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민통선, '꽃과 똥을 찾아서' | |||||||||||||||||||||||||||||||||||||||||||||||||
환경연합, 전문가와 함께한 동부산악지역 민통선 생태조사 | |||||||||||||||||||||||||||||||||||||||||||||||||
미디어다음 / 글, 사진 김준진 기자 3D3Dmedia_jjin@hanmail.net">3Dmedia_jjin@hanmail.net">3Dmedia_jjin@hanmail.net">media_jjin@hanmail.net&CC=&BCC=" target=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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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조사 지역의 전경
동부산악지역인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가전리 인북천 배후습지(사진 화살표)와 북한의 무산(巫山)이 보인다. 조사단은 첫날 인북천 배후습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했다. 이튿날에는 사진의 전경에서 1시간여를 더 까마득히 들어가야 하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사천리의 남방한계선 일대를 조사했다. 청정1급수를 자랑하는 인북천은 무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경을 포착한 언덕은 '개고개'로 불리며 이 곳은 불에 타 죽을 뻔한 주인을 기르던 개가 구했다는 의견(義犬)설화가 구전되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생태조사 1일차, 인북천 배후습지 일대
인북천 일대는 분지의 형태로 분단 이전에 논밭농사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환경연합 최김수진 간사는 "인북천 배후습지는 생태적인 가치에 더해 문화인류학적인 의미도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물을 좋아한다는 버드나무들이 흐르는 물에 뿌리를 담그고 있는 인북천 배후습지의 모습.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면 흔히 볼 수 있는 지뢰표지판과 사람의 출입을 가로막는 철조망. 그 뒤로 쑥부쟁이만 신나게 꽃을 지피고 있다. 여전히 산재한 미확인 지뢰 때문에 생태조사는 애초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잠시 조사단을 흥분시킨 순간이 있었다. 산양의 흔적을 보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산양지킴이' 설악녹색연합 박그림씨는 멧돼지의 발자국으로 최종 판정했다. 박 씨는 "산양은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물가로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군용차량의 바퀴 흔적과 야생멧돼지의 발자국이 대비를 이뤄 묘한 느낌을 준다.
잠시의 기쁨을 뒤로, 귀화식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군용 전술도로를 따라서 돼지풀, 달맞이꽃, 미국 쑥부쟁이, 개망초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인북천 배후 습지 주변도 마찬가지. 달맞이꽃(사진 왼쪽 아래)과 돼지풀(사진 왼쪽 위)가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다. 요통이나 신경통에 좋다는 큰 엉겅퀴의 자태가 외롭와 보인다. 귀화식물 가운데서도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골칫거리에 속한다. 돼지풀이 꽃피는 봄이면 군부대에서는 '돼지풀 박멸작전'을 벌일 정도다. 돼지풀의 꽃가루가 인체에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키기 때문. 단풍잎돼지풀은 한 술 더 떠서 주변의 풀 종류를 몰살시키고 저 혼자만 살아난다. 이른바 탁암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식물인 것.
고만이라고도 불리는 고마리(사진 위)는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주로 자란다. 어린 풀은 먹을 수 있고, 줄기와 잎은 비상시에 지혈제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의 빨간 열매는 몇 해 전부터 시중에 흔히 유통되고 있는 술의 재료인 '산사'나무의 열매다. 민간에서는 고기를 많이 먹은 뒤 소화제로 사용돼 왔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씨에서는 용담(사진 왼쪽)의 꽃을 볼 수 없다. 제가 알아서 꽃잎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용담은 그 뿌리가 용(龍)의 담(膽)처럼 맛이 써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주로 산지의 들녘에서 자란다. 오른쪽 사진의 쥐방울덩굴은 '쥐방울만하다'는 말을 금새 떠올리게 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쥐방울덩굴의 열매는 가래와 천식, 치질에 좋고 뿌리도 장염과 이질 등에 좋으며 둘 다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전술도로 옆켠에 난 배수로에서 '물매화'를 발견했다. 김태영씨는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꽃의 형체에 캐내 가고 마는 인간의 손길에 시달려 최근에는 보기 드문 꽃"이라 귀뜀한다. 물매화는 하얀색의 꽃을 피기 위해 달랑 하나인 잎을 뚫고 올라오는 특이한 모습도 보여준다.
