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승불교 소승불교 밀교에 대한 차이를 정리해주신 유튜브 보고 질문드려요. 초기불교 법문하시는 어떤 스님께서는 본생담을 부처님이 말씀하신게 아니고 구전되어서 전해진 설화 같은거라고 하셔서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는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전생담이라고 하셔서 같은 본생담을 두고 왜 이렇게 완벽하게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는지 알고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전생담이라고 한다면 쿠닷까니까야가 그것에 대한 근거인가요? 교수님께서 본생담을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거라고 하신 근거가 궁금합니다.
답변입니다.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모아 놓은 <본생담>이 '구전되어서 전해진 설화'라고 보는 것은, 대승불전의 가르침을 소설과 같은 신화로 간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 불교학자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사실 <본생담>에는 그리스의 이솝우화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잡다한 민간 설화가 더러 혼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불전이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생담>이 "이것 또한 세존께서 가르친 법이다(imam pi dhammadesanaṃ bhagavā)"로 시작하는 데서 보듯이, 전통적 불교권에서는 <본생담> 전체를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가르침으로 포장하였습니다.
<본생담(jātaka)>의 영어 번역과 빠알리어 원문을 대조해 놓은 사이트 링크 아래에 소개합니다. 모든 <본생담>의 첫머리에서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가르침이라고 명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takastories.div.ed.ac.uk/textual-collections/jatakatthavannana/
부처님께서 당신의 전생과 연관시켜서 현생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은 12분교 가운데 <본생담(Jātaka)>과 <비유(Avadāna)>의 서술방식이긴 하지만, 초기불전 가운데 한역 아함경이나 니까야의 다른 곳, 그리고 율장의 도처에서 아주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석가족을 멸망시킨 비유리왕(유리왕)과 관계된 <증일아함경>의 다음과 같은 경문입니다.
"... 저 석씨들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지금 저 유리 왕의 해침을 받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이 왕사성에 한 어촌이 있었다. 마침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풀뿌리를 먹었고, 금 한 되로 쌀한되를 바꾸었다. 그 촌에 큰 못이 있었고 또 거기는 고기가 많았다. 왕사성의 사람들은 그 못에 가서 고기를 잡아 먹었다. 그 때에 그 물에는 두 종류 고기가 있었다. 하나는 이름이 구소요 또 하나는 이름이 양설이었다.그들은 서로 의논 하였다.
'우리는 전에 이 사람들에게 아무 허물이 없었다. 또 우리는 물에 사는 벌레로서 땅에 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모두 와서 우리를 잡아 먹는다. 만일 우리가 전생에 조그만 복이라도 지은것이 있으면 그것으로써 원수를 갚자.'
그 때에 그 촌에는 어떤 어린애가 있었다. 나이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그는 고기를 잡지도 않고 또 목숨을 죽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는 고기들이 언덕 위에서 모두 죽는 것을 보고 매우 재미스러워 하였다.
비구들이여, 알라. 너희들은 그 때의 그 왕사성의 사람들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지금의 석씨 종족이 바로 그들이다. 그 때의 그 구소 고기는 지금의 저 유리왕이요, 그 때의 그 양설 고기는 지금의 저 호고 범지요, 그 때에 언덕에서 죽는 고기를 보고 웃던 어린애는 바로 나이니라.
그 때에 그 석씨들은 앉아서 고기를 잡아 먹었기 때문에 무수한 겁을 걸쳐 지옥에 떨어졌고 또 지금에 그 갚음을 받은 것이다. 나는 그 때에 앉아서 바라보고 웃었기 때문에 지금 머리가 아파 돌로 치는 것 같고 또 머리에 수미 산을 인 것처럼 무겁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는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온갖 행을 버렸으며 모든 액난을 건넜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런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몸과 입과 뜻의 행을 잘 단속하고 범행을 닦는 이를 생각하고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전자아함경 번역문)
諸比丘白世尊言:「今此諸釋昔日作何因緣,今為流離王所害?」 爾時,世尊告諸比丘:「昔日之時,此羅閱城中有捕魚村。時世極飢儉,人食草根,一升金貿一升米。時,彼村中有大池水,又復饒魚。時,羅閱城中人民之類,往至池中而捕魚食之。當於爾時,水中有二種魚:一名拘璅,二名兩舌。是時,二魚各相謂言:『我等於此眾人,先無過失,我是水性之虫,不處平地,此人民之類,皆來食噉我等,設前世時,少多有福德者,其當用報怨。』 「爾時,村中有小兒年向八歲,亦不捕魚,復非害命。然復彼魚在岸上者,皆悉命終;小兒見已,極懷歡喜。「比丘當知,汝等莫作是觀。爾時羅閱城中人民之類,豈異人乎?今釋種是也。爾時拘璅魚者,今流離王是也。爾時兩舌魚者,今好苦梵志是也。爾時小兒見魚在堓上而笑者,今我身是也。爾時,釋種坐取魚食,由此因緣,無數劫中入地獄中,今受此對。我爾時,坐見而笑之,今患頭痛,如似石押,猶如以頭戴須彌山。所以然者,如來更不受形,以捨眾行,度諸厄難,是謂,比丘!由此因緣今受此報。諸比丘當護身、口、意行,當念恭敬、承事梵行人。如是,諸比丘!當作是學。」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당신의 전생에 대한 가르침을 모아 놓은 불전이 <본생담>인데, 현대 불교학의 잣대로 분석할 때 세월이 흐르면서 잡다한 민간 설화가 혼입되고 증광되어 현재 전하는 <본생담>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핵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있었습니다. 초기불전 도처에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전생을 거론하면서 가르침을 베푸신 목적은 인과응보와 보살도의 교훈을 주기 위한 데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신화로서의 대승불전이 초기불전의 연기(緣起), 무상(無常), 무아(無我)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편집, 창작된 것이듯이, <본생담> 역시 초기불전 도처에 실려 있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에 근거하여 증광, 창작, 혼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본생담>의 핵심 교리인 이타행의 보살도는 연기, 무상, 무아의 가르침과 마찬가지로 초기불전의 핵심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교수님 어떻게 이토록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나요. 감동했습니다.
교수님 답변으로 본생담에 대한 의문은 다 풀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