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제작기
안녕하세요? 곽태훈입니다.
그 동안 아버지를 도와 스피커 만들기에 전력투구 한지 5년, 이제 그 과정과 결과물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스피커를 '즐기시는' 여러분께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며 저와 아버지의 스피커 이야기입니다. 지난 4-5년의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글이므로 역시 꽤나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2006년 6월 곽태훈 배상
그림 : 인클로저 분해
그림 설명 : 이 사진은 2001년 봄, 스피커 분해를 시작할 때의 사진입니다. 각각 인켈과 아남의 3웨이 스피커입니다.
아남 3웨이 인클로저는 나중에 삼미 풀레인지 08B40 제작에 활용되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원목 베니어는 북미산 미송입니다. 나중에 시험제작용 인클로저 재료가 될 것입니다.
아직 공구도 얼마 안보이고 주변도 깨끗합니다.
옆으로 걸어가는 팬티 바람의 딸애는 이제 커서 학교에 다닙니다. 세월이 아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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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신변이야기
이번 사용기는 제작후기 이며 시작부터 신변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때론, 내가 사용기를 쓰는 목적이 내 주변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함인지, 진짜 제품에 대해 나누기 위함인지 나조차 헷갈릴때도 있다. 글을 읽는 사람이야, 쓰는이와 읽는이 사이에 있는 매개인 특정 스피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겠지만,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는 더 많은 부분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한다. 지금은 비록 스피커를 매개로 스피커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 어떤 분야든 내 생각을 미련없이 피력해도 좋을만한 처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살아오면서 나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표현하자면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지극히 평범하게도, 지극히 특이하게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쫓기는듯 살아왔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이었겠지만, 경제적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된 지금도 그런 여유를 한번에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듯도 싶다.
그림 : 초기 작업실 전경
제가 2001년 경 아버지를 도와 작업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낮엔 톱질하고 밤엔 이 방에서 음악 듣습니다.
PC는 2대인데, 각각 MP3 스테이션과 Audio Generater(주파수 발생기), 가끔 CDP로도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사진도 복잡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지저분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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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만족하고 계신가요? ]
요즈음 내 머리속을 온통 지배하는 생각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라는 물음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는 이런 물음들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왔다. 행복은 성적순이었으니까… 무조건 성적만 올리면 행복할 수 있었다. 대학교때, 변수는 많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로왔다. 그러나 막상 취업시즌이 되자, 너무 많은 직장에 대한 기준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대학생때 친구들과 과연 직장중의 ‘서울대’는 어디일까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몇몇은 ‘삼성전자’를 꼽았고 몇몇은’IBM’ 같은 외국인 회사를 꼽았다. 하지만 주로 지배적인 의견은 ‘그중 연봉을 가장 많이 주는회사’가 장땡이었다. 어쩌면 그때는 '연봉'이외에 경험한 기준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했을때 나는 오랜 꿈대로 인켈에 들어가서 연구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연봉과 복리후생. 인켈의 초봉은 1200만원이었고 삼성전자는 1650 만원, IBM,3M, 그리고 금융권은 2000만원이었다. 특히나 외국인 회사들중 좋은 곳들은 주 5일 근무에 연봉이 높았으므로 나는 3M에 입사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10년이 지난 어느날 내 주위를 돌아보니 많이들 변해 있었다. 잘나가는 외국인 회사의 특권이던 주 5일 근무는 이제 한국 기업에서도 일반화 되었고 삼성전자의 급여수준이 3M을 상회하기 시작했고, 인켈은 법정관리로 들어가면서 나의 길과는 영영 멀어져 갔다.
많은 날들을 회사에서 보내면서 과연 나의 현재 위치가 나의 자리로써 적정한가 하는 생각들이 있다. 이제 내가 회사를 보는 시각은 연봉말고도 많은 변수가 더 생긴듯 하다.
군대에서 내게 주어진 긴긴 시간속에서 풀려했던 나의 적성에 관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요즈음 얻는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공간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매개가 되는 무언가…. 그것이 제작기나 사용기의 형태라면 지금과 같겠고, 제품이 된다면, 제품을 위한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플이 달릴 수 없는 웹진의 포맷이 나는 싫다.
