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게 다녀올수 있으려나'
조금은 망설임 끝에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토요일(8월9일) 오전 연천驛으로 갔습니다
정겨운 역무원님 "아니, 혼자 가는거예요?"
10일 오전8시 청량리를 출발 12시4분 고한역에 도착하는 표를 예매했지요
멀고 낯선길 첫경험이 될 휴가에 보너스라도 주듯 일요일 아침은 맑게 개었습니다
이른 아침6시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동두천역 도착~ 전철로 청량리역도착~ 중앙선무궁화호 08시 5호차 31석(창측)
오랜시간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정겨워진 기차였지만 낯선곳 조금은 먼길을 가고 있는 '나'를 느껴봅니다
4시간5분을 달려가 제가 내려야 하는 역은 고한역 이라는 생소한 지명 였지요
그간 양평, 원주, 제천,영월, 사북,삼척....을 경유하며 조금은 느리게 가는 기차였지요
휴가가 늘 그랬듯
참 좋은 친구들이랑 콘도나 팬션으로 편하게 승용차를 타고 오가며 맛있는 음식에 즐거운 이야기에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며 물속에 텀벙 ~~$%%^^&** 뭐 그랬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그래 가보고 싶다
얼마만큼은 불편하고 낯설어도 2박3일이라면 망설이지 말자
5대적멸보궁중 하나인 강원도 정선의 '정암사'라는 곳으로 말입니다
4시간을 넘게 차창밖을 보며 멀고 낯설고 지루하다는 마음 없이
보여지는 차창밖의 풍경에 작은 언어 하나 하나를 마음으로 던지며
짧게 메모를 하고 조용히 말없이 웃어도 보고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며 즐거워 했나 봅니다
카지노때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웃한 동네라고 하면 기억하시겠지요
12시5분 고한역에 도착하였을때의 내 한마디 '아! 너라는 동네는 참 맑구나'
뒷주머니에 차표한장 꺼내들고 목례를 하며 역을 지나왔습니다
택시를 타고 전나무 길을 따라 얼마쯤 갔을까 "정암사의 일주문"이 보였습니다
택시기사님의 말씀 " 기도 오셨나요. 좋은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
'ㅎㅎ 기도요......
그러게요 저는 휴가예요'
일주문을 들어서며 내가 익숙해진 일주문이 아녀서일까
나를 한번 더 다독이며 '종무소'로 향했습니다
3일동안 묶으며 세끼공양과 기도를 할 수 있는 비용 3만원을 감사히 지불했습니다
제가 묶을 방은 나즈막한 2층였습니다
룸메이트로는 수원에서 오셨다는 2명의 도반과 함께 셋이죠
여장을 풀며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늦었지만 맛있게 점심공양을 마치고 나니
'아~~! 정말 내가 이곳에 있네'하는 편안함이요
이곳에 오셔서 묶으시는 분들은 거의가 기도를 하시려는 마음으로 오셨지요
그리고 저처럼 첫 경험 보다는 많은 세월 오랜 시간을 기도를 하시는 분들 였습니다
저도 물론 합장을 하지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 뜰안에서 커다랗게 쉼표를 하나 그리며
기본 예의를 지키며 편하게 그렇게 머믈고 싶었습니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수마노탑' 으로 향했습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이지요
한 10분쯤 전나무 숲길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곱게 디디며 올랐습니다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지"
저는 합장을 하고 탑돌이를 하며 경건해지는 마음뿐 다른 원은 세우지 못했지요
삼배를 하고 흠뻑 젖은 땀을 닦으며 마음 정리를 했습니다
'내가 이곳에 머므는 3일동안 이렇게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요'
하루 일과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예불
새벽03시부터
사시09시~
미시오후2시~
저녁 오후6시30분~ 2시간이조금씩넘게요
*공양은
아침 06시
점심 12시
저녁 17시
새벽02시50분쯤 일어나면 치카치카하고 세수하고 도량석 목탁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지요
그래서 산사의 밤은 오후9시가 되면 캄캄하고 조용하기만 하답니다 취침을 하게되죠(지켜야하는 예의랍니다)
모두가 자유 입니다
공양도 기도도 본인의 마음인거죠
저는 하루 일과표대로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8월10일은 도착해서 미시와 저녁예불을
8월11일은 새벽 , 사시, 미시, 저녁예불을
8월12일은 새벽과 사시예불을 참석했습니다
물론 세끼의 공양도 다 했지요. 감사하게
하루일과가 끝나면 손빨래를 해서 탈수기를 이용했고요
예불과 공양의 틈새를 이용해서 잠깐씩 누워서 쉬기도 했답니다
제가요 모범생이 아니라
그곳에 머믈며 제가 할 수 있는것이 공양과 예불 뿐 였기때문이죠
무슨 발원들이 그리도 간절했을까요
아픈 다리를 주루르시며 108배를 하염없이 느리게도 하시던 그 노보살님은 '아들때문에 왔어'라고
조금은 젊은 여인네는 '몸이 안좋아서'라고
유쾌한 어머님은 '난 이렇게 살았어, 좋아서..'
