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음식
‘한국의 맛’은 유럽에도 있다
- 유럽의 3대 진미라고 하면 거위간(푸아그라), 철갑상어알(캐비어), 그리고 송로버섯(트루펠) 요리를 꼽는다. 푸아그라는 거위를 기르면서 인공적으로 간을 붓게 하여 요리한 것으로 프랑스의 것을 최고로 친다. 캐비어는 옛날부터 유럽의 왕실에서 먹던 요리이며 카스피해산을 으뜸으로 친다. 송로버섯은 떡갈나무 숲에서 자란 버섯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야생에서 송로버섯을 발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채취할 때는 암퇘지를 이용한다고 한다. 암퇘지가 송로버섯의 냄새를 수퇘지로 알고 잘 찾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 이런 비싼 요리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럽의 요리 중에서 독일의 소시지는 우리나라의 순대와,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는 자장면과 외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의 소시지는 우리 것보다 맛이 짠 편이며 스파게티는 너무 느끼하다. 이외에도 유럽의 음식 중에는 우리와 모양이 비슷한 것이 몇 개 있다. 물론 맛까지도 우리 요리와 비슷하며 다행스럽게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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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유럽 음식을 즐기는 독일 식당의 손님들. / photo 이용규
- 독일 족발, 학세(Haxe) 돼지 넓적다리 삶아 소스 바른 후 오븐에 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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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전통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켜보면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무척 많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떤 때는 한 사람 분만 시켜서도 두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독일의 음식은 질보다 양을 중요시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맛있고 고급스런 음식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 지난 2년여간 생활하면서 독일의 전통음식 중에서 특별히 맛있다고 기억나는 것은 없다. 독일에 있는 고급 식당에 가더라도 값비싼 음식은 대부분 프랑스나 이탈리아 요리인 경우가 많다.
독일을 대표하는 전통 요리로는 소시지를 들 수 있다. 이곳에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한 소시지가 많다. 돼지의 간을 이용해 만든 것도 있고 송아지 고기를 이용한 소시지도 있다. 음식점에 가서도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 요리를 시켜서 먹을 수 있으며 길가 가게에는 빵을 반으로 갈라 가운데에 소시지를 넣어 파는 패스트푸드가 흔하다.
독일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는 돼지고기와 감자이다. 소시지와 햄, 돼지갈비구이, 학세 등은 주로 돼지고기를 이용하여 만든다. 독일에는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반드시 소시지와 햄이 있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또한 이곳에는 감자가 아주 흔하고 품질도 좋다. 식당에서 독일 요리를 시키면 대개 감자튀김이나 으깬 감자요리가 곁들여 나온다.
우리 입맛에 제법 맞는 독일의 대중요리를 고른다면 바로 학세(Haxe)를 들 수 있겠다. 학세는 돼지의 넓적다리 부위를 삶은 다음 소스를 발라 오븐에 구운 요리이다. 우리나라의 족발 요리와 모양도 맛도 비슷하다. 다만 학세는 돼지 족발을 사용하지 않고 족발보다 위쪽인 정강이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학세 요리는 우리나라의 족발처럼 잘게 썰어서 나오지 않고 정강이 부분 전체가 통째로 구워져서 제공된다. 이를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여 잘라 먹는데 살코기도 맛이 있지만 겉껍질도 쫄깃쫄깃한 게 아주 그만이다. 우리가 족발을 먹을 때 절인 배추나 김치와 함께 먹는 것처럼 이곳 사람들도 학세를 절인 양배추(자우어크라우트)와 같이 먹는다. 우리나라 족발은 식은 다음에 먹어도 별 문제가 없지만 학세는 가급적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좋다. 식으면 너무 팍팍할 뿐 아니라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스페인 해물볶음밥, 빠에야(Paella) 김치찌개처럼 흔해… 냄비 바닥 누룽지 먹는 것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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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위크지(2008년 5월 5일자)에 의하면 스페인은 프랑스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이다. 그만큼 매력이 많은 나라다. 스페인에는 프랑스 요리에 못지않은 맛있는 요리가 많은데 특히 해물요리가 발달되어 있다. 스페인 요리 중 대중적인 요리가 바로 ‘빠에야’이다. 우리나라의 비빔밥이나 김치찌개처럼 아주 흔한 요리이며 일반 가정집에서 자주 먹는 요리이다. 이는 큰 프라이팬에 먼저 해물과 야채를 볶은 다음 쌀과 육수를 넣어 끓여서 만든다. 여기에는 ‘사프란’이라는 향료를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쌀이 노란색으로 변한다. 원래 발렌시아 지방에서 유래했으며 빠에야란 ‘뚜껑이 없는 냄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빠에야는 해물 국물에 쌀과 해물 등을 넣고 밥을 짓는 방식으로 만든다. 따라서 미리 지어진 밥에다가 나중에 야채나 해물을 넣고 철판에 볶는 우리의 볶음밥과는 요리 방식이 다르다.
