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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28. 소책자
행복한 가정
건강한 교회
섬기는 일터
출처 : 『한국교회 트렌드 2026』 목회데이터 연구소 / 규장 2025년
수평 사회, 혁신 교회
1) 한국 교회 트렌드 2025 리뷰
<한국 교회 트렌드>는 교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직시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교회의 현황을 기록하는 통계집이 아닌 한국 사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교회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시대적 보고서이다.
이 책의 차별적 특징이라면 전국의 목회자와 성도,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일반 사회통계 분석과 함께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방대한 한국 교회 관련 데이터들을 종합하여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순한 통계 보고가 아니라 교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5'의 10가지 주제 중 몇 가지만 리뷰해본다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유반젤리즘'이었다. 유튜브(YouTube)와 에반젤리즘(Evangelism)의 합성어로 유튜브로 전도하고 신앙생활도 한다는 의미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개념이 한국 교회에 들어오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유튜브의 기독교 콘텐츠를 보면서 신앙생활한다. 이런 영향으로 현재 교회 예배 만족도와 목회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반젤리즘이 등장하면서 일부 신학교에서는 유반젤리즘에 대해 설명하라는 시험 문제가 나올 정도로 한국 교회에 파급력이 컸다.
‘멘탈케어 커뮤니티’는 기독교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룬 것으로 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통계적 방법으로 교인들의 정신 건강을 측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 교회 출석 성도 중 우울/불안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5명 중 1명 이상이나 되고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이 11%나 된다는 결과가 한국 교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통해 한국 교회가 교인들의 정신 건강 관리,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점이 주목할 만했다.
초혼 나이가 점점 올라가면서 30살이 훌쩍 넘은 싱글들이 교회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학청년부에 가면 꼰대 소리를 듣고, 스스로 세대 차이를 느껴 청년부에 들어가기를 꺼려 한다. 한편으로 인생의 루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장년부에 올라가기 싫어하는 교회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독특한 집단이다. '트렌드 2025'에서는 '싱글 프렌들리 처치'라는 주제로 이들의 교회생활과 인식을 조사 분석하여 교회의 싱글 사역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미션 비욘드 트래디션’은 성도들의 선교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낮아지고, 선교사의 연령은 계속 고령화되는 시대 상황에서 세계 선교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교사, 목회자, 성도 등 다차원적으로 조사하여 그 결과를 중심으로 선교적 대안을 모색하였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이주민 선교였다. 현재 이주민 선교를 하지 않는 교회 목회자의 80% 이상이 이주민 사역 의향을 보였으며, 선교사 중 귀국 후 이주민 사역을 하겠다는 비율 역시 80%가 넘어 향후 선교 사역이 이주민 선교 쪽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을 예상하였다.
2) 2025년 한국 교회 상황 및 2026년 전망
2025년 하반기 한국 교회 상황은 5월 기준 코로나 이전 대비 아직 회복되지 못한 교회가 61%, 회복된 교회가 39%로 나타났으며, 전체 평균 회복도는 91%였다. 아직까지 100%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 교회가 코로나 이전보다 교세가 다소 하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회복도만 따지고 보면 2023년 86%, 2024년 88% 였는데 이번 2025년은 91%로, 이는 코로나 이전보다는 못하지만 코로나 이후 크게 하락했다가 다시 조금씩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또는 일부 목회자가 코로나 이후 한국 교회가 급감하고 있다는 주장은 실제와 거리가 있는 말이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대형 교회의 회복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대비 출석 교인 수 기준으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교회가 교회 규모별로 ‘29명 이하’ 54%, ‘30~99명’ 60%, ‘100~499명’ 67%, ‘500명 이상’ 84%로 교회 규모가 클수록 회복도가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형 교회가 더 빠르게 회복됨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통계는 소형 교회가 더 회복이 안 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상치되는 결과이다. 