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건망증 / 나영민]
매사 신중했는데
매사 챙겼었는데
무엇이 꼬여 엇박자인지
혼잣말로
궁시렁궁시렁
알 수 없는 내용을 쏟아낸다
어머님
왜 그러십니까
자초지중을 되 물어보는 건
알아야
도움이 되고 길이 생기니
내 부모를 바라보는 애련함이었다
열쇠를
발목에 끼워놓고
열쇠를 찾다가 휴대폰까지
누군가가 훔쳐 갔다고 상기된 얼굴
엊박자를
조근조근 풀어가는
과정에는 다정한 언어속에
사르르 녹는 마음의 안식처가 있다
l해설l
여보! 내 휴대폰 못봤어?
금방 식탁에서 사용했잖아!
근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어서 전화 좀 해봐!
여보 음식물쓰레기 카드 못봤어?
분명 어제 쓰레기 비우고 가져왔는데 오늘 카드 놓인 곳에 없네! 당신이 오늘 사용했어?
아니 난 그 근처 가보지도 못했는데...
그리고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됩니다(ㅋㅋ)
일주일에도 이런 일들이 몇 번씩 일어나고, 우리 부부는 매일 매일 작은 전쟁을 치르며 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하루는 “나이 들고 병이 생겨도 절대 치매는 걸리지 말자”고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병실에서 치매 증상이 심한 환자를 보았던가 봅니다. 그래서 위의 일상적인 작은 건망증 현상이 있을 때마다 그 말을 되뇌며 스스로 치매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치매는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건망증은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꺼내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망증은 약속을 몇 시에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이고, 치매는 약속 한것 자체를 잊어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또 상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만큼 슬프고 아픈 일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이 치매에서 벗어나길 두 손 모으며 기도해 봅니다. 효녀 나영민 시인님을 응원합니다.
- 맹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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