그럼 저는요?
'머므는 동안의 편안함이 그냥 좋아서죠'
왜 저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 없겠어요
그런데 원을 세우지 못하는걸 보면 저는 그냥 휴가인거죠
그래요
휴가 였습니다
해주시는 밥먹고, 출퇴근도 없이, 내마음 가는대로
편하게
느리게
별 말 없이도
기쁘게 조용히 웃을 수 있었으니요
조금은 염려했던 만큼 보다 더 많은 보람된 시간
얼마나 버리고 비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못미쳤어도
내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궁화호 열차는 레일을 무겁게 달리지 않고 구름위를 타고 오는듯 했으니요
은하철도 999처럼~~^^*
망설임끝에 끊어 든 차표두장의 이야기 였습니다.
첫 경험 그 설레임
쉰둘의 쉼표 였습니다.
당신의 휴가는 보다 더 즐거우셨겠지요.
내일이 입추인걸요
또 다른 시작으로 아직도 남은 두계절을 화 이 팅!!!!
첫댓글 미래를 사시는 꽃기차님....
아~ 그랬나요. 어제 , 내일보다는 지금을 사랑합니다
그리 보아주시니~~~감사합니다^^*
전 특정교가 없는 사람이지만 몇 년전 여름 휴가때 그저 절에 가서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해인사 하계수련법회에 참석을 했는데 4박 5일 동안 묵언,새벽 3시에 일어나 공양시간 빼면 좌선과 강의,수시로 108배,마지막날은 1,080배.야이게 아닌데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답니다.기차님 가신 정암사는 사전 예약없이 맘대로 갈 수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저도 내주 휴가거든요.
아~ 그러세요. 예약은 안하고 간단히 전화 한통화로 그곳 상황을 알아보세요. 14일은 아마도 어려울것 같아요 15일이 하안거 해제하는날 이라 바쁘겠지요. 월,화 수 2박3일묶으면 3만원예요. ( 전화 033 591 2469 정암사 종무소예요) 인연이 닿으면 좋은휴가가 되실터인데,,,,
전 차타고 지나친길정선은 정말 아름다운 고장이더군요 물론 길가가 그랬으니..안쪽으로 들어가면 더욱 그런느낌이 많이 오겠지요 우리나라 산세 좋은곳에 아름다운 절들이 자리잡고 있잖아요..기차님과 함께, 얌전한 휴가 함께 다녀온듯
제가 묶고 있을때 바아올렛님도 휴가중이셨군요. 생각보다 좋은 휴가였답니다.
들꽃님 마음이 늘 맑고 평화로우시기에 그마음으로 보아주신거겠지요. 고맙습니다
세속에 물들어사는 저와는 휴가개념이 좀 다르네요.....글 속에서 편안함을 저 역시 느낌니다
자연인님! 세속에 물들어 사는 건 저도 마찬가지죠. 그저 첫 경험으로 ... 어느곳에서든 즐거울 수 있다면 그 곳이 천국인것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