소형 교회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도 인원이 소수이다보니 대형 교회보다 훨씬 회복도가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세하지만 교인 수 기준 전체적으로 다시 회복하는 상황에서 우려할 만한 것은 사역의 회복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사역들의 회복도를 살펴보면, ‘헌금’ 88%, ‘소그룹’ 74%, ‘성경공부’ 73%, ‘전도/선교’ 70%, ‘지역사회 구제/봉사’ 70%, ‘새신자 등록’ 57% 등으로 헌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역이 채 80%를 넘기지 못하고 있고, 작년과 비교하여 회복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사역이 활발해져야 교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활발해지고 전도가 활발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는데, 한국 교회는 아직까지 사역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 상태가 고착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현상도 나타난다. 교회 차원에서 사역의 활발함은 코로나 이전에 못 미치지만 성도 개인의 신앙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교회 사역이 활발하지 못하면 성도들의 신앙이 약해지기 마련인데(적어도 코로나 이후 2023년까지는 그랬다), 2024년 이후 성도들의 신앙이 깊어지는 현상이 조사를 통해 포착되었다. 실제로 자신의 신앙이 ‘깊어졌다’는 응답이 2023년 이후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성경 읽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 모두 2023년 이후 증가하였다. 이는 교회 사역 하락과 상관없이 성도들이 스스로 신앙을 지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슬기로운 그리스도인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신앙적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튜브의 영향도 클 것으로 판단된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성도들이 현재 유튜브를 통해 기독교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으며,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은혜와 감동을 거의 동일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도 교인 수 전망을 물어보았다. ‘증가할 것’ 67%, ‘비슷할 것’ 19%, ‘감소할 것’ 14%로, 목회자(담임목사) 3명 중 2명은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 이전 대비 61%의 교회들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특이점은 내년도에 낙관적인 전망이 교회 규모별로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소형 교회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소형 교회의 빠른 회복과 함께 소형 교회의 약진 현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읍면 지역교회, 목회자 연령이 60세 이상 되는 고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소형 교회 목회자들의 교회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균형 발전, 균형 성장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3) 한국교회 2026, 10가지 트렌드
작년 《한국 교회 트렌드 2025>에서 10가지 주제를 모두 영어로 조어하여 표기했는데, 이에 대하여 어렵고 어색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 가급적 영어 표현을 피하고자 하였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6’에 제시되는 10가지 트렌드 주제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⓵ 심플처치
오늘날 한국 교회는 주중 모임의 감소, 사역 참여의 약화, 성도들의 교회 활동 축소등 전반적인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를 전후로 많은 교회들이 사역 중단을 경험했고, 현재 회복이 진행 중이지만 교회 활동과 참여의 위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게다가 개인의 필요와 선택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면서 과거 사역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신자의 영적 갈망은 여전히 깊다. 이제 교회는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가를 따지기보다 그 활동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사역의 방향성과 본질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에는 다양한 활동과 조직을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던 교회들이 이제 ‘무엇이 진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바로 ‘심플처치’(Simple Church)라는 전략적 접근이다. 심플처치는 단순히 예배나 프로그램을 줄이고 교회생활을 간편하게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오히려 교회 사역 비전을 명확히 세우고 그 비전에 따라 사역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며 모든 구조와 흐름을 복음의 본질에 맞게 재구성하는 방향 전환이다. 이는 단순함을 위한 단순화가 아니라, 복잡함 속에서 흐려진 복음의 중심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적인 사역 재편이라 할 수 있다.
심플처치는 사역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세우는 교회의 핵심 사명을 중심으로 사역의 흐름을 분명히 설계하는 과정 중심의 교회론이다. 이 흐름 속에서 성도들은 자신의 신앙 여정을 따라갈 수 있으며 교회는 성도의 성숙과 공동체의 건강을 향한 명확한 길을 제공할 수 있다.
