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소박한 삶
2023.3.22.
2021년 6월 비씨 주는 태양신의 저주를 받는 듯했다. 40 °C 중반을 넘는 폭염이 며칠간 지속됐다. 이 때문에 수백 명이 넘는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통상 건조한 캘리포니아는 2023년 초 일부 지역에 시간당 40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주(州) 전역이 홍수 피해를 보았다. 이 기록적인 더위와 홍수는 기후 변화 때문인가?
지구는 분명 더워지고 있다. 히말라야 등 높은 산맥의 만년설은 물론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도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면의 높이도 온도도 올라가고, 수많은 해안 도시와 섬들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에 의한 것인가? 우리 힘으로 이를 멈출 수 있을까?
Steven E. Koonin의 저서 <<Unsettled: What Climate Science Tells Us, What It Doesn't, and Why It Matters>> 는 이에 답한다. 그는 언론 보도나 정치인, 또는 환경 운동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기후 관련 자료를 모아 분석하며 논지를 펼친다. 그의 분석으로도 기후는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랬다. 지금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그런데,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단지 사람의 영향만은 아니다.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와 지구가 내보내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면 지구의 온도는 바뀌지 않는다. 지구에 오는 태양 광선의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흡수된다. 이는 지구의 반사도(Albedo)와 온실효과에 달려 있다.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 기체로 인해 지구의 열 방출이 줄어든다. 대기가 없을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가 없이 다른 온실 기체만 있다면 12.1%, 현재와 비슷한 400ppm의 이산화탄소가 있으면 추가로 7.6% 지구의 열 방출이 덜 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800ppm으로 늘어도 열 방출은 0.8% 더 감소할 뿐이다. 반면에 사람이 만드는 aerosol(먼지 같은 작은 입자)은 태양광 반사율을 높여 지구를 식힌다. 지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태양 에너지는 239 w/m2인데 사람의 영향은 이 중 2w/m2가 조금 넘는다. 즉, 채 1%가 안 된다.
이산화탄소는 사람이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체인데 60%가 배출 후 20년 뒤에도 대기에 존재해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대기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로 중요 체는 메탄이다. 메탄 배출량은 이산화탄소의 0.8%에 불과하지만, 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0%에 가깝다. 메탄은 주로 농업, 특히 소에서 나온다.
우리의 믿음과 달리 이상 저온과 고온, 홍수, 가뭄, 폭풍, 태풍이 산업 혁명 이후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지구 온난화는 홍수, 가뭄, 폭풍, 태풍과 폭염, 혹한의 발생 빈도를 높이고 해수면도 높아지겠지만, 지구 온난화에 미친 인류의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기후(climate)는 날씨(weather)가 아니다.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 기후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이후 산업화와 인구 급증으로 이 두 가스의 배출이 급증했다. 이 두 가스와 aerosol의 미래 배출량은 인구 변동, 경제 발전, 규제와 에너지, 농업 기술의 발달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인류의 영향에 따른 기후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과학적 모델은 없다고 한다.
Koomin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사람이 기후에 어떻게 어느 만큼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의 이산화탄소 순 배출을 완전히 멈추거나(탄소 제로) 도리어 줄이는 것(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많은 상태)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차라리, 이에 들어갈 자원과 자금을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쓰자고 제안한다. 배출 저감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특히 개도국-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증가시킬 것이다. 기후 변화를 되돌릴 자금도 기술도 없는 저개발국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그편이 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기후 변화로 숲에서 내려와 초원에서 살게 되었고, 이것이 인류 진화의 주요 원인이다. 그 이후 이제까지 지속해 기후에 적응해 왔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에 맞춰 점진적으로, 지역 사정에 맞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구 효율이 크게 나아졌어도 조명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더 늘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 효율의 향상이 절감으로 이어지려면 총사용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기후 변화와 더워지는 지구에 대한 경고음만 듣다 Koomin의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우리는 인류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산업화 이후 일어난 기후 변화의 주요 책임자도 아니고, 이를 되돌릴 능력도 없다. 다만, 기후 변화를 촉진하지 않도록 에너지 사용과 온실 기체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길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에 전 세계인과 국가가 힘을 합쳐 방법을 찾고, 개발된 기술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먼저 불과 200여 년 만에 수억 년에 걸쳐 지구가 비축해 놓은 화석 연료를 거의 소진한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대 문명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마하트마 간디는 “Earth provides enough to satisfy every man's needs, but not every man's greed.”라고 했다. 우리의 탐욕을 채울 만큼 지구는 무한정 크지도 무한정 풍요롭지도 않다. 그러기에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상의 방법은 기후 변화만이 아니라 우리 후세를 위해서라도 가진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한껏 누리고 쓰는 삶이 아니라 ‘소박한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