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파라오'
저자:조이스 타일드슬레이
제목:람세스,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파라오
출판:가람기획, 2001년 10월
가격:(정가)\13,000
동아일보, 2001. 11. 10 원문보기(동아일보)
=동아일보 기사=
30세의 나이에 요트 사고로 요절한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1792-1822)는 1817년, 한때
강성했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에대한 자신의 시적 인상을 묘사한 '오지만디아스'란 시를 발표했다.
"나는 고대의 땅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났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막에 몸통이 없는 거대한 석조 다리 두 개가 서 있다고. 그 다리들
근처의 모래밭에 부서진얼굴 하나가 반쯤 파묻혀 있는데,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뒤틀면서 거만한 조소를머금고 있는 그 얼굴은 그것을 빚어낸 이가
그 생명없는 것에 또렷이 각인되어 아직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열정들을 제대로 알아볼 눈을 지녔음을 말해 주고 있으며,그의 손은 그 열정을
조롱하나 그의 가슴은 그것을 부추겼다고.
그 받침대에는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짐의 이름은 왕중왕 오지만디아스다. 힘이 있다고 으스대는 자들이여, 짐이 이루어낸 엄청난 업적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
셸리가 '오지만디아스'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822년, 수수께끼 같은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에게 환상으로만
그려지던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갑작스럽고도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신왕국 시대의 특이한 두 파라오인 하트셰프수트와 이크나톤이 뜻하지 않게 그모습을 드러냈으며 1912년에는 아마르나의 파괴된 도시로부터
거대한 조각상의 머리부분이 발견되면서 아름다운 네페르티티 왕비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922년에는 왕들의 골짜기에서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고스란히보존된 한 왕의 무덤이 발견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그 때까지 미미한존재에 불과했던 소년왕 투탕카멘이 죽음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람세스 2세는 그런 식의 부활이 필요하지 않은 왕이었다. 그의 치세 이래 3천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의 이름은,
셸리의 시에서 볼 수있듯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
세티 1세의 장남으로 고대 이집트 제19왕조의 제3대 왕이었던 람세스는 비교적평화로운 시기가 지속된 6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권좌를
지켰고 그로 이해 자신의이름을 드높일 충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BC 1213년 사망할 때까지 그의 왕국 전역에는 그의 기념 건조물들과 조각상들이세워졌다.
오늘날 고고학자들이 '고대 세계'-터키 북부, 이란, 중앙 아프리카, 리비아, 발칸 지방, 그리고 저 멀리 서쪽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국가들의 집단-라 부르는 세계를 구성했던 다양한, 그러나 상호 연관된 왕국들 전체에걸쳐 람세스란 이름은 널리 알려지고
존중받았다.
이집트 내에서는 왕의 휘하에 있는 아주 효율적인 선전기구가 람세스를 신적인속성을 지닌 살아 있는 전설의 위치로까지 끌어올렸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이스 타일드슬레이가 쓴 「람세스,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파라오」(가람기획)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왕으로 추앙받는 람세스 2세에 대한 연구서이자 그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면밀한 사료 분석과 실증적인 연구작업을 통해 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일컬어지는 람세스를 완벽하리만큼 정확하게 복원시켰다.
자칫 짜릿하고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의 매력에 끌릴 수도 있었지만 타일드슬레이는 정확한 고고학적 증거나 사료를 붙들고 시종일관 놓지 않는다.
그로 인해 이 책에서는 늙은 얼굴과 목에 주름이 깊이 패고, 허리 부위의 심한관절염과 사지 말초혈관의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순환계 장애를
겪었으며 이와 잇몸모두 심하게 부식돼 말년에 늘 치통을 앓았던 인간 람세스를 만나게 된다.
또 그가 수십명의 아름다운 아내, 후궁들과 성적인 유희를 즐겼으며 그 결과로100명이 넘는 자식들을 가졌을 뿐 아니라 자신의 위대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선대 파라오들의 업적까지 가로채며 역사 왜곡을 시도했던 허영심 가득찬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부각된다.
람세스 2세는 백성들이 자신을 반신적인 존재로 인정해 주는 데도 불구하고 허영심과 불안정함에 아주 유사한 어떤 감정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영웅적이고 자애롭고 경건한 람세스의 면모뿐 아니라 성마르고 무자비하고 유아독존적인 람세스의 모습까지도 여과없이
들여다보게 된다. 360쪽. 1만3천원.
XI-X-MMI
걸산(http://www.gulsan.org/)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