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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대본 에두아르 블로, 폴 밀리에, 조르주 아르트망
초연 1892년 빈 궁정 오페라 극장
배경 1780년 부근의 어느 해 7월부터 12월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부근의 작은 도시 베츨러
<2005 빈 국립극장 / 132분 + 12분 (보너스) / 한글자막>
빈 국립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필립 조르당 지휘 / 안드레이 세르반 연출
베르테르.....젊은 시인(원작에는 23세).....................마르첼로 알바레즈(테너)
샤를로트.....대법관의 장녀(20세)............................엘리나 가랑차(메조소프라노)
소피...........대법관의 차녀(15세)............................일레아나 톤카(소프라노)
대법관........샤를로트의 아버지(최근 상처를 했다).....알프레드 스라메크(바리톤 또는 베이스)
알베르........샤를로트의 약혼자(25세)......................아드리안 에뢰트(바리톤)
그리고 대법관의 6명의 다른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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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내지 해설 / 박종호)
견습판사 생활을 하던 베르테르는 원로판사의 부탁으로 그의 장녀 샬로트의 무도회에 파트너로 따라간다. 그곳에서 그는 그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때서야 그녀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녀가 결혼을 하지만, 베르테르의 마음은 돌아서지를 못한다. 그녀의 권유로 오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베르테르는 그녀를 찾아와서 또 한 번의 뜨거운 고백과 포옹을 한다. 그를 뿌리치는 샬로트. 충격을 받는 베르테르는 집으로 가서 권총으로 자신을 겨눈다. 달려온 샬로트는 죽어가는 베르테르를 껴안고, 그는 비로소 그녀의 고백을 들으면서 죽어간다.
===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박종호>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의 흥미를 잘 살리고 있으면서도 또 마스네 특유의 새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특히 괴테의 원작에서는 마지막 베르테르의 자살 대목이 쓸쓸하게 표현되지만, 오페라에서는 그의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샤를로트를 만나서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러나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들으면서 죽어간다. 이런 것이 오페라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독일의 문학과 프랑스의 음악이 만나는 이 오페라는 소설보다도 강렬하고 음악보다도 열정적인 감정으로 우리의 가슴에 깊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걸작이 잘 공연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에는 완벽한 가창과 노련한 연기가 몸에 녹아있는 일류 오페라 가수들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에 이런 위업을 달성할 만한 대가가 누구인가?
여기서 타이틀 롤을 부른 아르헨티나가 낳은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의 서정적인 역들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가수로서, 아름다운 미성에 폭발적인 성량 그리고 탁월한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프리마 돈나인 샤를로트 역은 메조소프라노에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지만, 가창력과 음악성, 연기력, 프랑스어 딕션 그리고 외모까지 갖춘 메조소프라노는 흔치 않다. 라트비아 출신의 엘리나 가란차는 이 샤를로트 역으로 빈의 스타가 되었으며 지금은 세계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대형 메조소프라노로 성장하였다. 이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05년 빈 국립오페라 극장이다. 이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대표하는 프로덕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루마니아 출신으로서 빈의 연출계에 이미 거장으로 우뚝 선 안드레이 세르반이 연출한 이 프로덕션은 1960년대로 무대를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를 설치하여 오페라의 4개의 막이 원작처럼 여름에서 겨울로 흘러감에 따라 이 나무도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무대의 디테일은 지극히 섬세하여 출연진들의 동작은 물론이고 작은 소도구 하나까지 작품의 설명을 잘 도와준다. 과연 관객들로 하여금 막이 내릴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섬세한 연출이다. 게다가 두 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알베르 역의 아드리안 에뢰트나 소피 역의 일레아나 톤카 등의 캐릭터 역시 대단히 좋은 해석을 보여준다. 스위스 출신의 매력적인 지휘자 필립 조르당은 이제 대가의 모습이 완연한, 노련하면서도 특유의 감각적인 지휘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 영상물에는 또한 보너스 다큐멘터리 영상이 들어있는데, 여기에는 그 유명한 빈 오페라 무도회(오페른발)의 개막 장면을 수록하고 있다. 오페라나 무도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망의 대상인 빈 오페른발의 2005년 개막식에서는 당시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인 오자와 세이지 등 여러 명사들의 모습을 인터뷰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이 <베르테르> 공연의 두 주인공인 가란차와 알바레스가 게스트로 나와서 무도회를 앞둔 선남선녀들 앞에서 스페인의 사르수엘라의 노래를 정열적으로 들려주니, 말 그대로 보너스 선물이 담겨 있는 셈이다.
