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에 없던 반전극. 둘째날 넷마블 2-1 상황에서 벌어진 제4국에서 이원영이 한게임의 주장 김지석을 꺾고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해프닝같은 사활 착각으로 패배한 김지석이 몹시 괴로워 하고 있다. |
반전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주인공은 넷마블의 3지명 이원영. 무대는 넷마블-한게임이 '사즉생(死卽生)'의 혈투를 벌이고 있는 12라운드 3경기였다. 이원영이 여기서 극적인 승리를 안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18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둘째날 대국에서 전날 2-0으로 앞선 넷마블은 최대 승부처인 3국을 내주며 큰 위기를 맞았으나, 이어진 4국에서 이원영이 김지석에게 깜짝 승리를 거두며 한게임을 3-2로 물리쳤다(18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
4위 한게임과 5위 넷마블이 맞대결을 펼친 이번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사활이 걸리다시피한 중요한 일전이었다. 만약 한게임이 승리했다면 4강 구도가 명확해질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넷마블이 승리를 거두면서 4위 까지만 주어지는 '티켓 전쟁'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현재로선 1위 티브로드와 2위 정관장을 제외하고는 어느 팀도 포스트 시즌을 장담할 수 없는 살얼음의 처지. 7위 포스코켐텍도(4승7패)도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날 양팀이 온 힘을 쏟아부은 승부처는 3국이었다. 넷마블이 목진석을 잡기 위해 1.2지명을 모두 첫날에 배치한 관계로 둘째날의 오더는 한게임이 크게 유리했다. 만약 3국을 한게임이 가져간다면 2패후 3연승의 역전드라마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 이런 양팀의 절박한 심정을 등에 지고 두 명의 락스타, 이춘규와 신민준이 첫 대결을 펼치기 위해 링에 올랐다.
전날 올레배에서 랭킹 1위 박정환을 잡은 '기세'의 이춘규와 '영재' 신민준의 대결은 종반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다. 이춘규의 중앙 작전이 대단했지만 신민준의 실리도 만만치 않았다. 승부가 난 것은 끝내기 직전 신민준이 상변 수읽기 싸움에서 착오를 저지르면서 부터. 이 과정에서 신민준이 당황하며 큰 손해를 봤고, 결국 7집반 이라는 큰 차이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 "어, (민준이가)왜 안 잇지? 그럼 4집 손해 아닌가?" 이날 넷마블 검토실에는 이세돌 9단이 나와 이창호,박영훈 9단과 함께 활발한 검토를 펼쳤다. .
▲ 양팀의 대표 락스타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3국. 기세와 노련함에서 앞선 이춘규가 신민준을 넉넉한 차이로 눌렀다.
▲ '열혈 승부사' 내지는 '터프 가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춘규. 이날 결정적인 판을 승리했지만 팀 승리로 연결되지 않아 빛을 잃었다. KB리그 출전 성적은 2승2패.
둘째날의 분수령에서 패배한 넷마블 진영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4국은 상대가 김지석인지라 큰 기대를 할 수 없었고, 5국 역시 민상연이 목진석에게 상대 전적 3전 3패로 불리했다. 2연승 후 3연패라는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검은 형체를 드러내는 형국. 한데 무심히 지켜보고 있던 4국의 흐름이 이상했다.
3국이 끝나고 5국이 시작될 무렵 한창 중반을 맞이한 장고대국에서 이원영이 리그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지석에게 의외로 선전하고 있었다. 집으론 불리했지만 좌변 승부처에서 돌이 얽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이 와중에 김지석에게서 믿을 수 없는 착각이 튀어나왔다.
좌하귀를 치중한 수. 김지석은 백 일단을 패로 잡을 수 있다고 보고 결행한 것이었지만 실은 말도 안되는 착각이었다. 백은 버젓이 살아 있는 말이었고, 그로 인해 김지석이 패감으로 둔 수들은 전부 악수로 변했다. 이 손해가 치명타가 됐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주말엔 12라운드의 마지막 경기로 포스코켐텍-Kixx가 대결한다. 대진은 강동윤-안조영, 나현-이희성,김주호-김승재, 김동호-한상훈, 신진서-이영구(이상 앞이 포스코켐텍).
▲ 사활에 관한 한 박정환과 더불어 귀신 소릴 듣는 김지석이 믿기 어려운 착각을 저질렀다. 이 패배로 10승 2패가 되면서 1경기를 결장한 박정환(10승1패)과 여유없는 다승.1지명 1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 됐다.
▲ 이원영은 9라운드에서 최철한을 꺾은 데 이어 랭킹 2위 김지석마저 물리쳤다. 8라운드 부터 5연승을 달리며 리그 전적도 7승3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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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5국에선 신예들에게 '저승사자'로 통하는 목진석이 민상연을 압도했다. 목진석은 초반 신형에서 우위를 잡은 다음 좌변에서 번득이는 수읽기로 민상연을 굴복시키며 164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승리한 목진석은 7승5패, 민상연은 5승7패가 됐다.
▲ 국에서 이원영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 되자 박영훈 9단과 한종진 감독이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서 모니터를 보고 있다.
▲ 한게임은 패했지만 3지명 목진석과 락스타 이춘규가 최상의 컨디션임을 확인하는 소득을 얻었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선수 운용이 용이해진 것이다.
[사진ㆍ기사제공ㅣ 안성문/ KB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