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바뀐 지역 국제영화제들 제천시장 "존폐여부 따져볼 것"… 구청장 구속된 충무로영화제, 위원장권한대행이 이끌어가 "영화제 키울 의지 강하다" 부천은 신임시장 환영
신임 자치단체장을 맞이한 각 지역의 국제영화제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임 시장이 영화제 존폐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가 하면, 새 구청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조직위원장 없이 행사를 치러야 하는 영화제도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된 국제영화제 가운데 올해 개최를 앞둔 것은 부천, 제천, 충무로, 부산영화제(개최일자 순)다. 이들 중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 이번 선거로 모두 바뀌었다.
▲ 청풍호반 무대에서 열리는 제천영화제 개막식의 작년 풍경. 이 영화제의 상징적인 장면이지만 신임 제천시장측이 경제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개막식 장소를 옮기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최명현 신임 제천시장(한나라당)은 지난달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12~17일)에 대해 "작년 16억원을 들였지만 지역홍보만 반짝했을 뿐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올해 행사를 마친 뒤 여론을 수렴해 존폐 여부를 냉정하게 따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 시에서 지원했던 셔틀버스나 행정 인력을 올해부터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개막식 장소도 현재의 청풍호반이 도심에서 너무 멀어 경제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의림지로 옮기겠다는 말도 시장 측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일단 올해 행사를 치르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으나, 내심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로 빠르게 자리 잡아온 행사를 경제논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명대가 연구·조사한 결과, 작년 제천영화제를 찾은 외지인들이 현지에서 쓴 비용은 총 36억여원에 달해 경제효과도 높다고 주장했다. 작년 제천시가 영화제에 내놓은 예산은 5억5000만원이었다. 조성우 제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자치단체와 갈등이 심해져 영화제의 성격이 바뀔 위기에 처하면 불가피하게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로국제영화제(9월 2~10일)의 조직위원장인 박형상 신임 중구청장(민주당)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돼, 현재 직무정지 상태다. 박 구청장은 최근 법원에 보석 신청을 냈으나 이마저 기각됐다. 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11월에나 내려질 전망이어서, 올해 충무로영화제는 전귀권 부구청장이 조직위원장권한대행 자격으로 이끌어가게 됐다.
▲ 올해 4회째를 맞은 충무로영화제는 조직위원장인 신임 중구청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권한대행 체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충무로국제영화제 제공
박 구청장은 영화제에 호의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신임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수용 감독을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는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수감 상태에서 영화제를 비롯한 구정보고를 받고 있다. 정초신 충무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신임 구청장이 구 의회에 출석해 영화제에 힘을 실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15~25일)는 김만수 신임 부천시장(민주당)의 취임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 시장은 부천영화제를 더 키워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정화 부천영화제 사무국장은 "요즘 시와 영화제 사이에 의사소통이 부쩍 원활해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허남식 시장(한나라당)이 재선된 부산국제영화제(10월 7~15일) 역시 환영 분위기. 특히 허 시장은 부산 센텀시티에 건설 중인 대규모 영상센터 '두레라움'의 성공적 개관에 대한 의지가 강해, 영화제의 기대가 크다.
지자체가 영화제를 평가할 때,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영화계는 지적하고 있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과 교수는 "부산이나 부천은 모두 영화제를 비롯한 문화 행사들을 통해 소비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문화적 도시로 거듭났다"며 "신임 단체장이 영화제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는 있으나, 경제논리로만 판단해 존폐를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