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례행사처럼 해야 하는 것이 벌초작업이다. 그동안 수십 년간 형님과 둘이서 추석 몇 주 전에 벌초작업을 해 왔다. 이제는 둘 다 70과 80을 바라다보는 노인들이라 벌초작업이 매우 부대끼는 일이다. 그래서 작년 형제들 모임에서 삼 형제가 돌아가면서 벌초작업을 하자고 했다. 동생과 나는 벌초 대행업체에 맡기려고 했고 형님은 직접 했으면 했다.
형님의 생각은 벌초는 자손들이 직접하는 것이 도리이고 예의라고 생각했고 동생과 나는 시대 추세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비록 작년에 벌초작업을 로테이션으로 하자고 결정은 했지만 왠지 마음이 찜찜했다. 그래서 벌초 1달 전 형님에게 전화를 해서 이번에도 내가 함께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형님께서 이번에는 형님 큰아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했다. 만일 그렇다면 조카와 내가 둘이서 가면 된다고 하니 한사코 형님께서 동행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번 벌초는 9월 21일(일)에 하자고 결정하고 시골에서 아침 7시 반에 만나기로 했다. 예년 분위기로 보면 벌초 기간에는 주말에 차들이 많이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런 것을 보면 웬만한 집안에서는 벌초를 직접하지 않고 대행업체에 맡긴다는 뜻이다. 시골에 도착하니 내가 먼저 도착했다. 그래서 예초기를 점검하고 마당에 우거진 풀을 베고 있으니 형님 가족들이 도착했다. 조카만 온다고 했는데 형수님까지 함께 오셨다. 마당의 제초작업을 중단하고 바로 산소로 향했다.
산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조카가 먼저 제초작업을 했다. 조카는 그동안 벌초작업을 오랫동안 해 보지 않아 깔끔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이어받아 마무리 작업을 했다. 이번에는 장비가 말썽을 일으키지 않아 원스톱으로 벌초를 할 수 있어 평소보다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벌초를 끝내고 준비해 온 음식을 제단에 올려놓고 간단하게 제를 지냈다.
음식을 먹으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올해에는 조카와 형수님이 오셔서 부모님께서 매우 기뻐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형수님께서 싸 오신 김밥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배가 터지도록 먹고 하산을 했다. 집에 도착해서 마당 벌초작업을 조카가 마무리하고 난 그 시간에 집위에 있는 쓸모없는 나무들을 벌목작업 했다.
그때 시골에 사는 사촌형이 집에 와서 벌초작업 요령 및 장비 사용법에 대해서 시범을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오늘 행한 벌초작업을 자신에게 맡기면 30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하면 3명이 해도 1시간 반이상 걸리는 일인데도 말이다. 나중에 대행을 부탁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읍내로 가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후 헤어졌다.
벌초를 하면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갔다오면 녹초가 된다. 몸살이 나지 않는 것은 평소 꾸준히 운동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힘든 작업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산소를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