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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편 연구의 동향과 전망 I. 시편에도 문맥이 있는가? 시편에도 문맥이 있는가? 즉 시편 2편은 1편이나 3편과 내용이 연결되어 있는가? 우리는 보통 시편이라는 성경은 150편의 독립된 시편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 시편을 이웃하는 시편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를 잘 하지 않는다. 실제로 각 시편을 정독 한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역사서들에서처럼 명백한 이야기의 흐름을 찾아낼 수는 없다. 서로 간의 관련성에 대해서 의식하지 않고 읽으면 각 시편은 그야말로 독립된 별개의 시편들로 다가온다. 기껏해야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동일한 표제를 가진 시편들(예-다윗의 시)이나, 동일한 내용을 가진 시편들(시편 14=53편, 시편 40:13-17=70편), 두 개의 시편을 합친 시편들(예-시 108=57+60), 혹은 주제가 비슷한 시편들이 가진 관련성 정도이다. 전통적으로 시편에 대한 해석은 시편 전체를 하나의 책으로 보고 통일된 신학이나 내용을 제시하기보다는 각 시편에 대한 주석을 하는 선에 머물렀다. 주제나 내용 상 연결될 수 있는 다른 시편이나 성경 본문들은 참조하기는 했지만, 이웃하는 시편과 연결시키면서 주제를 생각하거나 신학적 강조점을 찾으려 하지는 않았다. 더 나아가 시편 전체의 구성이나 그 구조가 보여주는 신학적 지향점에 대해서 연구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최근에 생긴 연구 경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편에도 과연 문맥이 있는가? 시편에 문맥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한권의 책으로서 시편 전체가 지향하는 신학적인 흐름이 있다고 하는 주장은 기존의 주장들과 어떻게 다른가? 이런 주장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성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시편 설교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본고는 이와 같은 논의들을 다루기 위해서 먼저 간략하게 그 동안의 시편 해석 역사를 살피고, 그 바탕 위에서 “문맥 속에서의 시편 읽기”에 대한 설명과 예들을 제시할 것이다.
II. 과거의 시편 해석 전통적인 해석을 비롯한 역사비평적인 시편 해석은 문학적인 측면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주로 역사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이전의 전통적인 해석은 시편에 있는 표제를 따라서 사무엘상하에 있는 다윗의 상황이나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과 연결시켜서 해석하고, 그 가운데서 교회에 주는 교훈을 찾으려고 했다. 특별히 시편을 자주 신약과 연결시키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에 대한 예언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나타냈다. 19세기 들어서 역사비평학자들은 다윗 시편들에 나타난 내용과 다윗의 생애를 기록한 다른 성경들을 비교하면서 그 내용의 불일치를 지적하거나 많은 시편들을 다윗 이후의 시대들과 연결시켰다. 예를 들자면 둠(B. Duhm)은 그의 시편 주석(1899)에서 대부분의 시편들은 마카비 혁명시대(주전 2세기)의 상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 시편들은 주전 1세기에 있었던 유대인들 내부의 당파적인 항쟁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고, 바리새파적인 개인 경건 운동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후 궁켈(Herman Gunkel)을 비롯한 양식 비평학자들은 시편들의 반복적이고 전형적인 언어들이 이스라엘의 종교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전형성을 보여주는 장르의 분류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와 다르게 모빙켈(Sigmund Mowinckel)은 대부분의 시편들을 야웨의 왕권을 기념하는 축제와 같은 제의와 연결시켰다. 이상의 과거 해석 방법들은 시편 연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편들의 언어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명백하게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 측면들을 강조한 이 방법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 방법들은 각 시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학적인 요소들에 주목하지 못했고, 한권의 책, 즉 한 권의 성경 안에 들어 있는 시편의 문맥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며, 다른 종교전통과의 비교를 너무 과도하게 시편 해석에 적용했다. 그래서 최근의 시편 연구들은 이런 한계들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III. 시편 해석에 있어서의 변화들 현대의 시편 해석은 주로 시편 발생의 역사에 대한 강조에서 시편의 전수 및 해석과, 시편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인 특징, 그리고 책으로서의 시편에 대한 강조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래의 시편 해석 방식들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첫 번째 변화는 시편의 문학적인 특징에 대한 강조이다. 