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명 : 愚
아티스트명 : 윤종신
제작/발매년도 : 1996
제작/기획사 : 대영에이브이
배급 : SKC
고유번호 : DYCD ?1061
발매국 : 대한민국
앨범유형 : 단일
앨범 성격 : 정규
엔지니어 : 노양수, 고현정
프로듀서 : 윤종신
자켓 디자이너 : 박정인
장르: Ballad, Pop Rock
01. 환생
02. 여자친구
03. 의지
04. Club에서
05. 너의 어머니 06. 아침
07. 일년
08. 오늘
09. 바보의 결혼
이석원 Review
실제로 연세대 출신인데다 정말 연대생처럼 생긴(?) 외모에 가냘픈 목소리가 세일즈 포인트였던 이 주류의 가객은, 데뷔이래 줄기차게 사랑을 호소해왔으되 그 방식에 일정한 색깔이 있어왔다는 점에서, 비록 1인자의 자리를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그와는 다른 가치를 부여 받아왔다.
그가 자신의 `색깔'을 찾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은 어쩌면 우리네 통념적인 의미에서의 `절창'이 아닌 본인의 목소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남의 집에서 데뷔하여(015B) 이후 세 번째 앨범까지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지 못하던 그가 4집을 기점으로 지난 앨범들을 연소시켜 버린 후, 그 동안 기대어 있던 정석원, 김형석등 기존의 음악가들에게서 벗어나 자기만의 감성과 목소리로 과감히 배팅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많은 힘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 첫 장을 연 5집 <<愚>>에는 전곡의 편곡과 공동 프로듀서로서 유희열이 동행했다. 윤종신표 순애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사("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와 역시 동일상표의 목소리가 애절한 듯 사랑의 희열을 노래하는 <환생>은 유희열의 포장으로 독특한 옛날 냄새를 풍기고 있는 타이틀곡이다. 그것은 마치 아날로그의 느낌을 디지털로 재생하려 한 것 같은 `인공폭포'의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프로듀서의 역량이 잘 발휘된 작품이라 하겠다.
그 외 윤종신이 공동작곡자의 명단에서 빠지고 유희열이 단독 작곡한 <여자친구>는 데이빗 포스터의 향기가 물씬 나는 팝적인 곡이고, 숨은 보석이랄 수 있는 <오늘>에서는 이병우의 어쿠스틱 기타가 깔리면서 흐르는 윤종신의 목소리가 이 앨범의 맛을 더욱 진하게 해주고 있다.
5집이 되어서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고, 앞으로 펼쳐질 색깔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 한 그가 조종하는 타임머신은 계속해서 시간을 거슬러 오를 것이다.
21C vision
군 제대 후 연속적인 성공과 최근 히트작 <배웅>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윤종신표 복고 발라드'는 여전히 상종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홀로 서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주위에 쟁쟁한 음악의 설계자들이 많으므로 환경 적으로도 유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롱런이 그다지 의심되지 않는다.
* best recommended track <환생>
* alternative recommended track <오늘>
정병기 Review
음악인은 대중들과 이길 수 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열심히 음악을 만들고 났더니 사람들이 한다는 소리가 "에이~ 저거 누구 누구 음악이랑 똑같잖아"라고 쉽게 말을 뱉어버리기도 하고, "쟨 맨날 똑같은 음악만 반복하잖아" 라고 수개월동안 만든 앨범을 쉽게 평가해버린다.
윤종신 솔로 데뷔 시절부터 꾸준히 따라다니던 말도 "쟤 솔로 앨범 냈는데도 공일오비랑 똑같네?" 라는 말이었다. 나름대로는 015B와 다른 양념을 첨가해가면서 달라 보이려고 노력도 했을테고 그렇게 열심히 음악을 했을텐데, 그는 015B 때문에 인기는 얻게 되었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선 평가 절하된 점이 없잖아 있었다. <너의 결혼식> 같은 그의 음악들이 정석원의 청승 발라드 코드를 고스란히 015B에서 대입해왔기 때문인 듯 싶은데 그러던 그가 3집 <오래전 그날>까지 이어지는 성공에서 별안간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복고풍의 음악이었다.
처음엔 재미 삼아 한 번 시작된 복고풍 음악에서 그는 015B라는 그늘에서 빠져나갈 돌파구를 마련했고, 5집 <<愚>>는 절정에 오른 복고풍 음악들을 한아름 선사해준다. 윤종신과 토이로 활동하는 유희열의 공동 프로듀서로 작업된 앨범 <<愚>>는 SWEET DAYS와 HOPELESS DAYS로 만들어져 사랑의 포근함에서 시작되어 절망으로 끝을 맺도록 구성되어있다.
윤종신의 5집을 만들때 쯤 유희열은 <<이승환 5집>>에서, <<이문세 9집>> 등의 다작의 앨범을 프로듀싱하였는데 그 와중에서도 그는 각 보컬리스트들의 캐릭터를 살리는 컨셉을 마련하여 프로듀싱을 멋지게 해내었다. 윤종신 5집에서 윤종신의 컨셉은 `애인'이다. 그는 CD 안에 살아있는 애인이 되어 만남에서 이별까지, 즐거웠던 날들부터 절망스러운 날들까지를 공유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것은 SWEET DAYS에서 HOPLESS DAYS까지 사선긋듯 슬픈 이별로 끝을 맺는다.
특히 복고풍 분위기의 음악에 착착 달라붙는 노랫말들은 앨범의 묘미이다. 유희열이 노랫말을 붙인 <여자친구>라는 곡의 "어느 늦은 겨울밤 잔뜩 술에 취해 아무 계획도 없이 너의 집 찾아갔지 / 눈이 내린 그 골목길 가로등불 아래 불꺼진 너의 창문을 한참동안 바라봤어 / 이런 것이 사랑일까 웃음 지으면서 희뿌연 새벽 아침을 이렇게 지키고 있었어" 처럼 윤종신의 음악은 70년대의 사랑법 같은 순정을 노래한다.
사람들은 흔히 90년대엔 모두 인스턴트 사랑에 심취된 듯 말을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70년대이든 지금이든 언제나 같다. 어리숙하게 시작해서 얼떨결에 끝나던게 가장 진정한 사랑임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듯 윤종신의 <<愚>>는 복고풍이지만 90년대에도 유효하다. 그리고 MGR의 재치와 윤종신, 유희열, 조규찬의 코러스까지 완벽 진영을 갖춘 는 복고풍의 현대적 재생산을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다.
윤종신과 유희열이 함께 제작한 이 앨범은 그 둘의 흐뭇한 감성이 딱 맞아 떨어짐에 따라 만들어진 절정의 앨범이지만 윤종신이 최근 보여주는 앨범에선 90년대와의 흐름을 잇는 복고가 아니라 너무 경직되어 자신의 복고풍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종신이 갖는 의미는 015B가 배출해낸 많은 객원멤버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얼마 안되는 발라드 뮤지션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21C vision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불러주는 음악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윤종신의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 가기에 따라 달려있다.
* best recommended track <여자친구>
* alternative recommended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