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성당
-장이태 경환 프란치스코 신부님
손택수
사이프러스는 끝이 살짝 휘어져 있다
누가 촛불 끄듯 훅 바람을 부는 모양이지만
하늘로 휘어진 끝을 붙들고
나무는 고요하게 탄다
명동성당 예비신자 교리교육 시간
아내와 함께 나는 스페인 몬세랏 성당 오르는 길에 만난
사이프러스를 생각한다
사람들이 나무 한 그루 앞에서도 무릎 꿇고 참배할 수 있다면,
나무들의 전도서를 들으며 기도할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가 聖地가 아닐까
사이프러스가 있기에 하늘도 깊이를 지닌다
나무 아래 있으면 하늘은 높은 것이 아니라 깊어서,
하늘을 파고든 사이프러스
면봉처럼 하늘 귀를 부드럽게 후벼주면
들리지 않는 새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다
지중해 빛깔로 검푸른 수단을 입은 나무
귀가 환해오면 나는, 멀리 있는 사이프러스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거라 생각한다
촛불을 켜고 오직 한 곳을 향해
기도를 드리는 거라 생각한다
-2012년 <현대시> 4월호
첫댓글 음..천천히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글 같아요..
음음... 좋은 시 감사합니다.
사이프러스 나무 천재화가 고흐가 좋아하는 나무였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