하겠소."
한편,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화용도(華容道)를 거쳐 이십여 명의 부하들과 함께 간신히 목숨을 건져 남군 성(南郡城)에 들어온 조조(曹操)는 처참(悽慘)했던 적벽대전(赤壁大戰)의 후유증(後遺症)으로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상태(狀態)로 지친 몸을 침대(寢臺)에 기대어 마냥 쉬고만 있었다.
정욱(程昱)이 조조를 찾아뵈었다.
그러나 조조(曹操)는 그의 방 밖에서 아까부터 사내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기에 누워 눈을 감은 채로 정욱(程昱)에게 묻는다.
"누가 저렇게 우는가?"
"요 며칠 오림(烏林)에서 패잔병(敗殘兵)들이 귀환(歸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安堵感)으로 서로 얼굴만 보면 부둥켜안고 울고 있습니다." 정욱(程昱)이 침울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눈을 감은 채로 낮고 맥빠진 소리로 묻는다.
"오늘은 누가 돌아왔는가?..."
"허저(許楮)가 돌아왔습니다."
"허저(許楮)?..." 조조(曹操)는 허저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자 비로소 눈을 가늘게 떠 보였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허저(許楮)도 우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정욱(程昱)은,
"하!... 가장 슬피 우는 게 바로 허저(許楮)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러더니 조조(曹操)는 피곤(疲困)에 지친 몸을 천천히 일으켜 신발을 신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욱(程昱)이 놀라며,
"승상(丞相),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가봐야지..." 하고 대답하며 문(門)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정욱(程昱)이 한발 앞서나가며 조조(曹操)의 외투(外套)를 꺼내어 그의 등에 얹어주었다.
조조가 거처(居處)하며 휴식(休息) 중인 방(房) 앞에서는 허저(許楮)가 조인의 발치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만 울게 그만..." 조인(曺仁)은 허저(許楮)를 위로(慰勞)하고 있었다.
"삼천(三千) 철기(鐵騎) 중에나 하나만 살아남았습니다... 키잉! 흐흐흑!..." 허저(許楮)는 이렇게 뇌까리듯 말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나의 삼천(三千) 군사(軍士)가 다 죽었다는 말입니다!..." 하고 자책(自責)하며 오열(嗚咽)하였다.
이런 허저(許楮)를 내려다보며 조조(曹操)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장수(將帥)와 병사(兵士)들이 모두 일어서며 조조(曹操)를 향(向)해 예(禮)를 해 보였다.
"승상(丞相) 나오셨습니까?"
그러나 허저(許楮)는 조조가 나왔는데도 그대로 주저앉은 채 울고만 있었다.
발아래 울고 있는 허저(許楮)를 한번 힐끗 쳐다본 조조(曹操)는 입시(入侍)한 장졸(將卒)들을 한번 쳐다본 뒤에 울고 있는 허저(許楮)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허저(許楮)를 향하여,
"왜 울어? 당당(堂堂)한 장수(將帥)가 눈물은 흘리지 말아야지... 승패(勝敗)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야!" 하고 말했지만 허저(許楮)는 조조(曹操)의 위로(慰勞)에도 아랑곳이 계속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이봐, 허저(許楮)! 가서 군사(軍士)를 소집(召集)하는 북을 울려라." 하고 명하였다.
그러나 허저(許楮)는 꼼짝도 하지 아니하고 계속 흐느끼기만 하였다.
"내 말이 안 들리나?" 하고 조조(曹操)가 힐난(詰難)하듯이 말하자,
허저(許楮)는 울면서,
"승상(丞相), 제 삼천 군사가 전멸(全滅)했습니다. 흐흐흑!.. 면목(面目)이 없습니다. 저만 살아서 왔습니다. 정말 창피(猖披)하게도요. 흐흐흑!..." 하고 울면서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불현듯 허저(許楮)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며 자신의 앞으로 돌리면서 자기 앞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리고 허저(許楮)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아직 살아있질 않나! 자네가 살아 돌아와서 내가 얼마나 기분 좋은 줄 알아? 삼천(三千) 군사(軍士)가 뭐라고!... 삼만(三萬) 군사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전쟁(戰爭)이란 것을 모르나? 웃어 어서!" 조조(曹操)는 허저(許楮)의 가슴에 두 손을 대고 군령을 하달하듯이 말하였다.
그러면서 허저(許楮)를 똑바로 바라보니,
어느덧 허저(許楮)도 울음 반 웃음 반을 토해 내기 시작하였다.
"으흐흑, 흐흐..."
"흐흐 흐흐...." 조조(曹操) 허저(許楮)는 서로를 마주 보고 웃음인 듯 울음인 듯, 묘한 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조조(曹操)가 허저(許楮)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북을 울려서 군사(軍士)들을 소집(召集)해라." 그러나 허저는 조조의 얼굴을 빤히 쳐다만 볼 뿐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조조가 다시 말한다.
"내가 가서 울릴까?"
그러자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정욱(程昱)의 채근(採根)이 날아간다.
