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선정 한국 최고 명품숲길 용추계곡 '연인산계곡길'을 처음 가보다.
한수수
어젯밤 가평에서 용추계곡 걷기를 마치고 서울 송파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는 좋은 몸 상태로 기쁘게 돌아왔고 집에 도착하니 9시반쯤이었다. 자고나서 아침밥을 먹고 쾌적한 도서관에 가서 산행후기를 쓰고 좀 편하게 책을 읽으며 쉬고자하였는데 몸이 힘들고 자꾸만 눕고싶어져 나가지 못하고 종일 먹고 마시고 눕고를 되풀이한 끝에 저녁이 되어서야 간신히 피로가 풀렸다.
연인산계곡길 걷기는 8번째 징검다리에 이르러 휴대폰 전원이 다 방전되어 꺼져버려 징검다리 셋을 남기고 일찍 마치고 잠시 풍덩하여 몸을 식힌 다음 돌아내려왔다. 용추계곡 버스종점에 도착했을때가 오후 5시반쯤이었는데 버스가 늦어도 한시간 안에는 오겠지 생각하고 30분 이상 기다려도 오지 않고 버스정류장 도착 안내 표지판에는 버스회사 대기라고 바뀔 줄 모르고 표시되어있어 갑갑했다. 뒤늦게 버스시간표가 눈에 띄었는데 다음 출발시간이 7시30분이었다. 계곡에서 나오는 차들을 얻어타고싶어 손을 들어도 20여대 가운데 한대도 서주질 않았다.
이놈의 버스는 아침에 가평역에서도 역 바로 앞 버스대기소에 붙은 정류장에 안서고 가운데 길로 들어서 유턴해 맞은편 상가 앞에 섰다가 지나가버려 온줄도 모르고놓쳤다. 다시 2시간 가까이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 뭣해 지도상으로 5,6킬로미터쯤 떨어진 용추계곡 입구까지 시가지를 지나고 개천 옆길,들길을 걸어갔었는데 돌아올때도 긴 시간 기다리게했다.
종일 계곡길을 걸었으나 그때까진 많이 지치지 않아 다시 가평역까지 걷거나 음식점에서 저녁밥을 느긋하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었는데 몇백미터 걷다 편의점이 보여 맥주 큰 병을 사서 가계 앞에서 천천히 반쯤 마셔 긴장을 풀고 힘을 보충했다. 충분히 마시고 일어나 몇백미터 걷고있을때 다른 사람이 부른 택시가 앞에 와 서길래 양해를 구해 함께 타고 역까지 쉽게 갔고 얼마 안있어 온 서울행 전철에서는 기분이 좋았다.
어제 가평에서 걸은 거리는 내가 처음 가본 농촌지역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약 26킬미터나 되었고 걸린 시간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쯤까지 종일이었다. 그것도 산속 계곡으로 깊이 걸어갔다 되돌아오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연인산 도립공원 안내소에서부터 시작해서 용추계곡 제9곡까지가 약 5킬로미터이고 그곳에서 상류쪽으로 이어진 연인산계곡길이 다시 약 5킬로미터인데 끝까지 약 1-2킬로미터쯤 남기고 돌아나온 것이다.
이 연인산계곡 용추계곡을 걷고나서 보니 아주 경사도가 낮은 비스듬한 10킬로미터 가량의 긴 계곡인데 특이하게도 갑자기 뚝 떨어지는 급경사나 절벽이 거의 없고 마치 계곡 바닥을 누가 깍아 고르고 다듬어놓은 것 같이 쭉 이어졌다. 내 추측으로는 아주 먼 수백만,수억년전 한 옛날에 이곳에도 지금의 히말라야 산맥 꼭대기처럼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그 엄청난 무게와 힘에 의하여 바닥이 균일하게 깍여나가 지금의 높은 산 능선들 사이에 바닥이 매우 고른 깊은 협곡을 만든 것 같다.
이 계곡길은 전체가 계곡물 바로 옆이나 위를 지나고 징검다리들을 11번이나 건너는 길로 내가 지금까지 가본 어느 계곡길보다 길었고 물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고 흐르는 물이 길 어디에서나 다 보였다. 무엇을 위하여 저리 바쁘게 잠시도 쉬지않고 가는 것일까? 물 흐르는 소리가 잠시도 끊이지 않고 주위를 가득채워 머리를 비우게해줬다.
여러시간 그 흐름을 지켜보고 소리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저들은 이곳저곳 골짜기와 비탈에서 다가와도 서로 조금도 다투거나 차별하지 않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흑탕물,눈 녹은 물,솟아난 샘물과 빗물까지 모두 함께 모이고 서로 받아들여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어 긴 여행길 동무이자 가족이 된다. 너는 낮은 산 좁은 골짜기에서 왔고 나는 아주 먼 높은 산에서 일찍 떠나서 오래 흘러온 큰 줄기라고 따지고 차별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한번도 못가봤지만 바다라는 목적지를 공통으로 가졌기 때문이고 그 큰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는 누가 어디서 태어나 어떤 길로 여기까지 왔는지가 아무 의미도 없고 마음대로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이제 한평생이 끝나고 모두 똑같아짐을 알기 때문이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글이 참 좋습니다...
글을 읽으며 저도 막~ 가보구 싶어집니다..
좋은 정보도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참 고맙습니다.
기쁘고 편안한 시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