지금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내가 대학생때 친구들에게 제시했던 물음을 다시 던지고 싶다. ‘실력과 관계없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림 : 민주 화장대
스피커가 하도 많아 결국은 새로운 용도가 개발되곤 합니다. 이 사진은 우리딸 민주의 화장대입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면 내 딸애도 스피커와 함께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받침목으로 아남 클래식 1.1이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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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와 오디오 ]
우리는 수많은 정치가들을 가까운 주위에서 본다. 근무하는곳이 관공서나 대기업이면 특히 그럴 것이다. 정치적 성향의 사람들과 대비되는 사람들로 엔지니어 유형의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정치적 사람들은 감성적이고, 넗은 시각을 가졌으며, 인문 사회적이며, 개인적 손익계산에 밝고 존경받는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자질 또한 충분하다. 선진국 사람들 같다. 반면 기술자 유형의 사람들은 사소한데 목숨을 걸 정도로 단순하고, 분석적이고 한번 다루었던 생각에 관해선 개인적 편견도 강한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또, 한번 신뢰를 주면 그것이 견고하여 오래가지만(후진국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정치적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때론 의심하는 마음이 제대로 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역효과가 날때도 있다. 이제 커서 어릴때 거의 외우다 시피했던 '카 앤 드라이브', '모터 트렌드' 같은 별표 매기기 잡지의 순위에 벗어나는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자동차도 또는 스피커도 결국은 그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택되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오디오가 취미라면 주관을 가질 필요도 있겠다. 남의 제품을 헐뜯으라는 말이 아니다. 무언가 만들고, 바꿈질하고, 의문을 갖고, 개조를 하고 그런것 모두가 취미로써의 오디오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 브랜드에 대한 생각들 ]
브랜드는 하나의 약속이며 신뢰이다. 기호품으로 갈수록 브랜드 하나로 모든걸 승부한다. 벤츠는 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지를 파는 회사이다. 스피커업계에서 벤츠만큼의 이미지를 가진 회사는 어떤 회사가 있을까? 또는 격을 조금 달리하여 기술적으로 신뢰 할 수 있는 일본,독일차 메이커 같은 회사는 어디가 있을까? 우리나라 스피커는 해외에서 볼 때, 국산차정도의 수준이 될까? 내수시장에서 고객들이 갖는 이미지는 어떨까?
요즘 지사가 진출한 도요다의 고급차 디비전인 렉서스는 현가장치의 탄성등가물만 60개가 된다고 한다. 음.. 이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천정에 질량체를 두고 그 사이에 용수철을 둔 경우가 1개의 탄성등가물이라고 한다면, 여기에 용수철과 질량체를 더한 것이 2개의 탄성 등가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2개 이상이 되면 용수철 서로간의 상호작용으로 하나의 공진주파수가 에너지가 작은 두개로 나뉜다. (이것은 덕트형 인클로저의 원리와 같다.) 이렇게 진동을 줄이기 위한 단계를 60개나 둔 차가 렉서스이다.
렉서스의 고객들은 렉서스를 선택하는 기준에 다른 부분을 중요시 할것이다. 품격과 품질을 주로 볼것이다. 그러나 고급차 고객의 대부분은 품격만을 신경쓰면 된다. 품질은 그 브랜드가 쌓아온 가치가 모두 대변한다.
스피커회사에 있어서 똑 같은 것이 존재한다. 자동차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은 스피커의 공학적인면을 판단하지 않으며, 그 부분은 브랜드를 믿는것으로 갈음된다. 그러한 믿음은 곧 브랜드 이미지로 설명이 되며, 이러한 믿음에 있어서, 국산이 외산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제품도 제값을 받지 못하며, 중고제품도 훨씬 싼가격에 거래된다.
자동차고객들처럼, 기계적인면을 고려하지 않고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것인지에 대해선 많은 생각들이 있을줄로 믿는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보다 좋은 제품이 나오려면, 우선 고객들 수준이 높아져 상식적인 제품이 나와야 하고, 우수한 제품이 팔릴 수 있도록 내부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이런 방향이라면, 제작자 또한 그런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브랜드'는 비단 회사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도 하나의 브랜드이다. 살아갈 수록 삶이 짧게 느껴지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는지 나 자신을 살필때가 있다. 뭐든지 진실하고 볼 일이다.