즉 시편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다른 문학 작품을 분석하는데 사용하던 도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다양한 문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각 시편들의 시적, 문체적, 수사적인 성격들을 파악하고 기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학적 분석은 주로 히브리 시가 갖고 있는 주요한 특징인 평행법이나, 어휘나 어구의 반복, 비유 등에 대한 관찰로 이루어진다. 이 접근 방식은 이런 문학적 분석을 통하여 한 시편이나 연결된 시편들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변화는 시편들이 전수되고 계속적으로 사용되면서 어떻게 그 시편들의 의미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시편들은 전수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사용 목적과는 다른 역사적 상황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고쳐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수용과 수정의 과정들을 추적함으로써 한 시편에 대한 일종의 해석사를 기술하려고 하는 것이 이 접근 방식의 주된 목표이다. 세 번째 변화는 한 시편이 시편이라는 책 속에 놓인 위치와, 그 시편이 주변의 다른 시편들, 혹은 시편 전체와 갖는 문학적인 문맥을 강조하는 현상이다. 학자들은 현재 시편의 배열이나 순서가 우연적이거나 무작위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시편이 주변의 시편들과 공통적으로 소유하는 어휘나 주제의 연구를 통하여 시편의 배열이나 순서들 속에 있는 의도와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각각의 시편들이 주변의 시편들과 갖는 관계나 시편들의 순서가 갖는 통일성을 찾는다. 네 번째 변화는 세 번째 경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인데, 시편 성경을 성경의 한 책으로 보는 관점의 출현이다. 이 관점에 의하면 현재의 시편은 다양한 시대에 이루어졌던 편집과 배열을 결합함으로써 창출된 것이기 때문에, 시편이 성경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과정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성경으로서의 시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신학적인 목적들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시각을 찾는 데 주력한다. 야훼의 토라를 강조하는 토라 시편들의 위치와 제왕시편들의 위치 등에 주목하면서 최종적인 편집자의 의도를 찾고자 애를 쓴다. 예를 들면 차일즈(B. S. Childs)는 인간 왕의 통치를 통해서 땅의 용어로 표현되고, 하나님의 우주적인 통치라는 개념으로 후대의 시편들에 의해 발전된, “영원히 지속되는 하나님의 왕권”이라는 주제가 시편 전체를 묶는 신학이라고 말한다. 또 윌슨(G. H. Wilson)은 시편 성경의 배열이 다윗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의 시행(1-72편), 그 언약의 파괴(73-89편)와 회복(90-150)이라는 최종 편집자의 관점을 나타낸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이런 관점을 따라서 그의 시편 주석(NIV Application Commentary)을 집필해 나가고 있다. 위의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시편 이해가 바로 문맥 속에서 시편을 해석하는 방법론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물론 이런 이해는 앞선 시편 해석 방법론들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시편 해석의 방법을 메이즈는 “책을 따라 가기”(“Going by the Book”)라고 명명한다. 한 권의 책으로서 시편이 어떻게 수집되고 편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는 베스트만(C. Westermann)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차일즈(B. S. Child)의 책 『구약정경개론』(Introduction to the Old Testament as Scripture)에서 그 정경적 의미가 더욱 더 강조되었다. 그리고 이런 해석 방법은 1989년 이후부터 구성된 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의 시편 그룹이 펴낸 책인 『시편의 구조와 그 형성』(The Shape and Shaping of the Psalter )에 수록된 논문들에 의해서 잘 예증되고 있다. 독일의 학자 젱어(E. Zenger)도 그의 소논문(“New Approaches to the Study of the Psalms”)에서 비슷한 해석 방법을 소개하고 실제로 그의 시편 주석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한 시편이 가진 문학적인 문맥을 중시하는 이런 시편 해석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주석들은 한국에서 현대성서주석시리즈로 번역된 메이즈의 『시편』(Psalms: A Bible Commentary for Teaching and Preaching)과, 클린턴 매켄 주니어(J. C. McCann Jr.)가 New Interpreter's Bible 시리즈 4권에 실은 시편 주석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리고 각 시편들이 어떻게 그룹화 되어 있고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연구는, 존 스텍(John Stek)이 쓴 NIV Study Bible 의 시편 서론과 주석 부분이다. 스텍의 시편 해설은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이 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IV. 문맥을 따라 각 시편을 해석하기 시편 성경 전체의 문맥 속에서 각 시편을 해석하는 접근 방식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시편을 성경의 한 책으로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성경으로서의 시편 전체의 문맥과 이웃하는 시편들의 문맥 속에서 각 시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살펴보고 그 속에서 각 시편의 독특한 메시지를 연구하는 시편 연구 방법이다. 