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25> -마의 트라이앵글
파 4인 12번 홀은
도그레그 라잇* (Dogleg right)
작은 호수를 끼고 돈다
호수 반대 편에는 나무들이 서 있다
물을 피하려고
약간 왼쪽으로 친다는 것이
너무 끌어당겼는지 공은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
참나무와 목백일홍 단풍나무
세 나무가 그리는 삼각형 러프로 빠진다
이곳은 마의 버뮤다 트라이앵글
풀도 그리 길지 않고 뻔히 구르는 것을 보았는데
가서 찾아보면 황당하게 없다
골프공이 여러 번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곳 나무 등걸에 큰 벌집이 있었는데
얼마 전 골프장에서 전부 몰살시켰다
죽은 벌 귀신들이 원한에 사무쳐
공이 오면 모조리 삼키나 보다
벌 귀신들은
엉뚱하게 골퍼들에게 앙갚음하나 보다
살아가며
보이는 위험을 피하려다가
더 큰 파경에 빠지는 경우
모든 수고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곳
징크스가 있는 허방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마의 트라이앵글
누구에게나 있을 듯싶다
내 인생의 버뮤다 마의 트라이앵글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 바른쪽으로 꺾어진 코스, 그린이 바른쪽으로 꾸부러진 곳에 있다.
첫댓글 아마도 원통하게 떠난 벌 귀신들의 소행인가 싶습니다.
진혼제라도 올려 볼까요? 선생님.
몰살의 역사가 없음에도 귀신들은 널려 있습니다.
길이가 길지도 않는 풀섶에 떨어진 공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농약으로 죽은 잔벌레 귀신들의 소행인가도 모르겠습니다.
벌레 귀신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벌레들은 각자지만, 벌집은 한 가족 몇천 마리가 몰살했으니 이놈들이 더 셀 것 같습니다.
벌레나 벌 귀신들에게 겁 주기 위해 공에다가 새를 그려 놓아 볼까요? 오명현 시인님.
제겐 새의 그림도 소용없습니다. 새를 그려도 호랑이를 그려도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아무 표시를 않습니다.^^
자기들을 잡아먹는 새 그림도 안 될까요?
공에 아무것도 안 그리면 맑은 하늘 같아 하늘로 증발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명현 골퍼 님?
에이 간단할 것 같습니다.
벌의 원혼을 위하여 항상 보시를 하셔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본의 아니게 골프공 보시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담 님, 하하.
그런데 벌 귀신들도 골프를 칠까요? 공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 치는 듯하기도 한데....
벌들이 치는 골프,
그린이 아닌 허공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다 보이는 곳인데
마음의 눈이 어둔 사람은 안 보이는 곳에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천상에서~
벌의 영혼들이 지금 신나게 골프를 치고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호월 시인님
잘 감상하고 배우고 갑니다~
아직은 적도 님, 반갑게 들려주셨네요.
벌들이 내가 잃어버린 공으로 친다면 저는 기쁩니다.
걱정은 골프공이 자기들보다 크고 무거워 잘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생기기는 합니다만....
벌들이 충분히 샷을 날리더록 상제께서
가볍게 만들어주셨으리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