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의 빛과 그림자/ 전 성훈
지난 6월초 건강보험공단의 정기 건강검진을 받은 지, 약 3주 후 결과 통보서를 받았다. 염려하였던 전립선암포지자검사(PSA)는 정상이고, 통풍과 관련된 요산검사도 정상치였다. 그 대신 혈압, 콜레스테롤 그리고 콩팥기능에 약간의 경계성 수치가 보였다.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운동부족이라는 표시다. 이것은 검진문진표에 어떻게 답을 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 유연성 재활체조를 30분정도 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걷는다. 따라서 운동부족이라는 지적에 별 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5월 하순부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정도로 작은 물혹이 왼쪽 발등에 생기더니 점점 자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통증이다. 양쪽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옆 부분에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증상이 지속되고 발바닥에도 쑤시는 증상이 있다.
예전에도 간혹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있었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면 2-3일 후에는 통증이 사라졌다. 5월 하순부터 위염증세가 심하여 술을 거의 한 달 가까이 끊고 지냈음에도, 통증 증세가 3주간이나 쉼 없이 계속되었다. 건강검진을 한 1차 진료기관에서는 통풍 이외의 관절 쪽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며 상급의료기관의 정밀검사를 권했다. 집에서 가까운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를 찾았다. 전문의가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여 전공의에게 상담하였다. 피검사를 다시 한 결과 급성통풍으로 판명되어 소염제와 약을 처방받았다. 일주일 후 재차 피검사를 하였더니 혈중요산수치가 정상치 경계이다. 기존에 복용했던 것과 다른 통풍약 한 달 분 처방전을 받고 1개월 후 피검사를 재차 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통풍 약을 복용했다. 처음 통풍으로 판정받은 후 의사의 권유에 따라 술, 고기, 등푸른 생선인 갈치, 고등어, 삼치, 그리고 시금치까지 먹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특별한 통풍 증세가 나타나지 않자 고기와 생선을 먹고 술도 짬짬이 마셨다. 통풍에 가장 좋지 않은 퓨틴 성분이 많은 맥주는 거의 마시지 않았고 막걸리도 좋아하지 않아 마시지 않았으나 소주와 고량주처럼 독한 술은 가끔 즐겨 마셨다.
큰 병을 앓거나 수술 받은 적은 없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저런 잔병치레가 많다. 매년 환절기만 되면 비염과 안구 건조증이 불청객처럼 여지없이 찾아온다. 올봄에는 백내장 초기라는 판정을 받아 낮에는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백내장 진행을 늦추는 안약을 매일 세 번씩 넣는다. 지난 2월, 7년 만에 재발한 어지럼증으로 한 동안 어지러워 쩔쩔매다가 요즈음은 상태가 호전되어 지낼 만 하다. 일 년에 한두 번 생기는 위염증세는 거의 만성이다. 술을 완전히 끊지 않는 한 매년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비수술요법을 받아 잘 걸어 다니지만 허리는 늘 뻐근하고 왼쪽 다리는 항상 저리다. 그런가하면 오른손 중지와 검지는 만성습진을 앓아 손톱이 변질되고 피부가 벗겨진다. 피부과에서는 완전하게 고칠 수 없다고 한다. 계단을 오를 때는 괜찮지만 내려가거나 산행을 마치고 하산할 때 무릎 관절이 쑤시기도 한다.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걸어 다니는 부상병동이요 병원 돈 벌어주는 종합병원이다.
몸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술을 즐겨 마시고 무책임한 관리소홀에 더하여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긴 탓일 것이다. 앞으로 몸 상태가 더 호전될 리는 없다. 그저 지금 상태나마 잘 간수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음식과 섭생방식 그리고 가장 골치 덩어리인 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욕망과 욕심을 줄이고 허망하고 씁쓸한 이 반갑지 않은 상황을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 날까지 함께 가야하는 길동무로 받아드려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2018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