그래서 이러한 시편 해석은 필수적으로 한 시편과 다른 시편들이 갖는 문학적인 관련성-공통된 어휘나 표현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각 시편들의 위치가 갖는 의미를 연구하며, 역사적인 면이나 주제의 유사성에도 주의하게 된다. 실제로 시편은 많은 부분에서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수집되고 편집된 흔적들을 드러내고 있다. 베스트만이 관찰한 대로 시편의 1-3권은 주로 탄식시편들이 많은 반면에 찬양과 감사의 시편들은 주로 4-5권에 많이 나타난다. 탄식에서 찬양으로 전환되는 큰 그림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윗 시편들은 주로 1-2권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하나님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단어 중 “여호와”라는 단어가 제 1권과 84편 이후에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반면에, 시편 42-83편에는 “여호와”가 45번, “엘로힘”이 245번 사용되어 의도적인 편집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여러 시편들을 하나로 묶는 표제들도 최종적인 시편의 편집 이전에 존재했던 여러 모음집들이 존재했음을 나타낸다. “다윗의 기도”(시편 72:20), “고라 자손의 시”(시편 42-49; 84-85; 87-88), “아삽의 시”(시편 50; 73-83),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20-134) 등이 그 예들이다. 또한 시편 1,2편은 새로운 토라와 메시야에 대한 안내로서의 시편을 보여주는 시편의 서론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고, 146-150(특별히 150편)편은 시편의 결론으로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에 모든 민족과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을 초대하고 있다. 다섯 권으로의 구분(1-41; 42-72; 72-89; 90-106; 107-150)은 모세 오경과 상응하는 것으로 시편이 기존의 오경과 선지서들과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암시를 주며, 각 권은 모두 송영(41:13; 72:18-19; 89:52; 106:48 150)으로 끝난다. 시편 150편은 5권뿐만 아니라 시편 전체를 결론짓는 송영이다. 이처럼 의도적인 편집과 배열의 흔적들은 각 시편을 이웃하는 시편들과는 별개의 시편으로 해석해온 지금까지의 해석 방법만으로는 온전한 시편 해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나님의 말씀의 의미를 정확하고 풍성하게 찾아내기 위해서는 최종 편집을 한 시편 편집자의 의도를 찾는 일이 독립된 시편 해석에 더해져야 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의도는 각 시편을 이웃하는 시편들의 문맥 속에서 연구할 때 발견될 수 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문맥을 따라 각 시편을 해석하는” 주석들은 한 시편을 다룰 때 자주 앞뒤의 시편들과의 관계를 다룬다. 한 시편이 사용하는 단어나 어구가 앞뒤 시편들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표현상의 유사성이나 통사론적인 연결도 살피고, 궁극적으로는 주제적인 흐름이나 신학적인 강조점을 문맥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문맥 속에서의 시편 해석의 한 가지 예로서 시편 1, 2편을 살펴보자. 이 서론적인 두 편의 시편은 겉으로 보기에는 주제나 문학적인 면에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 두 시편은 어휘적으로 관련이 있다. 먼저, 시편 1편은 “복이 있도다”라는 말로 시작하고 시편 2편은 동일한 어구로 마무리한다(2:12). 그리고 1:1의 “묵상하다”라는 말과 동일한 동사를 2:1(“경영하다”)에 사용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의인의 모습과 여호와와 그의 세우신 왕을 대적하는 열왕(악인들)의 모습을 대조시킨다. 결론적으로 두 시편은 말하기를 “악인의 길은 망하고”(1:6) 그들은 그 “길에서 망할”(2:12)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어휘적 연관성을 가진 두 시편을 시편 전체의 첫 머리에 둠으로써 여호와와 그분의 말씀에 대한 경외를 여호와와 그분이 세우신 왕에 대한 전적인 의지와 연결시킨다. 왕이 없는 상황에서 편집된 시편의 처음 독자들은 그들이 행복할 수 있는 두 길, 즉 하나님의 말씀과 여호와와 그분의 메시야를 의지하는 길에 대한 안내서로서 이 책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시편 3편은 시편 1,2편이 언급한, 대적들(여호와를 대적하는) 속에서 여호와를 의지하는 한 의인의 예를 보여주면서 시편 2편처럼 그런 사람이 결국 하나님의 복을 받을 것이라고 결론짓는다(3:8). 시편 3편은 또한 3-14편의 문맥 속에서 해석될 수 있다. 스텍이 NIV Study Bible에 도표화한 것에 의하면 3편은 3-14편 그룹의 첫 번째 시편이다. 3편은 이 그룹에 있는 다른 탄식시편들과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리고 8편과 14편의 찬양과 교훈은 3편을 비롯한 이 그룹의 탄식시편들에 해석의 문맥을 제공한다. 비록 이 탄식시편들의 시인들이 대적들이나 질병으로 인해서 고통당하는 가운데서 탄식을 하나님께 올리고 있지만, 그 탄식들은 사람을 특별하게 지으시고 돌보시는, 온 땅에 충만한 창조주 하나님에게(8편) 올리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시인을 고통 가운데로 몰아넣는 대적들은 14편이 말하는 하나님 없는 자들처럼 어리석은 자들이기 때문에 결국은 멸망당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시편 8편과 14편의 확신은 이 그룹에 속한 시편 3편과 다른 탄식시편들 속에서 거듭 거듭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아래의 표는 이러한 문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똑 같은 표제를 가지고 있는 시편 120-134편 속에서 시편 121편을 해석해 보자.