사진 : 작업대
전동공구들을 사고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이 작업대였습니다.
제대로 된놈은 최하 20만원부터였습니다.
처음엔 의자에 놓고 했었는데 쿠션에 의한 진동때문에 절단이 정확하지 않아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상판은 1.5센티 파티클보드이며 작업면이 고르도록 흰색 도장처리 된것을 썼습니다.
원래는 1센티 였는데 약해서 상판 바꿨습니다.
다리는 원목입니다. 다리에 나사못을 박아야 하기 때문에 진동과 강도상 원목을 사용하였습니다.
베트남산 라왕입니다.
애써 작업대를 만들고 쓰고 있는데 공장을 운영하는 친지분이 보시더니 전문 목수용 작업대가 있으니 가져다 쓰라고 하셨습니다. 사용해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꽤 어래 사용하였습니다.
추억으로 남아 가장 애착이 가는 도구는 작업대 입니다.
지금은 해체되어 폐기 되었지만, 참 아마추어틱 하면서도 유용했던 자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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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의 만남 ]
나는 오디오를 취미로 가진지 오래 되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탓에 먼저 오디오쪽으로 빠져든 파트는 아무래도 앰프였다. 십 수년을 앰프로 돌아다닌 끝에 스피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칠순을 넘기신 아버지와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다.
스피커에 대해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지만 막상 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내 일생에 이 스피커로 말미암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더 많아졌고, 내 평생 아버지의 은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아버지와 떨어져 산지 20년이 되어간다. 아들이 학교에 가고 철이 들면 아버지와 대화가 줄어드는데, 스피커로 말미암아 아버지를 더 이해하고, 사랑받고 아버지의 작품에 대해 도울 수 있었던 것에 기쁨을 느낀다.
이 글은 모두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를 위한 글이다. 아버지는 따를 수 없는 내 후원자요, 깊이 있는 기술자요, 우리 나라를 위해 평생 애쓰신 분이다. 아버지와 함께 HIFI 스피커 개발에 매달리게 된 것은 그 일이 아버지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서로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그 길을 아버지와 같이 왔다는 것 만으로도 복된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림 : 작업하시는 아버지
칠순이 넘으신 저희 아버지가 작업중이십니다. 40년넘게 전자분야에서 일하신 엔지니어십니다.
오른쪽 아래 롯데의 스피커가 또 뽀개져 있습니다. 작업사진에서 보듯 한번 공구 잊어버리면 찾는데 한시간이고 청소하는데 2시간 걸립니다. 오른쪽 위에 잘라 놓은 각종 판재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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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제작자 - 아버지 ]
이 스피커의 이름은 클레어이다. ‘Claire” 프랑스의 여자아이의 이름이다. 클레어를 만들기 위해서 아버지와 나의 2대에 걸친 전자공학도 부자가 골방에 모여 작업한지 5년만에 이제 작업을 마무리한다.
아버지는 6,25 전쟁에 참가하신 국가유공자이시다. 일제시대가 막 끝날 무렵에는 한국에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19세 까지 일제시대를 보낸 아버지께서 일어를 하셨고 집안이 부유했던 덕에 아버지는 일본에서 구해온 전자공학 책을 보시면서 라디오 제작을 혼자 익히게 되셨다.
전쟁이 터지고 참전하신 아버지는 전장과 육군본부를 오가며 군 통신체계를 운용하는 일을 하셨다. 당시에는 미제 무선장비, 송출장비들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장비들을 매뉴얼을 보아가며 유지보수 하는 것이 아버지의 임무였다. 물론 이 시대의 모든 기기는 진공관이다. TR이 개발되기 전이니까..
종전 후 우리나라에는 전자공학의 토대가 전무했다. 당시 저널은 ‘전자과학’지가 유일했는데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약 20년간 아버지께서 필자로 활약하셨다. 주로 일본의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들이었다.
이후 40년간 아버지께서는 우리나라 전자공학계의 발전에 많은 이바지를 하셨다. 아직도 현업에 계신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이자 엔지니어이시다.