"허 장군(許將軍), 뭐 하시오? 어서 가지 않고?" 허저(許楮)는 정욱(程昱)과 조인(曹仁), 조홍(曺洪)의 채근(採根)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소집(召集)을 알리는 대고(大鼓) 앞에 서서, 북채를 움켜잡고 힘찬 방망이질을 해대었다.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허저(許楮)가 맹렬히 두드리는 대고(大鼓) 소리는 남군성(南郡城) 전체(全體)에 울려 퍼졌다.
그리하여 각지(各地)에서 귀환(歸還)한 패잔병(敗殘兵)들과 부상병(負傷兵)들은 그 소리가 모두를 소집(召集)하는 북소리임을 알아 차리고 지치고 힘든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모여들었다.
병사(兵士)들이 하나둘씩 다친 병사를 서로가 부축하며 나타나기 시작(始作)하자 허저(許楮)의 소집(召集)을 알리는 북소리는 템포가 빨라졌다.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병사들은 어느덧 조조가 앉아 있는 단하(段下)로 모여들어 그 아래 땅바닥에 맥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병사(兵士)들이 거의 다 모여들자 조조(曹操)가 입을 열어 말한다.
"장수(將帥)는 의원(醫員)과도 같다. 의원은 치료(治療)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의술(醫術)도 뛰어나지.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 모르게 죽인 사람이 많을수록 경험(經驗)이 쌓여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명의(名醫)가 되는 것이지. 전쟁(戰爭)도 마찬가지다. 장수(將帥)가 패전(敗戰)을 경험하지 않고서 어찌 승리(勝利)하는 법(法)을 알 수 있을 것인가? 백전백승(百戰百勝)을 하는 장군(將軍)은 이 세상(世上)에 하나도 없다. 패(敗)해도 절망(絕望)하지 않고 더 용감(勇敢)해져야 마지막에 가서 승리(勝利)를 할 수가 있다.
우리가 팔십만(八十萬) 대군으로 남하(南下)를 했지만 오륙만(五六萬) 밖에 안 되는 그들에게 패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최근(最近)에 수년(數年) 동안 너무 많이 계속(繼續)해 승리(勝利)해 왔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자만(自滿)에 빠져서 적을 얕본 것이다. 더구나 난, 놈들의 그 사소(些少)한 고육계(苦肉計) 조차도 간파(看破)하지 못하고 동오(東吳)의 화공(火攻)에 당(當)한 것이야. 이것으로 볼 때, 우리는 사실(事實) 패할 시기(始期)가 왔던 것이다. 실패(失敗)는 곧 성공(成功)의 어머니이다, 실패는 성공할 방법(方法)을 깨우쳐 주고 어떻게 승리할지를 가르쳐 주는 기회(機會)다. 사람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 잡거나 놓을 줄 알아야 하듯이 전쟁(戰爭)도 마찬가지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적벽(赤壁)에서 대패(大敗)를 했지만 우리의 근간(根幹)은 손상(損傷)되지 않았다. 천하(天下) 영토(領土) 중 우린 여전히 방대(厖大)한 사개 주(四個州)를 거느리고 있고 중원(中原)의 삼분(三分)의 이(理)에 이르는 땅에 수많은 백성(百姓)들과 군마(軍馬)를 가졌으며 그것에서 막대(莫大)한 세금(稅金)을 걷어 들이고 있다. 이것은 여전(如前)히 손권(孫權)과 유비(劉備)의 비해 몇 배가 더 많다. 조정(朝廷)은 여전히 허창(許昌)이며 아직 우리 수중(手中)에 있지만 손권과 유비는 그렇지 못하다. 위기(危機)의 순간(瞬間)에 둘은 하나로 뭉쳐서 상대(相對)에 대항(對抗)하지만 일단 승리하면 서로 속고 속이는 암투(暗鬪)를 벌일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萬若) 주유(周瑜)와 제갈량(諸葛亮)이 한마음 한뜻이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오림(烏林)에서 포위(包圍)를 뚫고 나왔겠는가? 어떤가 내 말이 틀린가?"
조조(曹操)가 이쯤에서 말을 마치면서 병사(兵士)들의 동의(同意)를 물었다.
그러자 대번에,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승상(丞相)의 말씀이 현명(賢明)하십니다!" 등등의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조조(曹操)의 마무리 말이 나온다.
"손,유(孫劉) 따위들은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결국(結局)에는 분열(分裂)을 할 것이고, 우리에게 필패(必敗)할 것이다!"
"맞습니다!"
"옳습니다!"
"우리에게 패할 겁니다!"
조조(曹操)의 외침에 병사들의 동조의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허저(許楮), 조인(曹仁), 조홍(曺洪)과 정욱(程昱)을 비롯한 장수(將帥)들과 참모(參謀)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조조의 말에 동감(同感)을 표시(表示)하였다.
그러면서 모든 병사(兵士)와 장수(將帥)들은,
(승상의 세상을 보는 눈은 어쩌면 이렇게 남들과 다를 수가 있는가?...) 하고 속으로 감탄(感歎)을 금치 못하였다.
삼국지 - 194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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