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들(시 120-134편)은 여러 가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시편 132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길이가 짧아서 앞 뒤(119편과 135편)의 시편들과 길이에서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그리고 다른 시편들의 경우와 달리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특별히 자주 언급된다. “예루살렘”과 “시온”(11번: 122, 125, 126, 128, 129, 132, 133, 134); “이스라엘”(121:4; 122:4; 124:1; 125:5; 128:6; 129:1; 130:7 131:3); “평화” (120:5,6; 122:6,7,8; 125:5; 128:6); “축복하다” (124:6; 128:4; 129:8 [두 번] 132:15 [두번] 133:3; 134:1, 2, 3); “많은, 위대한” (120:6 123:3; 129:1,2 130:7); 불변화사 “보라”(121:4; 123:2; 127:3; 128:4; 132:6; 133:1; 134:1); “다윗”(122:5; 132:1, 10, 11, 17). 세 번째로는 이 모음집에서만 집중적으로 반복되는 어구들이 있다. “눈을 들다” (121:1 123:1);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 (121:2; 124:8; 134:3); “지금부터 영원까지” (121:8; 125:2; 131:3); “평강이 있을찌어다” (122:7, 8; 125:5; 128:6); “이스라엘은 이제 말하기를”(124:1; 129:1); “여호와께서 시온에서 네게 복을 주실찌어다” (128:5; 134:3 cf. 133:3);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찌어다” (130: 7; 131:3). 마지막으로 단어들과 문구들의 “반복”이 이 시편들에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문예적 특징이며, 특별히 계단식의 반복 패턴들(stair-like patterns of repetition)이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시편 121편 1-2절에서 “나의 도움”이란 어구는 1절 끝과 2절 시작 부분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특징은 이 모음집이 아무렇게나 수집된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수집, 배열된 것임을 암시한다. 만약 이 모음집이 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면, 위의 특징들은 시온에 좌정하시며 이스라엘에 평화와 복을 주시는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예배와 신뢰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맥 속에서 시편 120,121,122편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정황을 보여준다. 즉 시편 120편이 예루살렘(시온)이 상징하는 평화(122편 참조)를 갈망하는 한 나그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편121편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에 대한 확신 가운데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이 순례자의 여정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편 120편은 평화(120:6)와 전쟁을 좋아하고 속이는 자들로부터의 구원(120:7)을 열망하는 한 사람의 기도이다. 이 시편 기자는 평화의 장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시편 120편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끝나고 있다. “나는 화평을 원할찌라도 내가 말할 때에 그들은 싸우려 하는도다.” 이러한 평화와 전쟁의 주제는 시편 122편과 연결된다. 시편 122편은 예루살렘의 평화(122:6,7,8)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시편 120편의 기자가 찾고 있는 평화의 도성이다. 그러므로 시편 121편은 “평화”를 찾는(120:7) 시편과 평화의 도시를 노래하는(122:8) 또 다른 시편 사이에 있다. 만약 시편 120편의 기자가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시편 122편의)을 향해 출발했다면, 시편 121편은 그가 그곳에까지 가는 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편 121편은 이 모음집의 편집자의 목적에 잘 들어맞는 내용을 갖고 있다. 시편 121편은 지금 막 순례를 떠나려 하거나 이미 여행 중에 있는 순례자에 대한 하나님의 확실한 보호하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시편 121편 1절에서 시인이 눈을 들어 산을 보는 행위는 멀리서 순례자가 예루살렘의 산들을 향하여 눈을 들면서 여호와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의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비슷한 표현이 나오는 시편 123편 1절과 시온의 산들을 가지고 비유하는 125편1-2절 등에 의해서 지지를 받는다. 이처럼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문맥 속에서 시편 121편을 읽을 때 우리는 이 시편이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이 계시는 시온으로 순례하는 시인의 노래로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해석에 기초해서 이 시편을 설교할 때에는, 하나님 나라와 의를 추구하면서 하나님께로 가까이 나아가는 영적인 순례자들로서의 그리스도인들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강조할 수 있게 된다. 