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곳곳에 제2, 제3의 엔테카(러시아 연해주 KT 자회사로 이통 1위 업체) 신화를 만들겠다.”
KT 남중수 사장(사진)은 지난 7월 3일 독립국가연합(CIS)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했다. 중앙아시아 광활한 대륙과 마주한 남 사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에서 글로벌 KT’의 미래를 그렸다.
그로부터 3주 후인 지난달 27일 남 사장은 극동아시아 러시아 연해주로 날아갔다. 러시아 연해주의 엔테카(NTC) 이동통신 가입자 100만명 돌파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KT는 지난 97년 적자상태였던 NTC를 인수했었다.
남 사장은 최근들어 ‘글로벌 시장’을 이야기할 때마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엔테카의 성공이 사업포기 압력 등 수많은 위기를 딛고 10년만에 거둔 결실이라 더 그렇다.
■“제2, 3의 엔테카 신화 창조한다”
남 사장은 중앙아시아를 다녀와서 KT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무한한 가능성의 중앙아시아 대륙에서 또 하나의 ‘엔테카 신화’를 만들어보자는 것.
남 사장은 e메일에서 “중앙아시아는 화학교과서의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원소가 있다고 할 정도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통신 인프라 등 사회간접 자본과 정보기술(IT) 산업은 아직 많이 낙후된 지역으로 성장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크다. KT는 이 시장에서 또 하나의 엔테카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이동통신, 인터넷 TV(IP TV), 휴대인터넷 등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사업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남 사장의 글로벌사업 의지는 지난달 2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는 “내년에 엔테카를 통해 러시아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3.5㎓ 무선초고속인터넷(와이맥스)을 상용화한다”며 “카자흐스탄 등 CIS지역 사업 확대를 위해 주파수 확보나 현지 사업자의 제휴를 검토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P TV 사업도 연해주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해외사업 왜 강조하나
KT의 해외시장 진출에는 남 사장의 고민이 배어있다. KT가 밀어붙이는 신규사업이 정부 규제나 시장환경에 발목잡혀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기엔 KT의 덩치가 너무 큰데다 시장상황은 이같은 ‘공룡’을 풀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우선 IP TV만 해도 그렇다. IP TV 법제화가 방송과 통신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서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KT는 IP TV 출시를 계속 늦춰오다 뒤늦게 지난 7월 실시간 방송만 빼고 IP TV ‘메가TV’를 론칭했다. 그러나 KT의 IP TV시장 진출에 “시장을 다 먹힐 수 있다”며 경쟁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유선전화를 대체할 값싼 통신수단 인터넷전화도 큰 복병이다. KT가 국내시장의 91%를 장악하고 있는 유선전화 시장을 잠식할 게 뻔하기 때문. 내년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면 KT의 유선전화 매출 하락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금도 한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 감소폭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 올 2·4분기 전화사업 매출은 1조63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 줄었다.
KT가 매출 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인 이동통신 재판매도 시장점유율 제한을 받게 됐다. 여기다 재판매를 요구하는 다른 업체에 KT의 통신망을 의무적으로 빌려줘야 할 판이다.
또다른 성장동력인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도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지만 생각만큼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다. KT의 버팀목인 초고속인터넷사업의 2·4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한 5285억원에 그쳤다.
■KT 해외시장 기회와 실패
지금까지 KT의 해외시장 진출엔 한계가 많았다. 무엇보다 과감한 ‘베팅’이 없었다. ‘공기업’의 속성이 남아있는 KT로선 최대한 ‘조심스럽게’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나섰다는 말이다. 이러다보니 해외사업 결정과정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KT는 지난 2004년 인도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시도하다 중도에 포기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타타 등 대형 이동통신업체의 지분참여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당시 경영진의 해외진출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와, 미래가치보다 리스크만 따지는 안일함 때문에 큰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현재 KT는 해외시장에서 직접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직접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한 것은 러시아 연해주 ‘엔테카’가 유일하다.
공식 임기를 7개월 남짓 남겨둔 남 사장이 과연 ‘국내 안주’ 껍질을 깨고 KT를 명실상부한 글로벌화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남 사장의 해외사업 도전과 성과는 KT의 장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KT의 글로벌 사업현황
현재 KT의 해외시장 진출은 중국, 동남아, 중동 등에 뻗어있다. KT는 지난 95년 450만달러를 투자해 몽골 MT(몽골리아 텔레콤) 지분 40%를 인수했다. KT가 2대주주다. 베트남에선 국영통신공사(VNPT)와 손잡고 지난 97년부터 4000만달러를 투자, 베트남 북부 경제특구 지역 4개성에서 통신망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추가로 와이브로, u-시티 등 신사업에 대해 협의 중이다. 중국에서도 차이나넷콤유한회사(CNC) 베이징통신의 초고속인터넷망관리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현재 시장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중동, 아프리카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 인터넷시티 내에 주재소를 열고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인 U-시티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밖에 태국, 방글라데시, 중국,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에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시스템을 구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