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명의 윤희경 작 김도훈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사내들
공연명 셰익스피어의 사내들
공연단체 극단 연명
작가 윤희경
연출 김도훈
공연기간 2014년 6월 17일~7월 20일
공연장소 아트씨어터 문
관람일시 6월 18일 오후 8시
아트씨어터 문에서 극단 연명의 윤희경 작, 김도훈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사내들>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작품창작동기와 공연과정 그리고 대단원에서 화재로 공연 중인 극장이 소실되기까지, 셰익스피어의 연극생애를 축소판으로 그려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가장 중요한 업적인 희곡은 중세의 연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면적이고 진부한 인물 대신 햄릿, 폴스타프, 이아고, 맥베스 같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일대 혁신을 이루었다. 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을 가리켜 “그들은 물론 허구의 존재이지만, 그 사실성은 실제를 능가한다.”고 평했다.
셰익스피어는 희극과 비극 모두에서 비교적 고르게 걸작을 남겼다는 점에서 역대의 어느 극작가와도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기본적으로 무대 공연을 위한 것이었다. 사후에도 그의 작품은 꾸준히 공연되었고,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해석과 시도가 이루어졌다. 1879년에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온 에이븐(Stratford-on-Avon)에서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RSC)이 설립되어 이후 연극 공연과 배우 양성에 기여했다. 특히 <햄릿>은 수많은 배우들의 출세를 보장하는 확실한 등용문으로, 20세기에만 해도 존 배리모어, 존 길구드, 로렌스 올리비에 같은 명배우들이 햄릿을 연기해 격찬을 받은 바 있다.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도 수백 편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헨리 5세>(1944)와 <햄릿>(1948), 프랭크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1968) 등이 유명하다. 가장 독특한 영화로는 일본의 거장 감독 쿠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의 숲>(1957)과 <란>(1985)이 손꼽히는데, 각각 <맥베스>와 <리어 왕>을 일본 중세 사극으로 각색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을 교묘하게 재구성하고 현대적으로 풍자한 코미디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가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새삼 이 극작가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사후 수백 년간 문학계에서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벤 존슨은 “그는 한 시대를 위한 작가가 아니라 온 시대를 위한 작가”라고 격찬했고, 괴테는 자신은 셰익스피어의 소유물이 되었다고 고백했고, 빅토르 위고는 “셰익스피어가 곧 연극”이라고 단언했으며, 조이스는 무인도에 떨어질 경우에는 단테보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들고 가겠다고 장담했고, 심지어 버지니아 울프조차도 <자기만의 방>에서 뿌리 깊은 성차별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문학적 재능을 지닌 누이”에 관한 비유를 든 바 있다.
셰익스피어는 문학 외의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한 장면을 묘사한 수많은 그림 중에서는 화가 존 에버레트 밀레이가 <햄릿>의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오필리아>(1852)가 유명하다. 음악 중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토대로 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오셀로>(1887)와 <폴스태프>(1893)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귀에 가장 익숙한 셰익스피어 관련 음악은 아마도 멘델스존이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1843)에 나오는 ‘결혼 행진곡’과 프랑코 제피렐리가 감독하고,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가 주연한 영화<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A Time For Us>이다.
<셰익스피어의 사내들>의 무대는, 정면에 가늘게 절단한 수많은 널판을 중앙과 정면왼쪽벽면에 부착시켜 흡사 창고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고, 중앙널판 오른쪽에 좁다란 직사각의 책꽂이를 세워놓았고, 배경 가까이 무대 왼쪽에는 낡은 소파 한 개를, 무대 오른쪽에는 조그만 탁자와 의자를, 그리고 중앙에는 의자 두 개를 등을 맞대게 해 놓아두었다. 배경 왼쪽과 무대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만들어 지고, 무대 왼쪽 객석 벽면까지 배우의 동선으로 사용된다. 장면이 바뀌면 중간 막으로 배경과 대소도구를 가리고, 중간 막 오른쪽에 봉긋한 반원형의 돌기 물에 앙상한 나뭇가지와 그 가지에 네모난 엽서크기의 종이를 여러 개 달아놓고, 여인의 무덤이라 설정을 했다. 극장화재장면에서는 중간 막 정면 중앙에 두툼한 원서를 진열한 책장그림을 세워놓고, 그 왼쪽에 고급스런 가죽소파를 배치해, 붉은 조명과 분무로 화재장면의 효과를 높이고, 대단원에서는 셰익스피어가 무대 바닥에 집필을 하면, 영상으로 투사된 명대사들이 영어자막으로 무대전체에 투사된다.
연극은 도입에 어둠 속에서 백색의상의 여인에게만 희미한 조명이 들어가고, 흑색두건과 의상을 착용한 출연자들이 서서히 일어나, 백색의상을 입은 여인에게 서서히 다가가면, 여인이 오른쪽으로 움직여 가면 그 여인의 뒤를 따라 무대 오른쪽으로 퇴장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면이 바뀌면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아 묘역에서의 인부들이 등장해, 객석에서 여성관객을 오필리아로 초대 출연시키고, 인부 한명은, 인부가 무지하다는 통념을 깨고, 라틴어를 아는 인물로 설정이 된다. 향후 셰익스피어는 인부 한 사람은 <오셀로>, 또 한사람은 <리어왕>의 집필소재를 삼고, 배역도 맡긴다. 두 사름은 또 <한 여름 밤의 꿈>에서 숲속의 정령이나, 왕과 귀족이 아닌, 서민들이 창출하는 연극의 주인공을 맡기기도 하고, 봉긋한 봉분을 바라보고 앉은 청년에게서는 <햄릿>의 소재를 발굴하고, 그를 <햄릿>으로 출연시키고, 그가 너무 몰두하고 심취한 나머지, 출연거부의사를 밝히자, 셰익스피어가 그 청년을 애정석인 마음으로 설득시키자, 그 청년이 셰익스피어를 사랑하고, 동성애에 빠지는 장면 등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셰익스피어 당시 페스트의 창궐로, 공연활동이 중단되거나, 뜸했던 것이 근자에 세월 호 참사로 공연관객이 줄었던 경우와 비교가 되고, 엘리자베스1세 시대에는 남성이 여자 역을 하고, 여성은 무대에 설 수가 없었던 관행 때문에, 셰익스피어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가 처벌을 받은 사연이 펼쳐지고, 그 백색의상의 여배우의 뒤를 따라 검은 색 의상의 출연자들이 퇴장하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대단원에서 다시 묘역장면과 함께 무대전체에 투사되는 셰익스피어의 명대사 영어자막은 연출력이 감지되는 명장면이다.
송명기, 이규동, 박찬서, 최성호, 박지인 등 출연자 전원의 대사와 동작이 예사롭지가 않고 뛰어나다.
기획 노주현 이동욱 박경수, 예술감독 송한융, 음악 윤희연, 무대 남경식, 조명 김민재, 안무 이석용, 작화 강동균, 사진 서경훈, 조연출 이경숙, 분장 변금술 등 제작진 전원이 노력과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연명의 윤희경 작, 김도훈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사내들>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6월 1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