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호텔 도시락을 들고 떼제베를 타러 리옹역으로 나온다.
바쁘게 오가는 역사 앞의 사람들 모습은 활기차다.
2층으로 된 기차인데 캐리어 들고 2층으로 잘못 올랐다가
1층으로 다시 내려오느라 얼마나 낑낑대었는지.
짐을 싣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기차여행은 참 평온하고 여유있어 좋다.
파리를 벗어나면 금방 목가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농촌 들판이 저리도 깨끗하고 이쁘다니.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젖소나 양들이 참 행복해 보인다.
스위스의 어느 역에선가 정차해 있는데
창으로 보이는 건물이 참 특이하다.
창으로 저렇게 멋진표정을 만들 수 있는거구나.
자세히 보면 발코니마다 조명등, 탁자, 화분 등으로 얼마나 개성있게 꾸며놨는지
자꾸 올려보게 된다.
포루투갈의 아줄레즈를 연상시키는 벽장식이 아주 멋지다.
무슨 관청으로 이용되는 걸까
아니면 작은 호텔쯤 될까
건물자체가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길을 잡을 것 같다.
낯선 도시는
이런 꼬마기차로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걷기에 너무 벅찬 거리라면.
지나가는 사람, 예쁜 카페,오래된 골목길, 웅장한 건물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맛이 여행의 꿀맛이지.
우체국 건물이 이렇게 예쁘다니.
베르테르가 되어 롯데에게 쓴
엽서 한장 씩 들고
매일 부치러 드나들고 싶은 소녀감성이 되살아난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살짝 둘러본 거리와 호수주변의 풍경들
처음 스위스 여행 때 사오지 못해 아쉬워했던
젖소 워낭을 사고 너무 좋아했지.
가격불문 그냥 샀다.
이쁘다.
소리도 아주아주 이쁘다.
루체른 호수에서 배를 타고 반대편 리기산을 등정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호수가 마치 바다처럼 느껴진다
수평선 없는 바다.
호숫가에 있는 호텔 정원인듯하다.
이런 곳에서 햇살 받으며 유유자적 며칠 지내고 가면
새로운 에너지로 일의 능률이 치솟을 것 아닌가.
몇몇 역에서 멈추며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우리가 탄 배는
어쩌면 베니스의 바포레토처럼
유람선이 아닌 수상버스인지도 모르겠다.
씩씩하고 명랑한 여성크루가 배를 정착시키는 모습까지
바포레토의 크루를 연상시킨다.
매번 밧줄을 한번에 던져 정확하게 걸어주는 실력에
감탄하게 한다.
여기도 호수 이쪽 저쪽을 넘나들려면 이 배를 이용해야 편리할 것 같다.
동선도 짧아지고.
리기산으로 오르는 기차역
저 Rigi 로고가 새겨진 바탕색이 얼마나 이쁜지
뭐라 표현이 안되어
그냥 리기색으로 하자 하며 저 색만 보이면
'리기색 예뻐' 하며 좋아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 역무원의 옷 빛깔도 바로 리기색
모자까지 갖추어 쓴 복장 참 멋졌는데
사진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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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글을 읽어보신 함께 여행한 선배님이
"나 아주 선명한 리기색 사진 있어."
하시며 이 사진을 보내주신다
빨간 기차와 대비되는 선명한 리기색
다시 봐도 참 리기산에 어울리는 멋진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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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톱니바퀴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해발 1800미터의 리기산으로 오른다.
오르는 내내
오스트리아에서 샤프베르겐으로 오르던 기차와
융프라우를 오르던 기차가 자꾸 연상되었다.
같은 알프스 산자락을 오르는 것이니
다를 수가 없지.
서로 찍고 찍히고
아름다운 풍광에 섞인 내 모습을 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거야.
리기산 정상에서 능선을 천천히 걸으며
참 행복해 했다.
깨끗한 구름을 담은 하늘, 저 멀리 보이는 설산, 호수, 마을, 길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내가 참 아름다운 곳에 서 있구나.
산등성이를 오르며 발견한 이 에델바이스 꽃
좀더 좋은 카메라로 정성껏 찍었으면 참 좋았을 것을
이렇게 무더기로 피어있는 에델바이스는
처음 봤다.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건 당연한 순서지.
이정표도 참 재미있다.
전문산악인과, 산책하는 이는 가는 길이 다르다는 걸 표시하는 거 아닐까?
험한 산길, 평탄한 산책길 중에
하나 선택하시오.
오늘 하루는 리기산에서 잘 놀았다.
알프스는 아름다운 봉우리들을 얼마나 많이 품고 있을까
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백두대간을 모두 정복하는 걸 목표로
열심히 산행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 곳 알프스를 품고 있는 나라 사람들도
그런 목표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등정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우리처럼 기차로 오르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이제 저녁 먹고 푹 쉴 수 있는 호텔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