GOP로 가는길, 드디어 '똥'을 만났다. 안타깝게도 노루의 배설물이었다. 하지만 박그림씨는 "노루는 흔히 발견된다"며 "오히려 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연환경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고들빼기는 산과 들의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그는 건조한 땅에서 꿀을 품고, 나비는 이를 일용할 양식으로 즐긴다. 이고들빼기의 어린 순은 나물로 인간의 밥상에 오르기도 한다.
GOP로 가는 길목은 험했다. 큰 산봉우리를 넘고 굽이진 계곡을 지나야 했다. 군작전도 이처럼 험한 산세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도로를 위해 형편 없이 깎여나간 백두대간을 잇는 능선의 모습은 서글프기까지하다. 김태영 씨는 "이상적인 자연숲은 큰 나무와 중간 나무, 작은 나무와 그 아래 이끼류 등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저들끼리 일정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라며 "마구 흘러내리는 토사와 절단된 봉우리가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끔찍하다"면서 한탄했다. 흘러내리는 토사 앞에 설치된 낙석주의 표지판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행태를 가늠케 한다.
생태계의 하위 구조인 이처럼 작은 이끼들은 제 아무리 잘 성숙한 포자를 머금고 있어도 한 번 흘러내리는 토사에 묻히면 번식과 생존이 불가능해 질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GOP 소초가 지척으로 보이는 을지로 정상 바위에 구절초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모양이 아름다운 구절초는 관상용으로 재배되기도 하고, 그 꽃은 술을 담그는 재료로도 쓰인다.
하루 전 못다핀 용담(사진 오른쪽)을 3중 철조망 바로 옆 계단에서 다시 만났다. 제법 화창한 날씨였기에 꽃 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담은 오전을 지나 정오가 넘어야만 꽃을 피우기도 한다. 좀닭의장풀은 개맥문동·금관초·벌개미취·골잎원추리·산바랭이 등과 함께 한국의 특산종으로 꼽히는 종이다. 이 역시 가파른 계단 옆에 위태롭게 피어있었다.
산박하(사진 왼쪽)와 산부추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우리나라 야산 등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종들이다. 산박하 꽃에서는 따로 박하향이 나지 않고 그 잎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산부추는 시장에서 흔히 보는 부추와 외견이 다르지만, 실제로는 부추맛이 난다고 한다.
조사단은 사천리에 있는 소초막사를 뒤로 하고 주변 식생을 확인하기 위해 도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날 인북천 주변보다 자연적인 생태가 완연히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조사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멧돼지도 실제로 만난 것이다. 박그림씨에 따르면 사진에 보이는 새끼멧돼지는 어미 몸집의 1/4수준으로 몸무게는 그보다 더 가볍다. 그는 "산에서 만약 새끼멧돼지를 만난다면 주변에 있을 어미멧돼지를 고려해 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누리장나무(사진 왼쪽)는 냄새가 고약해 누릿대나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냄새로 악취를 제압하기 위한 것일까. 우리 선조들은 이 나무를 화장실 옆에 주로 심어왔다. 누리장나무의 열매는 냄새와 다른 분위기로 보석 같은 느낌을 준다. 물봉선화는 산기슭의 습지에서 주로 자란다. 봉선화 종류는 '손 대면 톡하고 터지기'때문에 주로 '인내'가 부족한 것으로 여겨졌다. 영어 학명도 'Impatiens'다. 사진에 보이는 원형 부분이 조사단이 만지자 씨를 '톡' 내뱉고 말려버린 부분.
애기바위솔은 주로 습기찬 숲속 바위 위에서 자란다. 자생지는 주로 제주 인근으로 알려져 있는데 강원도에서 발견된 점이 특이하다. 애기바위솔의 꽃은 흰색으로 꽃이 피게 되면 붉은 색의 꽃밥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한 동요의 가사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그들과 다른 고추나무(사진 왼쪽)와 다래나무지만, 조사단이 길가의 풀숲에서 간간히 따먹을 수 있는 왕머루, 다래 때문에 사진여행이 절로 흥겹다. 고추나무는 잎의 모양이 고추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골짜기와 냇가에서 주로 자라는 이 나무는 주로 정원수로 심고, 그 목재는 나무못, 젓가락 등으로 쓰인다. 다래나무는 시장에서 자주 접하는 '참다래'의 할아버지격인 나무다. 주로 깊은 숲에서 자라며 맛은 참다래와 거의 비슷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