아버지는 지독한 연구원이었고, 제품을 개발하고 글을 쓰는 아버지를 둔 집안은 빠듯했다. 어릴 적부터 오디오가 좋으셨던 아버지와 음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혼수 1호가 오디오와 피아노였다. 아버지는 생업에 바쁘셨고, 내 어린시절 기억속의 아버지는 밤에 들어오지 않으시고 휴일 날도 상에 앉아 원고지를 앞에 놓고 골몰하시는 그런 모습들이었다.
이제 스피커를 만드신 노회 하신 아버지와 클레어를 만들었던 과정들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자.
사진 : 인클로저를 위한 판재들
시트지를 미리 붙여놓고 자르는 방법과 도장한 후 자르는 방법, 나중에 시트지를 붙이는 방법등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시트지를 미리 붙이고 자르는것이 작업상 좀 깨끗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마감은 새로 해야죠.
1.5센티와 1센티 두께의 판재를 잘라놓았습니다.
판재 12장이 1조를 이루므로 사진에 보이는 판재는 몇조 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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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
내가 전자공학과에 다닐 무렵 교수님은 대우의 ‘탱크주의’에 찬성하셨다. 그리고 전자공학도로써 잔 기술보다는 절대 잡음이 없는 메커니즘이나, 아주 혁신적인 기술에 눈높이를 두라고 하셨다.
나중에 오디오 취미가 깊어질수록 드는 생각은 ‘무언가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와중에 스피커로 목표가 정해지자 나는 이론서 읽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나는 영서들을 주로 읽었고, 아버지는 일본서적들을 주로 읽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세미나가 이어졌다. 처음엔 전기를 위상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과 물의 흐름으로 이해하려고 하시는 아버지가 갖는 해답의 차이가 많았는데 가면 갈수록 더 가까운 결론을 내게 되었다. 아날로그 회로에서 아버지는 내가 감히 가까이 할 수 없는 위치에 계셨다.
절친한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손채봉 교수나 주성대 등지에서 좋은 책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구하지 못한 책들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였다.
한동안 책들을 읽고 나자 설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실전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처음 스피커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 더 이상은 아마추어처럼 만들지는 않기로 했다. 이미 아마추어 수준의 자작은 대학교 때 많이 해 보았으므로 이제 하나를 만들어도 이론적 토대를 갖추기로 하였다.
처음의 시도는 기성품의 분해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구조와 재질을 가졌는지 부터 출발했다. 엄청난 양의 스피커가 분해되어 쓰레기장으로 갔다. 수 많은 도면들이 그려졌다.
이 때가 2001년도 봄이었는데 시작을 하면서 나는 모든 과정을 공개하기로 하였다. 설령 내가 작업을 멈추더라도 새로 도전하는 후배들이 내가 했던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고 바로 나의 결과물부터 도전할 수 있게 하게 하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많은 사진들이 ‘곽태훈이는 작업중 시리즈’ 라는 이름으로 이곳 AV 갤러리에 92편까지 연재가 되었다.
그림 : 합판 인클로저 시제품 청취
본격적인 인클로저 제작에 앞서서 연습용으로 만든 미송 합판 인클로저입니다.
원래는 시간도 없고 생략하려고 하였으나 아버지의 강력 권유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만들면서 인클로저 접합 순서, 재단순서, 접합 방법등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합판은 판하나에 층마다 결이 달라 제작이 아주 어렵습니다.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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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클로저의 제작 ]
분해 과정이 끝난 후 소재와 조립에 대한 구조적 고찰에 들어갔다. 소재의 연구과제는 베니어, 파티클 보드, MDF, 원목의 네 가지로 각각 제작되고 시험되어졌고, 이 소재들을 복합하여 생기는 변화, 또한 두께와 접합 방법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 실제로 다양한 인클로저를 만들었다.
