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안석화씨는 힐튼호텔 홍보책임자로 있다가 서른여덞의 나이에 미국유학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 JWT, 싱가폴항공, 오길미 앤 매더 등에서 활동하며,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써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유학의 성공은 초기 3개월에 결정된다.
무엇을 성취하고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목표 없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는 마치 군인이 총과 무기 없이 전쟁터로 나가며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어렵게 마련한 학비를 낭비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거니와, 유학은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위한 투자이고 소중한 시간과 맞바꾸는 대가이므로 분명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유학을 떠나기 전 다음과 같은 실리적 목표를 세웠다.
첫째, 10년 남짓한 직장생활속에서도 속 시원히 터득할 수 없었던 마케팅에 대해 밑바닥부터 배우겠다.
둘째,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어느 조직에 소속되든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간부급 혹은 중역급 관리자의 자리에 오를 것이므로, 성공적인 인사관리에 관해 배우겠다!
셋째,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영어회화 실력도 늘리고,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문화를 마음것 경험해 보고 싶다!
2년여라는 짧은 유학생활 동안 세 번째 목표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내가 그 유학기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좋은 성적을 받거나 석사학위를 따왔다는 결과에 만족해서라기보다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잇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유학’이라는 결정은 마치 ‘잭팟’을 터뜨린 것과 같은, 내 생애 가장 흥분되고 성공적인 사건이었다. 유학은 내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 말하자면 한 사람의 세계화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부분의 중요한 요소들을 터득하게 해 준 기회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국가나 민족, 그들의 새로운 문화에 눈과 귀와 마음을 열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몇 년이 지난 후 외국에서 근무하여 돌이켜보니, 이 기간이야말로 세계인으로서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귀중한 전초전이 되었던 것 같다.
비장한 각오로 시작한 유학생활이었지만, 초기 3개월간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이어졌다. 대학을 졸업한 후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공백은 이내 현실의 높은 벽으로 다가왔다. 강의 노트는 어떻게 정리하고 예습과 복습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막막했다. 어디 그것뿐이야, 교수님들의 강의를 알아듣는 것도 힘들었지만, 특히 수업이나 시험 방식 등이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쩔쩔맬 수 밖에 없었다.
“안 차장님, 그렇게 공부하면 언제 끝마치고 귀국할지 몰라요.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정신 바짝 차려서 공부해야 돼요.”
유학와서 치른 첫 시험 ‘팝퀴즈(예고 없이 보는 시험)’에서 다섯 문제를 보기 좋게 모두 틀려버린 내게, 힐튼 호텔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는 안타까움 섞인 충고를 해 주었다. 후배의 진심 어린 충고는 적응하기 어려웠던 초기 유학생활을 다잡는데 큰 자극이 되었다.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주체적인 의지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한국에서의 안석화를 모두 지우고, 늦깎이 유학생 안석화로 거듭나야 했다.
그날 이후 정신무장으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나는 후배를 통하여 유학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조금씩 터득해갔다. 그리고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부랴부랴 녹음기도 장만했다. 내 영어 실력으로 솔직히 강의 내용을 절반 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유학생들처럼 모든 강의를 녹음해 시간이 날 때마다 듣고 또 들었으며, 그것을 노트에 정리해 가면서 공부했다. ‘아니, 노트는 수업중에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종종 이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짓기도 했지만, 별다른 뾰족한 공부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약 3개월을 하고 나니 어느 덧 공부에 자신감이 붙었고, 어떤 시험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들은 후에 외국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긴박한 경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를 추스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아주 귀한 가르침이 되었다. ‘무조건 꾹 참고 3개월만’ 혹은 ‘모든 문제는 3개월 안에 해결한다’와 같은 나의 목표의식들은 모두 유학초기에 터득한 것이다. 나는 유학생활이든 매몰찬 프로의 세계에서든 눈 딱 감고 3개월만 온갖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터득했다. 나는 ‘3’이라는 숫자를 아주 좋아한다. 내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이끌어 주었으므로…
공부에 자신이 붙을수록 유학을 떠나기 전에 결심했던 3가지 목표를 계속 되뇌이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늘 지니고 다니는 다이어리의 첫 장과 기숙사 책상 앞에 목표를 적어놓고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했다. 예전에 대학 입시를 앞두고 각오를 다질 때처럼 말이다. 대학 시절 불행히도 학업의 묘미를 알지 못했던 나는 마치 봇물이 터진 듯, 유학 기간 동안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도서관 문을 닫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몇몇 골수파 공부벌레 유학생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어느 정도 가속도가 붙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인내심만 발휘할 수 있다면 다른 장애 변수는 거의 없어지고, 설령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의지력에 따라 조정할 수 있으므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유학생활의 세 번째 목표인 외국인 친구 사귀기는 시간이 갈수록 어렵게만 느껴졌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되긴 했지만, 그보다는 그들과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나보다 한참 나이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나 가치관 차이 등으로 인해 깊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지금도 이 점은 유학생활의 아쉬웠던 부분으로 남아 있다.
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에 따라 가치관과 경험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반박할 의사는 물론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유학은 젊은 시절에 꼭 한 번은 시도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막연히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데만 목적을 둘 것이 아니라, 실리적인 목표를 세운 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얻어올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게 유학의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진다면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내가 배워올 지식이 우리 사회 혹은 인류에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볼 것 같다. 또한 유학을 가기 위해 선택한 곳이 목표를 이루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곳의 교육 방법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를 찾아 최대한 경험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진정한 세계인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진 젊은이들에게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두려워 말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도전이 없으면 결코 이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안석화 [너의 무대를 세계로 옮겨라] 中에서 -
첫댓글 안석화씨를 티비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멋지시더군요,,, 저도 같은 여자로써, 그 길을 따라가 볼래요. 3개월만 참고 화이팅 1!!
저는 저 실리적 목표에 한가지에 해당되는데 한가지만 해당되는데도 성공할수있나요?
어떤 목표던지 구체적인 것이 있다면 좋을 듯 해요. 성취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리적이란 건 어떤 의미인지,, 약간 추상적인 느낌은 있네요... 가능하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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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읽구 있는데.. 더더더 유학가고 싶은 생각뿐.. ㅎㅎ
나도 이책 샀는데 ㅎㅎㅎ 아직 시험기간이라서 못읽었지만 +_+ ㅋ
진짜 미치도록 와닿아요 , 반해버렷어요♡ 적당한 자극속에 , 꿈의 대한 각오 , 다시한번다집니다, 정말너무 미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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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이 책 사서 읽었는데 또 다시 보니 새롭게 다짐을 하게 되네요.
너무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