반복되는 교회 모임이나 형식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는 기존의 관행을 고수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사역을 재조정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⓶ AI, 목회 코파일럿
AI는 목회자가 아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학적 주제를 해석할 수 있다. 정서적인 언어로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것도 가능해졌다. 우리는 오래도록 ‘AI는 영혼이 없기에 위로할 수 없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그 전제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기술이 감정을 흉내 내고, 응답의 질이 점점 깊어질수록 교회와 목회자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고민이 아니다. 지금 여기, 이 시대 교회를 향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오늘날 목회자는 누구보다 바쁘다. 설교를 준비하고 행정도 챙기고 성도들을 돌보며 크고 작은 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이 모든 일의 무게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런 고단한 일상에서 문득 AI가 하나의 기회처럼 다가온다. 마치 디지털 간사처럼, 조용한 목회 비서처럼 반복되는 행정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고 필요한 자료를 척척 찾아주며 뒤에서 묵묵히 일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회자가 다시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면, 다시 말씀을 온전히 묵상하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AI는 목회 현장에 선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어떻게,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가’를 묻는다. AI는 유익한 도구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수용은 목회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기술은 교회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빠른 교회가 반드시 건강한 교회는 아니다.
AI는 목회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회자 옆에 설 수는 있다. 항공기의 ‘부조종사’(co-pilot)처럼 더 멀리, 더 높이 날도록 돕는 존재가 될 수 있다. ‘AI 목회 코파일렛’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기술과 신앙, 효율과 영성 사이에서 교회는 어디에서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목회의 지형 위에 서 있다.
⓷ 강소교회
목회자들 사이에서 종종 들리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교회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형 교회와 대형 교회가 되기를 꿈꾸는 소형 교회들이다. 형태와 규모는 다르지만 결국 지향점이 동일하다는 이 말은 한국 교회에 수많은 교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교회성장주의’ 전략에 기대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교회의 다수는 소형 교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대한민국 기업 구조와도 닮았다. 실제로 전체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인 것처럼, 한국 교회 절대다수는 소형 교회다. 이러한 구조는 진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건강한 생태계가 작동하려면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국가 경제 체제나 대형 교회를 지향하는 목회 현실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형태와 방식, 그리고 대안적 목회 철학으로 교회 개척에 도전하는 이들이 보인다. 이들은 소형 교회를 미성숙하거나 미완성의 ‘부족한 교회’로 보지 않고, 그 자체로 성경적 교회관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양적 성장의 시대를 넘어 질적 성장의 시대로 나아가는 큰 흐름이 서서히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국교회 트렌드 2026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시사점은 크다. 당연시되던 소형 교회의 문제점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고, 기대 이상의 가능성도 발견되었다. 물론 부정적 평가와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형 교회와의 비교에서 ‘규모’가 곧 ‘질’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비기독교인의 소형 교회에 대한 평가는 한국 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 교회 성도와 목회자가 걸어온 교회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목소리였다.
⓸ 청빙, 비욘드 콘테스트
앞으로 10년 내 약 30% 정도의 목회자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어 한국 교회에 청빙이 중요한 이슈를 차지할 것이다. 최근 한국 교회 청빙의 패턴은 공모하여 설교 콘테스트를 거쳐 교인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목회자는 설교 이외에도 영성, 사랑과 섬김, 인성 등이 모두 중요하다. 따라서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청빙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⓹ 호모 스피리추얼리스
현대는 비종교 또는 무종교 시대라 불린다. 기독교 역시 이른바 ‘탈기독교’ 시대로 접어들며 신자들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 분기점이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를 떠났고 종교 인구는 줄었다. 기독교뿐 아니라 가톨릭, 불교 할 것 없이 종교 인구가 감소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무속 인구는 증가추세다. 제도 종교 인구는 줄었지만 영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줄지 않은 것이다.
2010년 이후 이성적이며 성경에 입각한 신앙 분위기를 강조해왔던 기독교 안에서도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말씀 너머 영적인 무엇인가를 갈망하게 되었다. 물론 기독교 신앙은 말씀과 함께 기도생활도 중요하다. 말씀과 기도가 균형을 이루어야함에도 기도는 줄고 성경공부나 말씀 위주의 신앙생활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거 일부 예언 기도를 받는 것처럼 자신의 앞날을 알려주는 기도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뭔가 충족되지 않은 영적 갈급함에 처해 있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6 조사’에서는 이 같은 영적인 측면을 다뤘다. 이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는 기독교 영성의 한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 현대 기독교인들이 지향하는 지적인 신앙으로 드러나는 미묘한 갈등과 그 이면의 영적 갈망도 조명해본다. 그 갈망은 교회를 떠나 있고 기도를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는 갈증이다.
