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복지관 재가장애인 나들이 이야기, 달라진 이봉규 선생님 기록
서울장애인복지관 홍정표 센터장님이 복지관 후배 사회복지사 이봉규 선생님 기록을 보냈습니다.
실천과 그 기록이 달라진다며 기뻐했습니다.
덩달아 저도 즐거웠습니다.
나들이가 원래 그렇죠. 가고 싶은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과 떠나는 게 나들입니다.
나들이를 행사처럼 치루거나,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는 삶은 없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 그럴 수 있어도, 평생 나들이가 '행사'라니요.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이런 실천이 어렵다는 분들 계시면, 이제 이봉규 선생님 글 보여드릴 겁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글입니다.
아마 대체로 사회복지사가 아닌 분들은 이 글을 읽고, "다 이렇게 살지 않나?" 할 겁니다.
나들이 담당 사회복지사의 일지가 이렇게 바뀌니 의도와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습니다.
글 끝에 담당 사회복지사가 이런 나들이를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썼습니다.
이 글이 마음에 남습니다. 여느 사람처럼 이루는 나들이가 낯설다니,
우리가 더 열심히 실천해야겠다는 자극을 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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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수) 원상옥, 김명숙 나들이 준비
복지관에서는 매년 재가장애인 나들이를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복지관에서 특장 버스를 준비하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여 답사도 다녀오고 그렇게 준비를 합니다.
나들이 일정과 장소 그리고 식당 예약이 되면 재가장애인 분들에게 공지를 합니다.
언제 어디로 나들이를 갑니다. 참석 가능하세요?
2018년 재가장애인 나들이는 예년과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사자와 그 둘레의 분들이 함께하는 나들이, 그 나들이는 그 당사자와 둘레의 사람과 함께 준비합니다.
장소도, 날짜도, 식사 메뉴도 모두 당사자 중심입니다.
복지관에서는 나들이를 준비할 때 거들어드리는 역할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올해는 원상옥, 김명숙님이 중심이 되어 나들이를 가시게 되었습니다.
이번 나들이 방식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생각하시는 듯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내 질문이 쏟아집니다. 이동을 어떻게 해요? 언제가요? 정말 우리만 가요? 등등.
“어디든 상관없고 언제도 괜찮습니다. 함께 의논하시면서 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음에 나들이 계획하시때 저도 불러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당사자 두 분,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활동보조 선생님
이렇게 네명이서 나들이 계획을 계획하기로 하였습니다.
2018년 11월 14일
두 분은 한 동네에 거주하고 계시니 자주 만납니다. 나들이 계획도 종종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장소는 서울스카이(제2롯데월드) 전망대로 정하셨다고 합니다.
“왜 거기로 가시기로 하셨어요?”
전동휠체어를 타시기 때문에 외곽으로 가는 건 너무 힘드시다고 합니다.
하물며 1박을 하는 건 엄두도 못내십니다.
이번 기회에 어디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번부터 제2롯데월드에 한번쯤은 올라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기 올라가면 온 세상이 다 보일 것 같아요”
“미세먼지 없는 날에 가면 정말 멀리까지 보일꺼에요”
2018년 11월 23일(금) 원상옥, 김명숙 나들이 계획서 작성
오늘은 나들이 계획서를 직접 쓰신다고 복지관 파니스에서 만났습니다.
지난번 가기로 한 서울스카이(제2롯데월드) 입장료, 소요시간 등 사전조사를 많이 하신 듯 합니다.
“몇 시에 만나서 가면 언제언제 도착하고, 전망대 보고 식당은 길동으로 가기로 했어요.
점심은 회로 먹을 예정이고 그리고 근처 커피숍에 가서 커피 마시고 들어갈거에요.”
일정이 술술 나옵니다. 여유 있게 시간을 드리고 기다리니
2018.11.27.(화)에 가신다고 날짜도 정해오셨습니다.
만약 날씨가 흐려서 멀리까지 보이지 않으면 그 다음날 갈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본인들끼리 결정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뿌듯했습니다.
저는 나들이 잘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2018년 11월 27일(화) 나들이 당일
오늘은 학수고대하던 나들이 가는 날입니다. 날이 흐려서 조금 속상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기분좋게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했습니다. 장애인콜택시도 호출했습니다.
서울스카이(제2롯데월드) 앞에서 두분이 만나셨습니다.
두 분다 전동휠체어를 타시기 때문에 장애인콜택시로 따로따로 타고 와야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보이는 제2롯데월드 밑에서 보니 올라가는게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스카이데크위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날이 깨끗하고 맑았으면 멀리까지 보였을텐데 아쉽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멀리내다보기도 하고 아래도 보았습니다. 한참을 보았습니다.
다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길동으로 이동했습니다. 길동에 우리가 좋아하는 횟집이 있습니다.
복지관에서 나들이를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서 뜻깊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 단체로 가서 한바퀴 돌고 밥먹고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우리가 장소도 메뉴도 함께 정하고 날짜도 정하고 준비하는 나들이가 낯설지만 훨씬 더 좋았습니다.
많은 프로그램을 담은 나들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만족한 나들이였습니다.
2018년 12월 03일(월) 나들이 후기
당사자 나들이 후 만났습니다. 두 분이서 스카이워크에서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말씀해주십니다.
“차들이 정말 손톱만해요.”
높은 곳에서 그것도 유리로 된 바닥에서 사진 찍었던 일을 마치 어제처럼 설명해주십니다.
“부러워요! 저도 아직 못가봤는데 나중에 꼭 가봐야겠어요!”
정말 부러웠고, 나도 다음에 꼭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또 말씀하십니다. 많이 아쉬웠나봅니다.
두 분께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처음 이렇게 변화된 방식으로 나들이를 진행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방식인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열심히 호응도 해주시고
계획도 잘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 오셔서 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알아서 잘 하시는데 걱정이 앞선 던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졌습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홍정표 센터장님의 응원과 격려 덕에 동료들도 신나겠습니다.
내년에 여러 일을 구실로 자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