=== 작품해설 === <내지 해설 / 박종호>
쥴 마스네(Jukes Massnet, 1842 ~ 1912)
베르테르
나는 살았고, 사랑하였고, 고통스러웠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많은 작품들이 오페라로 만들어졌듯이, 그의 가장 낭만적인 작품이라 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마스네가 쓴 오페라 <베르테르>는 프랑스 리릭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며, 또한 <마농>과 더불어 마스네 오페라의 정수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감동적인 수작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괴테가 표현했던 샬로트와 베르테르의 사랑을 참으로 감각적이면서 또한 설득력 있게, 그리고 원작의 위상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또한 문학과는 다른 품격을 갖춘 또 하나의 명 '베르테르'인 것이다.
그렇다고 <베르테르>를 마스네가 처음 쓴 것은 아니었다. 이미 1792년, 그러니까 괴테의 원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된 1774년보다 20년이 채 되지 않아서 독일의 크로이체르가 <샬로트와 베르테르>를 작곡하여 처음으로 괴테의 이 작품을 오페라화하였고, 이어 1814년에 이탈리아의 코치아가 역시 <샬로트와 베르테르>라는 같은 제목의 이탈리아어 오페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두 작품은 다음에 나타난 프랑스어로 된 오페라 <베르테르>에 대표적인 오페라의 위치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1886년 이미 전작 <마농>을 위시하여 <르 시드>와 <에스클라르몽드> 등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부상한 마스네는 파리의 출판업자 아르트망 등과 함께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관람하기 위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로 떠났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도중에 일행은 프랑크푸르트 부근의 소읍(小邑)인 베츨러에 들렀고, 거기서 아르트망은 마스네에게 바로 그 베츨러를 배경으로 하여 썼던 괴테의 작은 소설 한 권을 선물하였다.
그 선물에 마스네도 놀랐으니, 사실은 이미 몇 년 전, 정확히는 1880년경부터 마스네의 마음속에는 이미 베르테르의 오페라화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되었건 아르트망의 선물이 마스네의 마음을 더욱 고무시켰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스네는 일행들과 함께 있던 베츨러의 한 맥주집에서 취객들의 소란과 자욱한 담배 연기를 배경으로 하면서 베르테르의 한 대목을 펼쳐 읽었다. 그 대목은 바로 그가 쓴 오페라 속에서도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결정적인 대목으로서 바로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베르테르가 샬로트 앞에서 오시안의 시를 낭독하는 부분이다. 이때 마스네 역시 목청을 높여서 자신의 감동을 그 시의 울림에 담아냈으니, 그것은 바로 <베르테르>중의 최고의 아리아 '어찌하여 나의 잠을 깨우는가, 봄바람이여'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대본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어 대본가 에두아르 블로와 폴 밀리에가 괴테의 원작을 프랑스어로 개작하였으며, 나중에 출판업자 조르주 아르트망이 여기에 자신의 이름을 더했다. 물론 여기에 마스네의 작곡이 더해졌던 것이고, 이렇게 해서 명작 오페라 <베르테르>가 탄생하였다.