이때의 중점 과제중 하나로 인클로저 재질이 최종 음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였다. 이 하나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약 40 개에 달하는 인클로저가 만들어지고 폐기되었다. 만든것 하나 하나 일일이 측정을 했는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었다.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했는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재상에 가서 목재의 두께 별로 한장씩 (약 1미터*2.5미터쯤 된다) 사서 치수 별로 자르는 경우도 있었고, 원자재가 구하기 힘든 경우는 작은 재료를 구해서 손수 톱질을 해서 만들었다. 작업대, 전기톱, 다이스등 필요한 도구들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시험용 인클로저들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는 흡음 소재와 양에 대한 실험, 마감 방법에 대한 실험이 이어졌다. 원목 마감과 칠등 모든 것을 스스로 했는데, 그것은 완성품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완성품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알기 위함이었다. 모든 작업들이 남들과 과정을 공유한다는 목표로 이루어 졌으므로 어느 한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인클로저는 스피커의 시작이며 나름대로 물리학적인 이론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또 아날로그 영역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론과 실제가 다른 부분이 많은 부분 이기도 했다.
인클로저의 종류에는 수 많은 것들이 있어서 나는 그것들을 가능한한 모조리 경험해 보고자 했다. 아래는 정리한 인클로저 자재의 일부이다.
그림 : 파티클 보드 인클로저
시제품 인클로저 2호의 뒷면입니다.
아직 바인딩포스트를 위한 구멍을 뚫지 않았습니다.
마감은 1.5센티 두께의 파티클보드에 흰색 페인트, 투명락카, 시트지를 차례로 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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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목으로는 라왕으로 불리우는 아피똥, 피나무, 홍송, 미송, 호도나무, 장미목, 티크, 오크, 마디카, 버즈아이 등이 있는데 대부분 고가이고 MDF의 외관에 바르는 형태로 이용된다. 원목 그 자체는 가격도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강도와 변형등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국산목인 육송같은 것들도 문제는 마찬가지고 나무 자체에서 고급스러운 품격은 나지 않는다.
원목도 한대목과 열대목을 골고루 써보았는데 열대목들은 대부분 가공이 쉬운 장점이 있는 반면 색상이나 무늬가 아름답지 않고 온대, 한대목들이 아무래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파티클 보드는 주로 부엌 가구를 만들때 쓰이는 가공목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판재를 구하기 쉬워서 자작에 적합하다. 파티클 보드는 무늬시트가 입혀진것이 여러가지 생산되기 때문에 적당한 무늬를 골라 원판을 한장 구입하고 재단을 하고 목공용 접착제와 못을 사용하여 인클로저를 만들면 쉽게 인클로저를 만들 수 있다.
스피커는 공산품으로 일정한 품질의 균일성을 가지기 위해서 MDF나 파티클보드를 쓰게 되는데 MDF(Middle density fiber board) 의 경우가 양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것으로 선정되었다.
일반적으로 가공목 원판은 약 2.4m * 1.2m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고 대량 유통되므로 목재소에서 재단까지 동시에 하는 곳을 찾지 않으면 가공이 어렵다. 여러 두께를 두루 선택할 수 있는 MDF는 주로 많은 실험용 스피커의 소재가 되었다.
나무 원판의 규격은 대개 4자×8자 사이즈인 1220mm × 2440mm이다. 1자=30.3cm(303mm) 이다. 보통 트럭에만 실리는 크기 이므로 대부분 사는 곳에서 재단까지 해야 했다. MDF는 6T, 9,12,15,18,25T등이 생산되는데 (T=mm) 보강목이 없는 경우 두꺼운 판재가 결과가 좋았다.
사진 : 인클로저 조립
접합후 말리고 있는 인클로저입니다.
목재를 접합할때 "하다" 라는 도구가 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양산되는 스피커와 자작 스피커의 판재 두께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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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클로저의 재료 ]
이제 스피커 재료로써의 목재를 정리해 보자.
보강재 :
라왕/나왕 lauan- 현재 각목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목재로써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산이 많으며 목질이 균일하고 비교적 변형이 적고 강도가 높다. 무늬가 예쁘지 않아서 주로 보강목으로 쓴다.
백라완/백나왕 white lauan- 백색에 가까운 라완. 백송보다는 무겁고 적라완보다는 가볍다. 적라완보다 덜 튼튼하나 가공이 쉽다.
