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32)
저마다, 꽃
이종암(1965~ )
사월 산길을 걷다가, 문득
한 소식 엉겁결에 받아 적는다
-저마다, 꽃!
연두에서 막 초록으로 건너가는
푸름의 빛깔 빛깔들
제 각각인 것 모여, 사월의 봄 숲은
그윽한 총림叢林이다
굴참나무너도밤나무개옻나무고로쇠나무단풍나무소나무오동나무산철쭉진달래산목련아까시나무때죽나무오리나무층층나무산벚나무싸리나무조팝나무서어나무물푸레나무…….
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
몸의 구부러짐과 곧음
색깔의 유무와 강약에도 관계없이
온전히
함께 숲을 이루는 저 각양각색의
나무, 나무들
사람들 모여 사는 세상 또한, 그렇다
저마다 꽃이다
이종암 시인
경북 청도 출생. 영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고등학교 교사 31년 재직 후 명예퇴직. 1993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0년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 『저, 쉼표들』, 『몸꽃』, 『꽃과 별과 총』 등이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32번째 시는 이종암 시인의 “저마다, 꽃”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알 때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엊그제 술자리에서 한 시인은 술에 취해 말했습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더하여 환절기까지 각 계절마다 우리의 삶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한 흐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미세한 흐름을 많은 사람들은 놓치거나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렇다고 그게 인생의 성공 여부는 아닙니다. 잘 살고 못 살고의 여부도 결코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보면 사람 사람마다 한 우주이며 한 세상입니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이 우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게만은 그렇습니다.
“사월 산길을 걷다가, 문득” 모든 나무들이 “저마다, 꽃”임을 느낍니다. 그 나무들은 “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 “구부러짐과 곧음” “색깔의 유무와 강약에” “관계없이” “함께 숲을 이루는” 존재들입니다. 각각의 나무들이 존재하기에 “숲”은 위풍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나무들이 자기의 때깔로 빛을 발하고 있기에 숲은 풍성합니다. 하나하나의 나무가 인격체입니다.
마침내 “꽃”은 “사람”으로 역 등기화합니다. 숲이 나무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라면, 세상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사람이 곧 꽃이 되는 이치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세상을 만들 듯이 나무(꽃)는 어우러져 숲을 이룹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저마다 꽃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꽃처럼 나무처럼 숲을 이루어, 어와둥둥 아우러져 살아가야하겠습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4년 7월호, 창간 25주년 기념호
첫댓글 저마다 꽃이다. ㆍㆍ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