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높은 차원의 정치이다
“목회는 정치이다.” 이렇게 말하면 일부 목사는 눈이 커지면서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며 성경적 가치관이다. 목회와 정치는 뚜렷이 구별되는 다른 영역인데 무슨 이유로 목회를 정치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몇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생각해보자.
첫째, 목사가 성도를 말씀으로 가르치고 성경적 삶을 살도록 이끄는 행위는 정치이다. 전통적으로 목사가 하는 일을 목회(牧會) 혹은 목양(牧羊)이라고 불러왔는데 이는 목사의 사명을 성경을 가르치는 것에 한정하고 성경적 삶을 사는 것은 신자 개개인의 몫이라고 오해하게 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목사는 성도를 말씀으로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경적 삶을 살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적으로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의미로 마이클 퀵은 『전방위 리더십』에서 “설교자/지도자”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목사는 설교자인 동시에 리더십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목사가 지역 교회 안에서 목회하는 것은 바로 정치적 행위이다.
둘째, 목사는 교단 내의 다른 교회들 및 지역에 있는 교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정치이다. 어떤 목사는 다른 교회에 간섭하지 않고 내가 섬기는 교회만 책임지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전시에 중대장이 전선(戰線)의 형편은 살피지 않고 우리 중대만 적과 열심히 싸우겠다고 하는 것처럼 무모하고 불합리한 생각이다. 모든 부대는 반드시 사령관의 지휘 아래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전투는 이기고 전쟁은 지는 불행이 생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적 군대인 교회도 지역의 건전한 교회와 연합하여 이단을 몰아내고 지역을 거룩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교회가 하나로 연합 전선을 펼쳐야 한다. 이런 면에서 목회하는 것은 정치 행위이다.
셋째, 목사는 예배당 안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목사는 지역의 정치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지역에 이단이나 나쁜 것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내고 지역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럴 때 지역의 각급 단체장 및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들과도 유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교회를 파괴하는 악법이나 조례가 제정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럴 때 기독교 연합회와 한국교회는 다 함께 연합하여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목회는 고차원적인 정치이다.
웨인 그루뎀(Wayne A. Grudem)은 『성경과 정치』 제1장에서 정부에 대한 기독교인의 5가지 잘못된 관점에 관해 설명한다. 여기서 그루뎀은 “전도말고 정치”의 잘못보다 “정치말고 전도”의 잘못에 관해 훨씬 자세히 서술한다. “정치말고 전도” 주장은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너무 좁은 이해이며 하나님이 교회와 함께 정부를 세운 사실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행위이다. 바울도 말했듯이 하나님은 악인을 징계하고 선을 격려하기 위해 정부를 세우셨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대한 부흥을 이룬 것과 대조적으로 북한의 교회가 다 사라진 것은 나쁜 정치를 막아내지 못한 불행한 결과이다.
성경의 위대한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인이었다. 모세는 애굽 정치인 출신으로 이스라엘 전체를 다스리는 정치인이었다. 다윗도 위대한 하나님의 종이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이었다. 위대한 선지자 다니엘도 뛰어난 정치인이었고 모르드개와 에스더도 정치를 통해 나라를 구했다. 이것을 보면 이 시대의 목사에게도 선한 정치 행위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혹자는 아브라함 카이퍼를 예로 들면서 목회와 정치는 구분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물론 목사가 직업적 정치인이 된다면 목사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사실 목회와 정치는 동시에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 목회가 정치라고 하는 말은 목사가 세속 정치인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앞에서 나열했듯이 목사가 의회나 행정부에 들어가지 않고도 정치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오늘날처럼 국회의원들이 반성경적인 입법을 집요하게 시도하며, 사법부조차 사법적극주의로 반성경적 판결을 내리는 시대에는 목사의 정치참여가 더욱 요구된다. 목사가 정치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면 개별 신자들이 무슨 수로 입법부와 사법부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을까? 특히나 성 혁명 세력이 조직적으로 성경을 불온서적으로, 교회를 불법 단체로 만들려고 활동하는 이 시대에는 교회를 이끄는 목사들이 적극적으로 성경적 정치를 선도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목회는, 그 자체로 보나 현실 정치와의 관계로 보나 차원 높은 정치이다.
최광희 목사, 신학박사,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예장합신 동성애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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