이 장에서는 이 현상을 ‘호모 스피리추얼리스’라고 명명한다. 호모스피리추얼리스는 ‘영적 인간’이라는 라틴어 표현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영적인 것을 갈구하고 있다.
⓺ 무속에 빠진 그리스도인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속이 확산하고 있다. 이전부터 무속과 관련된 내용들이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지상파나 종편 방송에서 무당, 신점, 귀신 등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MZ 점술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지난해 개봉해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는 기독교인이 만든 오컬트 영화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서울의 ‘연트럴파크’(연남동 경의선 숲길)에는 타로와 사주를 보는 집들이 즐비하다. 또 인터넷에도 무속인들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고 대중매체에도 무속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과 유료 전화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굳이 점집을 찾지 않아도 무속인들과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운세, 궁합, 토정비결을 보는 역술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에는 무속이 단순한 미신적 의미를 넘어 심리적 치유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로까지 다가가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무속신앙은 한국인들에게 생소하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의 심성에 자리 잡아 왔고 종교학자들은 무속을 한국 종교성의 원형으로 보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무속을 미신이라 규정했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무속에 대한 억압 정책들을 펼쳤으며 무속을 혹세무민하는 잡신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무속은 생명력을 잃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 왔고 최근에는 더 활개를 치며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기독교인조차 무속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앙의 대상이나 행위로써가 아니라 심리적 요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6 조사’ 결과 일부 기독교인은 무속을 통해 마음의 안정까지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와 목회자, 동료 신자들이 주지 못하는 것을 무속인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회의 대책이 요구된다.
⓻ 서로 돌봄 공동체
고령화와 저출산 심화, 1인 가족 증가, 가족관계 해체 등 여러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고립감, 소외감, 불안감이 깊어졌다. 지나친 경쟁, 비교, 과도한 스트레스, 경제적 불안정 등의 요소들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삶의 어려움을 지탱하고 극복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약화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돌봄이 필요한 대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증가하고 있으나 그동안 돌봄의 핵심 역할을 감당해 왔던 가족 기능이 약화되면서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 함께 감당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돌봄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그 무게를 실질적으로 감당하려는 이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사회나 교회는 다양한 돌봄 실천을 해왔지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무엇인가를 해주는 봉사’로 한정된 돌봄 개념에만 머물며 재정과 헌신의 한계에 부딪혀 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줄 것인가'라는 형식적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함께, 그리고 서로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돌봄에 대한 이해를 관계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모든 사람이 돌봄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실천 방식으로서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돌봄이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실천이라면 그 자체가 관계 공동체인 교회는 돌봄에 있어서 더 특별한 책임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교회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과 돌봄 대상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돌봄을 실천해 나갈 수 있을까.
⓼ 유리천장, 여성 교역자
“여성은 전도사까지가 좋지, 목사는 좀 부담스럽죠.” 이 말은 교회 안에 여성 교역자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상징적인 말이다. 안수 허용 교단이든 그렇지 않든 여성 교역자들은 그들의 역량과 상관없이 차별과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에 대한 담임 목사, 일반 성도, 여성 교역자 본인들의 인식과 태도를 조사하여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보았다.
⓽ 헌금: 패러다임 쉬프트
한국교회는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입국 이후 올해로 선교 140주년을 맞이했다. 선교 초기부터 한국 사회와 함께 호흡해온 한국 교회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빠르게 성장했으며 90년대 이후에는 성장세가 둔화됐다가 최근에는 교세가 점차 축소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한국 교회의 성장 요인에 대해서는 여러 차원의 해석이 존재하는데 종교사회학에서는 헌금이 교회 성장의 재정적 기반이 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헌금의 영적 신학적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교회 유지와 성도 교육, 전도 및 선교 등 아웃리치 사역은 헌금을 통해 가능해진다. 이처럼 헌금의 동향은 교회의 존속과 미래 사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세계 경제 악화와 불황, 인구 감소, 교인 축소와 고령화 등은 교회 내외부 사역 자체를 위협하는 직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최근 헌금에 관한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헌금에 대한 인식, 헌금을 드리는 방식, 재정 지출에 대한 인식 등 헌금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교회가 헌금 문화를 형성해 가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으며 목회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교회의 헌금 동향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며 다양한 헌금 방식과 그 변화 양상을 통해 교회의 전반적인 헌금 문화를 조망하고자 한다.
