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Rembrandt(1606~1669)】 "이삭의 희생 "
이삭의 희생, 렘브란트, 1635년, 193 x 132cm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그린 종교화로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려 했던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렘브란트는 같은 소재로 여러점의 그리을 그렸으나 그 감동은 매번 달랐다. 첫 번째 작품은 렘브란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1635년, 그의 나이 30세에 그린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단호함이 돋보인다. 이삭은 꼼짝없이 뒤로 묶여 있고, 아브라함은 손으로 그의 입과 턱을 틀어막고 있다. 젖힌 목에 칼을 내려치려는 순간 천사가 그 손을 붙잡았고, 놓친 칼은 그 다급함을 보여주듯 공중에 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브라함의 표정인데 아브라함은 자신의 행위를 말리는 천사를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다. 아브라함은 전형적인 믿음의 사람 그것이며,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단호함이 돋보인다.
1635년 렘브란트는 천사의 개입으로 아브라함이 칼을 떨어뜨리는 순간을 묘사한다. 모든 빛은 장작에 누워있는 이삭에게 비추며, 아브라함은 아들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어둡게 처리된 아브라함의 신체는 아들을 죽여야 하는 그의 어두운 내면을 반영하는 듯하다. 칼이 바닥에 채 닿기도 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렘브란트의 작품은 더욱 긴장된 드라마가 느껴진다. 렘브란트는 차마 아들의 얼굴을 보며 칼을 들이댈 수 없는 아브라함의 마음을 헤아린 듯 큰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가린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른 채, 아버지의 믿음의 증거로 제물이 되어야하는 이삭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두 번째 그림은 1635년에 그린 렘브란트의 그림을 제자가 모사한 것을 1936년에 모사품을 렘브란트가 다시 만져 덧칠한 것이다.
이 두 그림 모두에서 이삭은 나무 장작더미 위에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눕혀 있고, 아비, 아브라함의 왼손이 손가락으로 이삭의 얼굴 전체를 단단히 움켜쥐고 목을 사정없이 뒤로 젖혀 누르고 있다. 광기어린 사나움과 격정을 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그림 속 아브라함의 단호한 모습 속에는 내적 움직임, 인물의 영혼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감정적인 면까지 완벽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1636년의 그림에서는 뒤편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타난 숫양이 그려져 있고 천사의 위치가 변동되었다. 천사는 아브라함의 최악의 순간을 막기하기 위해 왼쪽으로부터 날아들지 않고, 사건의 긴장이 정점에 달한 최후의 순간을 정지시키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하강하고 있다.
'빛의 화가'인 렘브란트의 명성에 걸맞게 이 작품들에 그려진 명암의 넓은 폭은 그 광경의 깊이를 재현하고, 상황의 다이나믹함은 독특한 구도로 그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 화폭에서 가장 밝은 부분으로 표현된 이삭의 몸에서는 미소년의 순결함과 함께 저항하지 않고 모든 걸 다 맡기는 듯한 순종과 청순함이 느껴진다. 빠르게 움직여야 화면을 읽을 수 있는 화면의 구도는 그 역동성을 표현하고, 그 화면의 어느 곳을 바라 보더라도 그 긴장감은 팽배하다. 뒷 쪽의 어두운 색과 앞 쪽 이삭의 몸에 밝게 표현된 색의 대비는 전체 화면의 깊이를 더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