이상에서 예를 든 문맥 속에서의 시편 121편 해석은 처음에 시편 121편을 쓴 시인의 의도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시편 120-134편에 포함시킨 수집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현재 이 시편 본문이 속한 문맥 속에서 시편 121편의 의미를 더 분명하고 풍성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런 이해는 바로 이 시편을 당신의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메시지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의 예들 외에도 시온에 대해 공통적으로 노래하는 시 46-48편 그룹이나, 여호와의 우주적인 통치를 공통적으로 노래하는 시 93-99편 그룹, “이집트 할렐”로 불리는 할렐루야 시편 그룹인 113-118편 등 우리에게 공통된 문맥을 제공하는 시편들이 많이 있다. 이런 그룹들에 속한 각 시편을 이 그룹들이 가진 문맥이나 더 나아가서 시편 전체와의 관계를 의식하면서 해석하고 설교할 수 있다면 시편 설교가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IV. 결론
문맥 속에서의 시편 연구는 시편 연구의 유일한 접근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해석 방법이나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수행해 왔던 시편 연구에 대한 일종의 결론과 같은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각 시편을 독립적으로 해석했던 방법들에 더해서 이 접근 방식이 수행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를 세우고 유익하게 하는 시편 해석은 한 시편의 역사적, 문학적, 문법적 해석을 포함해야 하지만 거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각 시편이 가지고 있는 문맥 속에서 그 시편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시편이 속한 그룹이나, 시편 전체의 문맥, 더 나아가 구약 전체와 성경 전체의 문맥 속에서 한 시편을 볼 수 있다면 시편에 대한 더 온전한 해석과 설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시편 해석 역사와 관련해서는 주로 아래의 두 문헌을 참고하였다. Mays, James Luther. "Past, Present, and Prospect in Psalm Study." In Old Testament Interpretation: Past, Present, and Future-Essays in Honor of Gene M. Tucker, James Luther Mays; David L. Petersen; Kent Harold Richards ed.: 147-156. Nashville: Abingdon Press, 1995. Clements, R.E. A Century of Old Testament Study: Revised Edition. Guildford, Surrey: Lutterworth Press, 1983. 2. 시편의 수집과 편집 과정을 중시한 문헌: Seybold, Klaus. Die Psalmen: HAT. T?bingen: J.C.B. Mohr, 1996. Westermann, Claus. Praise and Lament in the Psalms. K.R. Crim and R.N. Soulen 역. Atlanta: John Knox Press, 1981. 특히 150-158쪽 참조. 3. 정경론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 학자들의 대표적인 문헌들: Childs, Brevard S. Introduction to the Old Testament as Scripture. 508-523.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79. [『구약정경개론』. 김갑동 역.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1987.] Sheppard, Gerald T. "Theology and the Book of Psalms." Interpretation 46 (1992) 143-155. 4. 각 시편을 시편 전체의 문맥 속에서 읽는 방식을 취한 학자들의 대표적인 문헌들: Hossfeld, Frank-Lothar und Eirch Zenger. Die Psalmen I Psalm1-50. W?rzburg: Echter Verlag, 1993).
Limburg, James. Psalms.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00. Mays, James L. The Lord Reigns: A Theological Handbook of Psalms. Louisville: John Knox, 1994. [제임스 L. 메이즈. 『시편: 현대성서주석』.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02.]
McCann, J. C., Jr. A Theological Introduction to the Book of Psalms: The Psalms as Torah. Nashville: Abingdon, 1993. [J. 클린튼 맥칸. 『새로운 시편여행 I』. 김영일 역. 서울: 은성, 2000.]
Stek, John. "Psalms." In NIV Study Bible: Fully Revised, ed. K. L. Barker. Grand Rapids: Zondervan, 2002. Wilson, G. H. The Editing of the Hebrew Psalter. SBL Dissertation Series 76. Chico, California: Scholars Press, 1985.
Zenger, Erich. "New Approaches to the Study of the Psalms." Proceedings of the Irish Biblical Association 17 (1994) 37-54. 김성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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