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지하철이 많이 바뀌었나? 아니면 오랜만이라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일본은 출장으로 참 많이 가봤고 특히 도쿄는 80년대 첫 해외출장지였고 많이 가봐서 지리도 잘 안다. 그래서 그동안 도쿄 지하철은 아주 자연스럽게 타고 다녔지만 이 날은 참 이상한 경험이다. 서울지하철과는 너무 다른, 불편한 시스템을 경험했던 날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도쿄 지하철을 가장 최근 타본 건 20년쯤 전이다. 그렇기로서니 전에는 이런 경험 없었는데...
먼저 전체 노선도. 우리 같으면 지하철 앱을 깔면 전체 노선을 볼수 있는데 도쿄지하철 앱이 없으니 전체 노선을 볼수 없다. 예전엔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인터넷도 초기 시절이라 커다란 종이에 도쿄지하철 전체 노선도가 나온 컬러로 된 지하철지도를 들고 다녔다. 옛날에는 도쿄지하철역, 또는 관광안내소에서 쉽게 지하철지도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아무데도 그런 걸 주지 않고 앱이 없으니 그런 전체 노선도를 볼수 없다. 인터넷으로 도쿄지하철노선을 검색해도 전체가 나온 건 없고 보이는 것마다 부분 부분만 있는데 제각각 다르다. 도쿄 지하철이 私鐵이 많아서 각각의 회사마다 노선도가 나와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전체가 나와야 어디에서 어디 가려면 어디에서 무엇으로 갈아타고 가는지 한눈에 보이는데 그렇지 않으니... 게다가 지하철 역에 가도 전체 노선도가 없다. 서울 지하철은 어느 역에 가든 지하철역에 전체 지하철 노선도가 벽에 붙어 있는데...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신주꾸(新宿)역에 가려는데 일단 지하철 역으로 가보면 되겠지 하고 하네다 지하철역으로 갔다. 역 매표소 앞의 노선도 역시 도쿄 전체는 안나와있고 역 기준으로 여러 노선도만 그려져 있다. 노선을 보니 친숙한 야마노떼센(山手線)이 보인다. (참고로 야마노떼센은 도쿄 도심을 한바퀴 도는 순환 노선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같다고 보면 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야마노떼센을 보고 따라서 설계했다고 한다.) 역의 노선도를 보니 하네다(羽田)역에서 타서 (올 때 확인하니 하네다선은 케이큐센(京急線)) 시나가와(品川)역에 가서 야마노떼센으로 환승하고 신주꾸역을 가면 된다. 운임표에 요금은 510엔. 동전 넣고 지하철표 사서 하네다 역에 들어가니 시나가와(品川)까지 가는 열차가 바로 온다. 시나가와(品川)에서 하차해서 보니 초록색 야마노떼센 안내가 보이기에 따라가서 야마노떼센으로 환승하여 신주꾸역에 쉽게 갔다.
다시 신주꾸역에서 하네다 가기. 이제부터 참 신기한 경험이다.
신주꾸는 도쿄의 강남역으로서, 번화하고 복잡한 곳이며 7개의 지하철(국철, 사철 포함) 노선이 환승되는 곳으로 일본에서 지하철이 가장 복잡한 곳이다. 그런데~~ 매표소 앞의 노선도를 보니 맙소사! 하네다역이 안보인다. 그 복잡한 노선도에 하네다 가는 케이큐센(京急線)은 눈 비비고 봐도 없다. 하네다역이 없으니 하네다역 표를 끊을 수가 없다. 올 때 510엔이니 510엔 짜리 표를 끊고 타자 하고 지하철표 판매기를 누르는데 510엔 짜리 버튼은 없고 500엔, 530엔, ... 이렇다. 하네다역이 없으니 510엔 티켓도 없는거다. 뒤에 있는 20대 남자에게 하네다구꼬(羽田空港)에 가려는데 표를 못사겠다, 도와달라 하니까 그애도 도쿄 토박이가 아닌지 하네다가 없다, 잘 모르겠다, 하기에 올 때 시나가와(品川)에서 환승했다, 하니까 시나가와(品川)까지는 210엔이니까 시나가와(品川)까지 가라, 이런 나도 아는 소리만 한다. 역무원도 없고 기다리는 줄 늘어서있고 사람은 복잡한데 더 물어볼수도 없어서 일단 시나가와(品川)까지 가서보자 하고 210엔으로 티켓사서 다시 야마노떼센 타고 시나가와(品川)역으로 왔다. 시나가와(品川) 와서 보니 하네다행 노선이 보이는데 케이큐센(京急線)이고 화살표로 환승 안내가 되어있다. 하지만 내 티켓이 여기까지이니 일단 개찰구를 나와서 다시 매표구에 섰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하고자 하는 얘기. 여기 매표소 앞 노선도에도 하네다가 없다. 뭐야~ 아무리 봐도 없고 하네다행 표를 못끊겠다. 헐~ 마침 역무원이 지나간다. 휴~ 하고 얼른 불렀다. 얘기하니 여기서는 하네다행 티켓 못끊는다, 저리 계단 내려가면 케이큐센 개찰구가 따로 있고 그 앞 매표소에서 사라, 한다. 이게 무슨 일?? 왜 여긴 없냐 물으니 지하철 회사가 달라서 그렇다, 케이큐센은 여기서 안판다, 한다. 우리 상식으론 참 별일이다. 우리도 9호선이 사철이고 일부 경전철 등이 있지만 모두 한번에 끊고 알아서 수익을 환산해서 분배하지 도쿄처럼 아예 따로 팔지는 않은데.. 서울지하철이 그랬다간 난리가 날꺼다. 알려준대로 가보니 케이큐센 매표소와 개찰구가 있다. 매표소에 케이큐센 노선도와 역별 요금표가 그림으로 붙여있다. 하네다구꼬(羽田空港) 300엔이다. 갈 때 한번에 구매한 티켓도 510엔, 올 때 시나가와(品川)까지 210엔, 하네다까지 300엔, 합 510엔으로, 티켓값은 한번에 끊은 것과 동일하다. 참, 별일이다. 안에서는 환승이 가능한데 모든 역에서 한번에 끊을수 있게 할 것이지 왜 이렇게 불편한지. 정작 일본인들은 이런게 크게 불편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나라같이 카드 충전하거나 정액권을 사용하지 외국인같이 일반 티켓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번 경험으로 두가지가 예상된다.
먼저, 신주꾸에서 510엔짜리 표를 팔지 않는다고 530엔짜리 티켓을 사서 타고 (설사 510엔짜리가 있어서 샀더라도) 시나가와(品川)에 와서 케이큐센으로 환승해서 하네다에 내렸어도 200엔만 유효하고 310엔은 추가로 내라고 했을꺼다. 왜냐하면 신주꾸에서 구매한 티켓에는 케이큐센 운임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또 하나, 나는 하네다에서 신주꾸에 갔기에 시나가와(品川)에서 환승하는걸 알고 일단 시나가와(品川) 와서 거기서 다시 케이큐센을 타고 왔지만, 모르는 외국인이 신주꾸에서 하네다 오려면 고생할 듯 하다. 하네다역이 보이지 않으니 어디에서 환승해서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티켓도 팔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