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를 걷다
어디에 있을까
집게 발 벌린 게, 웅크린 두꺼비, 약방아 찧는 토끼, 절벽을 오르는 당나귀
이곳은 모든 것이 지구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깜깜한 밤을 비추는 달
스스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달
빛의 지느러미로 어둠 안쪽을 읽는 달
변화란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한가
아무것도 없는 의식에 몸이 생기고
눈, 코, 입, 귀가 나오고 손과 발이 돋을 때까지
내 안의 바다에 달이 떠오르고 달의 영혼에 귀 기울이기까지
안개계곡을 빠져나와, 소금사막 지나, 오감의 고원 넘어 찾아온 곳
초승갈에 도착하다, 빛의 해변에 첫 발 디디다
도깨비방망이
이곳은 힐링소행성, 천궁의 별들 가까이 보인다, 여름과 가을 사이, 우렁찬 매미소리 들린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팻말에 적힌 별 이름 읽는다. 베레모, 볼링핀, 칼라스푼, 마린보이, 손잡이 국자, 맷돌호박, 뱀오이
지구별 아이가 조롱박별 가리키며 - 눈사람이다, 노랗게 휘어진 수세미 별을 - 바나나다, 울퉁불퉁 붉은 여주별을 - 도깨비방망이다
수십 개의 보름달, 초승달, 하현달, 수백 게의 오색 행성들이 주렁주렁 열린 넝쿨터널, 생생한 풍경이 환영처럼 사라지기 전, 도깨비방망이 잡아보려고 발 구르며 폴짝거리는 날
겹눈 두 개와 홑눈 세 개를 가진 매미가 보는 세계와 넝쿨에 매달린 조롱박이 보는 세계와 두 발로 걷는 내가 보는 세계가 달라, 머리 위에 뜬 별이 잡히지 않는 날
매미, 조롱박, 내가 다른 행성에서 만난 날, 분별없는 아이 되어 넝쿨 그늘에서 풍성한 우주를 감상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