요즘은 다양한 재료와 색을 넣은 빠에야가 있는데 예를 들어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검정색 빠에야도 있다. 또한 해물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토끼고기, 달팽이 등을 넣은 빠에야도 있다. 빠에야 요리를 하게 되면 밑부분이 눌거나 타게 되는데 이를 ‘소까라다’ 라고 한다. 볶음밥에서 나오는 누룽지인데 우리들이 누룽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스페인 사람들도 빠에야 누룽지를 무척 좋아한다.
빠에야는 맛이 우리나라의 해물 철판볶음밥과 비슷한데 스페인을 여행할 때면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이를 주문하여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된장찌개처럼 스페인 사람들이 평상시에 즐겨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다른 스페인 요리를 모를 경우 식당에서 빠에야를 시키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에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빠에야를 접할 수 있다.
헝가리 육개장, 굴라시(Goulasch) 쇠고기와 갖은 야채 넣은 수프… 목동들 음식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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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에 가면 우리나라의 육개장과 거의 비슷한 ‘굴라시’(헝가리에서는 ‘구야시’라고 부른다) 수프가 있다. 굴라시는 쇠고기를 썰어 넣은 다음 양파, 감자, 피망, 토마토 등을 넣어 끓인 국이다. 하지만 이곳의 다른 수프와 달리 우리나라의 고추에 해당하는 파프리카를 넣기 때문에 맛도 얼큰하고 색도 붉은색이다. 굴라시는 원래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던 목동의 음식에서 기원하였으며 이름도 ‘Guly쮅s(목동)’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헝가리의 요리에는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과 비슷한 것이 많다. 원래 헝가리인(마자르족)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이었는데 이들 음식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다만 이들은 굴라시 수프를 밥과 먹지 않고 빵과 함께 먹는다.
굴라시는 국물을 많이 넣어 본요리 이전의 수프로 먹기도 하고 건더기를 많이 넣어서 본요리로 먹기도 한다. 원래 헝가리에서 기원하였으나 요즘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만약 굴라시를 파는 식당에서 쌀 요리를 함께 판다면 굴라시를 주문하면서 밥을 한 그릇 주문하면 된다. 그러면 맛있는 육개장 밥을 유럽에서도 먹을 수 있다.
유럽의 두릅, 아스파라거스(Asparagus) 5월이 제철, 물에 데쳐 소스에 찍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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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유럽에도 우리나라의 두릅 혹은 죽순 요리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바로 ‘아스파라거스’ 요리이다. 아스파라거스는 남유럽이 원산지인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막 자란 이 식물의 순을 잘라 물에 데쳐서 먹는데 그 재료나 맛이 우리나라의 두릅과 유사하다. 사람들은 멀리 그리스 로마시대 때부터 아스파라거스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특히 이는 피로회복 및 강장정력제로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즐겨 먹는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유럽 어디에서나 아스파라거스를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두릅보다 값이 저렴하여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구입하여 먹는다. 독일에서는 흰색을 주로 먹으나 프랑스에서는 녹색의 아스파라거스를 선호한다. 흰색의 아스파라거스가 값이 더 비싸며 ‘하얀색 금(white gold)’이라 불리기도 한다. 흰색 아스파라거스는 끝 부분이 태양에 노출되면 보라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끝이 땅속에서 나오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대신 녹색 아스파라거스는 흰색보다 맛이 강한데 태양빛이 녹색의 신선한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녹색 아스파라거스에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흰색에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아스파라긴산은 간장의 활동을 돕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방광결석을 막고 이뇨작용을 돕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요리 방법은 다양하여 샐러드, 베이컨말이, 갈아서 만든 수프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두릅처럼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소스를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스테이크와 함께, 독일에서는 감자와 함께,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와 함께 요리하여 먹기도 한다.
- 터키 꼬치구이, 시시케밥(Shish Kebab) 양·닭고기·야채를 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워
- 본래 터키 군대의 전투식량이었던 ‘케밥’은 유럽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요리이다. 케밥은 고기와 야채를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요리로 우리로 치면 산적이나 꼬치구이와 비슷하다. 케밥은 터키말로 ‘구이’라는 의미이다. 터키 요리에는 이처럼 구운 요리가 많은데 이는 유목생활을 하다 보니 고기는 풍부한 반면 물이 귀하기 때문이다.