그러나 초연에는 우여곡절이 따랐으니, 처음 이 작품을 초연하기로 계획되었던 오페라 코미크 극장이 화재로 다 타버리는 사고가 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마스네의 야심작은 한동안 작곡가의 서재에서 잠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초연의 기회는 프랑스가 아닌 외국에서 찾아왔다. 즉 <마농>의 빈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자, 그곳에서 마스네에게 신작을 상연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베르테르>는 1892년 빈 국립가극장에서 초연하게 되었다. 빈의 초연에서 베르테르 역은 당시 <파르지팔>과 <로엔그린> 등에서 최고의 바그너 테너로 유명하던 바이로이트의 스타인 벨기에 출신의 에르네스트 반 디크가 맡았다. 샤를로트 역은 이전 <마농>의 빈 공연에서 성공을 거둔 소프라노 마리 르나르가 그 역할이 메조소프라노 임에도 불구하고 맡아 열창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파리 공연은 이듬해에 당시 오페라 리리크를 임시 극장으로 이용하던 오페라 코미크에 의해 올려졌다. 이후 이 작품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애호받는 프랑스 오페라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1902년에 마스네는 스스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베르테르 역을 테너가 아닌 바리톤으로 바꾼 개정판을 쓰게 되었는데, 마스네는 오페라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베르테르 캐릭터의 어두운 스타일이 바리톤의 울림에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마스네는 당시 베르디 작품의 해석가로 온 유럽에 명성을 떨치던 프랑스의 대 바리톤 빅토르 모렐을 위해 바리톤 버전의 개작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모렐이 이 작품의 초연을 해줄 수 없음을 안 마스네는 이탈리아 바리톤 마티아 바티스티니의 음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완성하였다. 그리하여 발표된 작품은 오리지널 테너 버전과는 상당히 다른 바리톤만의 특유의 라인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오페라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개정판을 흔히 '바리톤 베르테르'라고 부른다. 마스네의 생전에도 '바리톤 베르테르'는 제법 공연이 올려졌었지만, 요즘에는 작곡가의 수고에 비해서 이 바리톤 판 공연이 너무나 드물게 실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간단하고 뻔한 스토리이지만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적신 작품이다. 줄거리를 도식화하자면 참으로 단순하다. "남자1은 여자1을 사랑하지만, 여자1은 남자2와 결혼한다. 그래서 남자1은 자살한다." 이 간단한 이야기를 최고의 명작으로 만든 것은 괴테의 감각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소설이 괴테 자신의 젊은 날의 경험담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은 사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법률가인 아버지의 권유로 법대를 나온 괴테는 고향 프랑크푸르트에서 50킬로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베츨러에서 판사 시보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샬로트 부프라는 이름을 가진 한 유부녀에 대한 연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시보 생활이 끝남과 함께 그는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고 그때의 열기도 함께 식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괴테는 신문에서 한 기사에 눈이 간다. 그 기사는 한 청년이 유부녀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고민하던 끝에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기사를 읽은 괴테는 베츨러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그 때의 베츨러의 환경과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되었을 때의 반향은 괴테 스스로도 놀랄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유럽을 휩쓴 이 소설의 여파로 많은 젊은이들이 베르테르를 흉내내어 시집(詩集)을 들고 다니면서 센티멘털해졌고 소설처럼 노란 조끼에 푸른 프록코트가 온 유럽에서 대유행하였다. 심지어는 염세적인 권총자살이 유행하여 유럽에서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베르테르를 따라서 권총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때의 대사건을 심리학적으로 '베르테르 신드롬'이라 부르는데 거의 모방자살의 기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 오페라의 초점은 당연히 베르테르란 젊은이인데 사실 오페라에서는 문학보다도 더욱 베르테르의 심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도 베르테르를 맡은 테너는 무려 네 개의 아리아에 두세 개의 2중창으로 시종 열창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프랑스 오페라의 대표적인 많은 테너들이 베르테르 역할에 애착을 보였다. 대표적인 베르테르로는 역사상 최고의 베르테르인 알프레도 크라우스를 비롯하여 니콜라이 게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이 불세출의 명 베르테르들이었다. 현역 중에서는 최고의 명반을 남긴 로베르토 알라냐를 필두로 마르첼로 알바레스, 롤란도 비야손 등이 일류 베르테르들이다. 그 외에 특기할 것으로는 실제 오페라 무대가 많지 않은 안드레아 보첼리가 오페라하우스에서 <베르테르>를 공연하였으며, 바리톤으로는 토마스 햄슨이 '바리톤 베르테르'에 심취하였다.
