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1학년 수업시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된 교육과정평가원의 설문 협조공문. © 윤근혁 | |
정부 출연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초등학교 1~2학년의 수업시간에 대한 정책연구를 한다며 설문조사를 벌이면서 ‘사실과 다른 유도성 질문지’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초등 1~2학년의 수업시간을 늘리려는 교육부와 발을 맞추기 위해 ‘꿰어 맞추기’식 꼼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상한 질문 ‘유치원 수업은 5시간으로 단일화, 그럼 초1은 어떻게’? 29일 설문조사 대상학교로 지정된 교사들과 교육과정평가원,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은 ‘초등학교 교육과정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작성을 위해 오는 5월 2일까지 180여 개 초등학교의 2300여 명의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 문항이 사실과 다를 뿐아니라 유도성 질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교사대상 설문지 2번 문항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의 수업시간이 ‘1일 5시간’으로 단일화 되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의 주당 수업시수가 22시간임을 고려할 때 향후 1~2학년의 수업시수는 어떻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⓵현행 유지 ⓶증대”
▲ 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든 학부모용 설문지. © 윤근혁 | |
평가원은 학부모대상 설문지 2번 문항에서도 ‘단일화’란 단어를 ‘확정’으로 바꾸기만 했을 뿐 교사 설문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 시도교육청 “우린 5시간 단일화 한 적 없다, 사실과 달라” 이에 대해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라 1일 3~5시간 수업’ 지침을 내린 한 시도교육청 중견관리는 “우리 지역에서는 하루 3~5시간 수업을 유치원이 자율로 정하도록 했다”면서 “유치원 수업시간이 1일 5시간으로 단일화됐다거나 확정됐다는 설문내용은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올해 2월 교육부는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해 ‘1일 5시간을 원칙으로 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강원·경기·광주·전북·전남·충남 등 6개 시도교육청은 종존대로 ‘1일 3~5시간’ 수업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에도 위법논란이 일었던 교육부지침을 따르지 않고 유치원 교육과정에 나온 시수를 따른 것이다.
이 문항은 초등학교 시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설계된 설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은희 전교조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전 대표(충북 옥동초 교사)는 “유치원 수업시수가 늘었는데 초등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것은 중립성을 잃은 전형적 유도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질문지는 3번 문항에서 “만일 초등학교 1~2학년의 시수를 증대하면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가운데 어떤 것이 바람직하냐”고 묻고 있다. 또한 5번 문항에서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점을 물으면서 1∼4학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서도 ‘현행 영어수업 시작시점인 3학년을 1~2학년으로 앞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교사들도 있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설문을 설계하면서 서울지역 조사 대상 전체 18개 초등학교에 사립 초등학교를 7개나 포함시켰다. 서울 전체 초등학교 597개 가운데 사립초는 40개로 6.7%에 불과한데도, 설문대상 학교군에는 무려 38.8%를 차지하게 만든 것이다. 더욱이 이 가운데 일부 사립초는 1~2학년 영어수업을 금지한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교육과정평가원 “교육부 지침이 단일화 증거, 답변 유도할 의도 없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문항에서 유치원 수업시간이 5시간으로 단일화됐다고 표현한 것은 교육부 지침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특정 답변을 유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설문표본에서 나타난 사립초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사립초와 공립초를 특별히 나눠 설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초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연구한 <국가교육과정 총론개선을 위한 기초연구>에서 “초등 1~2학년 시수는 유치원과 같은 5시간(300분, 40분 1교시 기준 약 8교시) 이상이 적절하다”고 단정해 ‘초등 1학년도 8교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첫댓글 유치원 수업시수 늘린것도 비효율에, 아이들이나 교사들 모두 부담되는것 같은데요..초등까지 이렇게 하려는 의도는 뭘까요? 유치원 5시간이라고 해도, 등원시간 30분 늦춰져서 실제 5교시 수업도 아닙니다..이것도 교육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일까요? 모든게 의문덩어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