케밥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시시케밥(Shish Kebab)’은 우리의 고기 꼬치요리와 거의 같다. ‘시시’는 꼬챙이라는 뜻으로 시시 케밥은 말 그대로 꼬챙이에 양고기·닭고기 및 야채 등을 끼워 양념을 한 다음에 숯불에 구운 것이다. 유럽에서 보다 흔한 것은 ‘되너케밥(Dner Kebab)’인데 이 요리는 고기를 썰어 익힌 후 다시 큰 꼬챙이에 눌러서 끼운 다음 불에 천천히 돌려가면서 옆 부분부터 잘라내어 먹는 요리이다.
특히 터키 사람이 많은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의 김밥 분식점만큼이나 흔하게 되너케밥을 파는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기차역이나 백화점의 음식 코너, 길가의 작은 가게에서 케밥을 파는데 가격은 5유로 정도이다. 그만큼 케밥은 고급음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흔히 되너케밥 가게에는 ‘Dner Macht Schner(되너케밥은 사람을 예쁘게 만든다)’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붙어 있다.
벨기에 홍합탕, 물르(Moules) 홍합에 포도주·마늘·버터 넣고 끓여… 술안주로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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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에 위치한 벨기에에는 해물요리가 발달했다. 벨기에의 해물요리 중에는 홍합을 이용한 요리가 많이 있다. 그중에 우리나라의 홍합탕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물르(Moules)’이다. 물르는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물르는 홍합에다 백포도주, 마늘, 양파, 버터 등을 넣고 끓인 요리이다. 우리나라의 홍합탕처럼 물과 야채를 넣고 끓인 것도 있다. 그러나 포도주를 넣고 끓인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의 홍합탕에 비해서는 국물이 적다. 맛도 짜고 조금은 느끼한 편이다. 이 요리는 통상 감자튀김과 함께 제공되며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겉으로는 양이 많아 보이지만 껍데기가 대부분이어서 정작 먹고 나면 배고픈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요리를 먹을 때는 다른 음식을 추가로 시켜 먹어야 한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스페인의 해안지방에서도 물르 요리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스위스 야채철판구이, 라클레테(Raclette) 스위스 2대 요리… 철판에 감자·고기 굽고 치즈 얹어
- 스위스에서는 퐁뒤와 함께 대표적인 요리가 바로 ‘라클레테’이다. 라클레테는 철판에 감자, 버섯, 양파, 쇠고기 등을 굽고 그 위에다 녹인 치즈를 얹어서 먹는 요리이다. 익힌 감자에다가 불에 녹인 치즈를 얹으면 치즈가 감자에 녹아들면서 독특한 맛을 낸다.
이 요리에서는 라클레테를 위한 별도의 치즈를 사용하는데 이 치즈는 약간 쏘는 맛이 있다. 원래 ‘라클레테’란 ‘치즈를 긁어낸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편하여 식당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야채·감자 철판구이이다. 다만 우리는 철판에 구운 야채를 양념이나 소스에 찍어 먹는 데 비해 라클레테는 녹은 치즈를 얹어서 먹는다는 점이 다르다. 라클레테 요리 전용 주방도구가 필요하다. 와인 안주로도 그만이다. 버섯, 양파 외에 김치, 새우, 햄 등을 구워 먹어도 좋다.
오스트리아 돈가스, 슈니첼(Schnitzel) 맛도 모양도 비슷… 소스 대신 레몬즙 뿌리기도
-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를 얇게 썬 다음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요리이다.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독일·체코 등에서도 아주 대중적인 음식인데 어떤 사람은 독일이 원조라고도 말한다. 우리가 통상 비엔나 슈니첼을 알고 있듯이 비엔나의 음식 거리에 가면 서로 자기들이 원조라고 하는 식당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슈니첼은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이용하여 만들기도 하는데 독일에서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슈니첼이 더 흔하다. 슈니첼은 돈가스와 모양이 거의 같으며 맛도 비슷하다. 다만 슈니첼은 대개 소스 없이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돈가스와 비교하여 보면 슈니첼은 돈가스보다 얇은 편이며 우리에게는 맛이 짜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슈니첼을 주문할 때에는 소금을 적게 넣어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돈가스는 밥이나 양배추 샐러드와 함께 먹지만 슈니첼은 통상 감자튀김과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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