⓾ 이주민 선교
한국 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이주민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하며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이주민 수는 약 2억 8,100만 명(세계 인구의 3.6%)이며, 2050년에는 4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25년 초까지 265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앞으로 이주민 유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이주민 포용과 사회 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 교회 역시 이주민 시대를 맞아 그 역할과 책임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과거에는 타국에서 온 낯선 이주민들에게 교회 공동체는 중요한 안식처이자 지원망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그 역할이 국가 기관과 시민 단체로 이동하고 있다. 또 이주민 자체 커뮤니티가 법적 제도적 지원 속에 문화교류를 주도하면서 교회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주민 사역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지역 교회는 더 이상 이주민들에게 '유일한 도움처'가 아니며 이에 따라 교회의 새로운 대응과 전략이 요청되고 있다. 동시에 지역 교회 목회자들 사이에서 이주민 사역은 가장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할 선교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교회가 성경적 환대와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주민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선교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역 교회 목회자와 성도를 대상으로 한 ‘한국 교회 트렌드 2026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이주민 사역 실태와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향후 이주민 사역의 방향성과 교회의 실천 과제를 점검하고자 한다.
4) 수평 사회, 혁신 교회
몇 년 전 일이다. 아내가 갓 태어난 손녀의 양육을 위해 자신의 여러 가지 경험을 며느리에게 가르치고자 했는데 며느리는 잘 듣지 않는 눈치였다. 알고 보니 자신의 방식이 있었다. 인터넷 맘 카페의 경힘들, 유튜브 육아 전문가의 강의, 먼저 경험한 친구들을 통해 양육에 대해 습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어른의 권위와 가르침이 인정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모르는 것을 선생님에게 물으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의 유명 강사가 가르치는 인강이 인공지능과 결합되어 일대일 지도까지 가능하게 한다. 정보는 손끝에서 즉시 얻을 수 있고, 권위는 더 이상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급격히 '수평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전통의 무게 아래 묶여 있는 듯하다. 목회자와 장로(당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연장자의 경험을 우선하는 문화는 교회 밖 사회와 너무 큰 간극을 보인다. 교회는 여전히 권위적 수직 구조를 유지하지만, 사회는 이미 수평적 네트워크로 재편되었다. 이 괴리를 줄이지 못한다면 교회는 점점 더 젊은 세대에게 낯선 공간이 될 것이다.
수평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전환이다. 함께 토론하고 참여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공동체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명령과 지시가 아니라, '옆에서 옆으로 이어지는 소통과 협력의 구조가 필요하다.
이제 한국 교회는 질문해야 한다. “왜 청년들이 떠나는가?”라는 전통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을 넘어서 “우리가 어떤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교회가 진정으로 수평 사회의 가치와 맞닿을 때, 교회는 더 이상 과거의 권위를 고집하는 집단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를 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6》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이 변하기를 기다리며’ 안주할 수 없다. 교회가 변해야 한다. 권위에서 신뢰로, 전통에서 혁신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앞으로의 교회는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교세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교회가 어떤 문화를 만들고, 어떤 신뢰를 구축하며, 어떤 사회적 자원을 나누는가가 핵심이다. 교회의 변화는 단순히 교회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사명이다. 최근 우리연구소에서 발간한 《부흥하는 교회 쇠퇴하는 교회》(규장)를 보면 부흥하는 교회일수록 목회자와 성도 모두 변화와 혁신의 수용도가 쇠퇴하는 교회보다 크게 높았다.
Change or Die!
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가 임원회의 때마다 강조했던 말이라고 한다. 한국 교회 목회자 그리고 성도들이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2026년을 맞이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