샤를로트 역은 베르테르에 비하여 노래가 적지만 그녀의 내밀한 심리적 표현 때문에 역시 일류 가수가 아니면 제대로 된 공연을 완성시킬 수가 없다. 특히 이 역할은 메조소프라노의 배역이기 때문에 많은 메조소프라노들이 이 역에 관심을 보여왔다. 줄리에타 시묘나토, 타티아나 트로야노스, 리타 고르, 브리기테 파스벤더, 데니스 그레이브스, 수잔 그레이엄, 엘리나 가란차 등이 무대에서 좋은 샤를로트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 매력있는 역은 초연때처럼 소프라노들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서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나 안젤라 게오르규 같은 프랑스 오페라에 정통한 소프라노들도 <베르테르>의 명반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 작품해설 === <2011년 2월 2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1932~2014)> 내 마음의 아리아 마스네, 베르테르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음유시인의 시집에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달콤한 아리아 1851년 런던에서 제1회 만국 박람회가 개최되어 각국의 산업·문화 교류가 빈번해지고 생활수준도 향상되는 가운데 시민 계급의 취미도 다양화되어간다. 19세기는 낭만주의에 대한 동경도 크게 부풀은 시대였다. 이와 같은 ‘낭만주의의 극치’라고 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은 큰 지지를 얻었다. [베르테르]의 모델은 괴테 자신과 그의 친구이며 남의 아내와 못 이룰 사랑을 하다 자살한 예루살렘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즉 호후만(호프만, 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과는 다른 형태로 “사랑을 예술의 토양으로 삼을 줄” 알았던 괴테와 “죽는 일이 낭만의 성취”라고 생각하는 예루살렘의 이면성(二面性)이 갖추어진 인물이다. 괴테는 자기투영이라기보다 친구 예루살렘에 대한 헌사(獻辭)를 담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지 않았을까? 베르테르는 같은 시인이라도 “사랑에 의해 눈물로 성장(成長)한다” 식의 건설적인 사고회로를 가지지 못하고 사랑에 취한 나머지 파멸의 길을 가는 인물이다. 제3막의 아리아 ‘(오시안의 노래)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를 남의 아내 샤를로트(Charlotte)에게 노래하여 들려주고 일부러 샤를로트의 남편 알베르의 권총을 빌려 자살하는 따위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뻔뻔하고 음습(陰濕)한 느낌마저 든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이 [베르테르]이며 블로(Edouard Blau), 밀리에(Paul Milliet) 그리고 아르트만(Georges Hartman)이 전4막의 대본으로 썼다. 한가지에만 골몰한 한 독일 청년의 사상을 캐고 들어간 이야기라기보다는 마스네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채색된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가 되었다. 그 불란서적인 섬세함에 그만 심취하고 만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 1780년대 독일 후랑크후르트(프랑크푸르트)의 교외이다. 대법관의 딸 샤를로트(Charlotte)는 여동생 소휘(소피, Sophie)에게 집을 맡긴 뒤, 찾아온 사촌 오빠 베르테르(Werther)와 무도회에 간다. 그들이 나간 동안에 샤를로트의 약혼자인 알베르(Albert)가 반년 만에 돌아왔음을 알고 베르테르는 실망한다. 알베르와 샤를로트 부부를 보고 베르테르의 고민은 계속되지만, 알베르는 우정(友情)을 보이며 소휘와 결혼하라고 암시한다. 베르테르는 샤를로트를 잊지 못해 그녀에게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샤를로트가 감정에 흐르지 않고 이성적(理性的)으로 대하므로 베르테르는 절망하고 그녀와의 영원한 결별을 결심하며 소휘에게 그 뜻을 말하고 가버린다. 샤를로트는 충격을 받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행을 떠난 베르테르로부터의 ‘사랑의 편지’를 받아보고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그때 창백한 얼굴로 베르테르가 들어온다. 격렬한 사랑의 고백을 듣고 샤를로트는 감동한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의 처지를 깨달은 그녀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다. 자살을 결심하는 베르테르. 여행을 떠나므로 권총을 빌려달라는 베르테르의 메모를 받은 알베르는 하인에게 주게 한다. 불안해진 샤를로트가 그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녀가 베르테르의 방에서 본 것은 죽어가는 그의 모습이다. 사람을 부르려고 하는 그녀를 제지하고 그대로 보내 달라, 그리고 골짜기에 묻고 남모르게 성묘를 해달라고 말한다. 