적라완/ 적나왕 red lauan- 백나왕보다 더 무겁고 더 튼튼하다. 완전히 건조되면 딱딱해서 가공이 어렵다.
백송 white pine- 목재의 색깔이 흰편인 소나무 제재목, 미국과 유럽에거 각목형태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목재이다. 무게가 라완의 2/3로 가벼운 편이다. 가공석이 우수하고 나뭇결을 이용한 표현도 적합하다. 옹이가 많은 것이 흠이나 등급이 높은 목재에는 결함이 적다. 대패로 밀어보면 감이 매우 좋다. 가격이 라완의 절반에 가깝고 장치용 목재 성질 중 가장 중요한 휨강도는 하완 보다 오히려 우수하다.
육송- 국내에서 생산되는 백송, 생산량이 적고 목질이 우수하지 않아 장치제작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외송- 외국산 백송. 미송과 칠레송과 뉴질랜드송이 있다.
미송- 북미산 백송. 일반적으로 백송의 대표적 명칭으로 쓰인다. 다루끼라 부르는 각목으로 쓰인다.
사진 : MDF 인클로저
인클로저 재료로써 합판-> 파티클보드-> 원목+파티클보드 에 이어서 만든 MDF 재질의 인클로저 입니다.
MDF는 한솔제지에서 나오는 25mm 두께의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MDF 거의 종이덩이로 생각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파티클 보드만해도, 톱질하면 나무냄새가 나는데
이건 완전히 종이 단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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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재 :
원목 : 질감 좋다. 그러나 무늬가 좋은 원목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주로 열대목(인도네시아, 베트남산)이 많이 유통되는 것은 가격이 좋기 때문이다. 건조상태에 따라 꽤 단단한것도 구할 수 있지만 열대목은 대개 질이 무르고 한대목이 딱딱하다. 습기에 따른 변형이 심하여 스피커 재료로는 적당하지 않다. 또,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것들을 고르면 가격 무지 비싸다.
합판 plywood- 목재를 얇은 판으로 켜서 나뭇결이 서로 직각 방향이 되도록 번갈라 붙인 가공목재.같은 두께의 판재보다 휨강도는 약하나 더 질기고잘 쪼개지지 않는다. '베니어판'으로 알고 있는 종류다
파티클 보드 particle board- 톱밥과 나무 부스러기를 이겨붙인 합성판.9mm에서 부터23mm두께까지 있다.
습기에 무지 약하다. 그런데도 비닐시트를 붙여서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부엌가구로 쓰이는 것은 순전히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칩보드/웨이퍼 chip board / strand board/ wafer board- 보드 띠모양의 나무 부스러기를 압착한 합성판. 쉽게 과자인 웨하스를 생각하면 된다. 몇장 써보았으나 스피커에서는 목공본드용 헤라 이외에는 별로 용도가 없었다.
코어 보드 core board- 보드 두장의 3mm합판사이에 자투리 각재들을 접착해 넣은 합성판.18 mm,25mm 두께로 생산된다. 학교 책상을 생각하면 빠르다. 스피커용 재료로는 다 좋은데 톱날이 빨리 상하고 결국 마감을 새로 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콤파넬 composite pannel/ compannel- 두장의 3mm 합판 사이에 파티클보드를 넣은 합성판. 합판보다 싸다.
하드보드/결질섬유판 hard board/ hard density fiberboard/ masonite- 나무섬유를 압칙한 단단하고 내구성 높은 합성판.
3mm부터 12mm두께까지 있다. 짙은 갈색이며 한면이 대단히 매끈하다. 인클로저 재료로써 완벽한 소재이나 가공성은 최악이다. 직소로는 어림없으며 원형톱도 핸디형은 날 다 잡아먹는다.
엠디에프/중질섬유판MDF/medium density fiberboard- 나무 섬유를 압착한 단단한 합성판.3mm부터30mm두께까지 있다.
표면이 매끈하고 가공성이 좋다. 적당한 가격에 두께를 높일 수 있어서 무게대비 강도가 좋다. 그러나 종이같은 섬유질을 대략 압축한 것이므로 습기에 약하다.
마루판 flooring- 의외로 마감재로 좋은 재료다. 동화마루, 이건마루등 여러가지를 구할 수 있다. 자작의 경우 1.5T의 MDF 로 박스 형태를 만들고 짙은 색의 마루재를 붙여서 마감을 하면 소너스 파베르 부럽지 않은 원목틱한 외관의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
제작 초기부터 생각해온 유닛의 차이에 의한 전체적 소리차이를 보기 위해 고급 유닛으로 구한것이 보시는 포컬유닛입니다. 극한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트위터와 더블 보이스코일의 폴리케블러 유닛입니다.
윌슨오디오에 납품되었던 모델이며 포컬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중 하나입니다.
시제품에 사용되는 네트웍이 보입니다.
소자를 갈기 쉽게 만능기판에 꽂아놓은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복잡하여 이것 저것 바꾸고 노래 몇곡씩 듣다보면 며칠 후딱 갑니다.
10mH라는 엄청난 코일은 구입하였고 나머지 코일은 코일계로 재서 보빈에 감아 직접 만들었습니다.
코일 용량을 바꿀 수 있어야 실험이 가능하므로 참 많이도 감았다 풀었다 했습니다.
나중에 좋은 코일을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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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자작용 재료 ]
공구 없이 자작을 원하는 분들은 인클로저로 스티로폼을 권한다. 다만 스티로폼은 강도에 문제가 있으므로 유닛은 되도록 좋은 것을 구해야 나중에 목재로 업그레이드를 할 때 후회하지 않는다.
주의할 것은 스피커는 화재가 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유닛도 탈 수 있고, 네트웍도 탈 수 있다. 돈을 절약하려다가 화재가 나면 전재산 다 날릴 수 있으니 주의하실 것.
스티로폼에는 아래의 두가지가 있다. 물론 압축 스티로폼을 권한다.
● 스티로폼(styrofoam)
폴리스타이린폼(polystyene foam)의 대표적인 상표명 '시타이로폼'의 한국식 발음이다.
스티로폼은 열선이나 칼, 톱으로 쉽게 잘라지고 라텍스(latex)나 스티로폼본드로 접찹된다.
표면이 잘 부서지므로 소창(chees ecloth)을 발라 씌우거나 전용 코팅제를 바른다.
3자×6자의 면적에 두께는 10mm부터 600mm까지 다양하다.
열가공시 유독가스 발생한다.
● 압축 스티로폼(extruded polystyrene foam)
압축 스티로폼이라고도 불리며 '아이소핑크', '하이폴', '골드폼'등의 상표명으로 흔히 불린다. 일반스티로폼보다 압축에 강하다.
가공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유닛과 네트웍, 바인딩 포스트를 산다. 이 재료는 흡음재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판재를 산다. 보통 3자*6자 크기로 무척 크므로 적당히 잘라온다. 집에서는 조그만 톱으로 자를 수 있다. 두께는 최소한 25 밀리를 권한다. 유닛이 좋으면 무게가 무거우므로 전면 배플은 나무를 써도 좋다.
배플을 먼저 제작하되 나사 구멍의 강도를 위하여 두꺼운 종이를 양쪽에 여러겹 붙인다. 합판을 붙이면 좋다. 그리고 칼로 꼭 유닛의 모양을 파서 넣는다. (유사시 유닛을 보호한다) 흡음재는 별로 필요치 않다. 필요하긴 하다. 흡음 재료는 캐시미어나 이불솜을 권한다. 솜틀집에서 판다. 너무 많이 넣지 않는다.
구조는 당연히 밀폐형이 좋다. 쓸만한 덕트를 구했다면 위상반전형도 시도해 보자. 스티로폼 구조물을 스티로폼 본드로 붙여서 완성하고 난 다음 종이로 마감한다. 종이와 스티로폼 사이에 본드를 꽉 채워서 말리면 강도도 상당히 보강된다.
스티로폼 스피커는 내가 20년전 학생때 많이 만들어본 것인데 가장 돈이 덜 들고 금방 만들 수 있는 형태이다. 유닛을 고를때는 향후 나무 인클로저의 도전을 위하여 SPL 곡선 데이터를 가진 족보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다음 편에 계속...
첫댓글 이 곳카페에서도 저런 무용담이 자주 나와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