사랑을 고백하는 샤를로트. 밖에서는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크리스마스 이브에 샤를로트를 찾아간 베르테르가 책상 위에 있는 [오시안의 시집]을 펴고 그 시에 마음을 담아, 하프의 분산화음(分散和音)으로 감싸인 채 노래하는 달콤한 아리아이다. 오시안(Ossian)은 3세기경의 장님 노시인(老詩人)이며 그가 쓴 고졸(古拙)하고 신비스런 담시(譚詩)를 스코틀랜드의 시인인 맥훠슨(맥퍼슨, James Macpherson, 1737-96)이 발견하고 영역(英譯)하여 전 유럽에 선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괴테는 학생시대에 심취하여 독일어로 번역했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번역한 [오시안의 노래]몇 장(章)을 읽어준다. 고대 영웅의 예스런 싸움과 사랑 이야기이며 꽤 긴 그 시에 샤를로트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베르테르는 그녀를 한층 부추기듯이 끝에 가서 낭독하는 것이 “어째서 봄바람이여”라는 단시(短詩)이다. 늙은 음유시인 베라송이 죽기 전에 자기 자신을 노목(老木)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의 일절(一節)이지만, 대본의 시에서는 이들 전제(前提)와 비유는 뒤에 미루어 놓고 있다. 청년이 자기동일화로 노래하는 가사로서는 당연한 조치이며 묘지에 누운 자가 자기가 죽은 뒤에 찾아오는 자를 향해 노래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음반 및 DVD [CD] 쁘레트르 지휘, 파리 관현악단(1968-69) 겟다(T) EMI [CD] 쁠라송 지휘, 런던 휠하모니 관현악단(1979) 크라우스(T) EMI [CD] 데이비스 지휘, 코벤트가든 왕립 가극장 관현악단(1980) 카레라스(T) Philips
내 얼굴에 미풍은 부드럽게 와 닿지만,
허나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우수(憂愁)의 시간은 다가온다!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내일 방랑자는 이 골짜기를 찾아와,
나의 지난날의
영화(榮華)에 대한 추억은 찾은들
내 영광은 여기 없고
남은 것은 오직 애수(哀愁)와 비참 뿐!
슬프다!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맑은 미성(美聲)의 겟다(Nicolai Gedda), 원숙한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 los Angeles) 그리고 소와이에(Roger Soyer), 메스플레(Mady Mesple) 등 전성기의 불란서 가수들, 여기에 쁘레트르(Georges Pretre)의 명암이 분명하고 다이내믹한 음악 설계도 치밀하여 서정미를 살리면서 드라마틱하게 진행한다. 마스네의 극적이며 서정적인 오페라를 충분히 맛보게 해준다. 특히 3,4막에서의 음악적 고양(高揚)과 마지막 막이 내릴 때의 긴박감은 이 오페라의 뛰어난 면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명연주 녹음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크라우스(Alfredo Kraus)의 배역 중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베르테르 역은 원숙기의 에풍(藝風)을 담고 있다. 공연한 트로야노스(Tatiana Troyanos)가 또한 절묘한 샤를로트 역이며 마누구에라(Matteo Manuguerra)와 함께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쁠라송(플라송 Michel Plasson)이 그들을 아름다운 음향으로 감싸며 드라마를 전개하여 듣는 이의 자자한 입소문을 일으켰던 음반이다.
데이비스(Colin Davis)의 지휘는 경질(硬質)의 음악으로 진행하면서 드라마와 서정의 균형을 뛰어난 솜씨로 이끌어 나간다. 카레라스(Jose Carreras)의 베르테르는 크라우스 보다도 젊은 반면 원작에서 이어받은 역할의 성격을 좀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이 있다. 그 대신 슈타데(Frederica von Stade)는 성숙한 향기를 담고 있으며 감수성이 풍부하게 노래한다. CD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샤를로트이다.
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2권, 박종호> ★★★
최근에 나온 뛰어난 <베르테르> 영상으로, 이 오페라의 유일한 전곡 무대 공연 실황이다. 마르첼로 알바레스(베르테르 역)와 엘리나 가란차(샤를로트 역) 두 가수의 적극적인 연기와 빼어난 가창이 돋보인다. 알바레스는 시원한 발성과 열정적인 연기로 역할을 잘 수행한다. 가란차도 발랄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모두 보여주는 독특한 연기를 펼쳐 샤를로트의 캐릭터로 손색이 없다. 필립 조르단의 지휘도 상당하다. 무대 가운대 커다란 나무를 배치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 연출과 60년대풍의 무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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