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하루]“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외향적인 척이라도 해야 할까요?”

[운영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에 도착하여 중부의 산속 오지 마을인 납지까지 이동하는 날입니다.

어젯밤 8시 35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6시간 10분을 비행한 후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 45분,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 45분에 방콕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수하물을 찾고 나와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에 식당 의자에 앉아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았습니다.

새벽 2시가 되어 다시 부탄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스님 여권에 찍힌 비자에만 부탄 이민국에서 유효기간과 복수비자라고 적어준 내용이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부탄을 방문했을 때 스님 가방이 젖어서 여권도 젖었는데 감쪽같이 그 내용만 지워진 것입니다. 방콕 공항에서는 부탄 이민국에서 확인을 해줄 때까지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꼭두새벽이다 보니 부탄 이민국과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탑승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방콕 공항에서는 내일 오후 1시 비행기로 표를 바꾸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습니다. 결국 사정사정을 해서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비행기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새벽 4시가 다 되어 탑승구 앞에 도착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5시에 방콕공항을 출발했습니다.

탑승 수속을 하느라 밤을 꼬박 새워서 비행기에 앉자마자 곧 단잠에 들었습니다. 곤히 자는 사이 날이 밝았습니다. 창밖으로 히말라야 산맥의 설산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부탄 파로는 곳곳이 황금빛 들녘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비행기는 3시간 10분을 이동하여 여러 협곡을 지나 아침 7시 15분에 파로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수하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자 이번 답사 기간 동안 통역을 해주기로 한 린첸다와 님과 부탄 중앙정부 공무원 이시 님이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8시 20분에 파로 공항을 출발하여 납지 마을까지 기나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를 타고 10시간을 가야 합니다.

해발 고도 3천 미터가 넘는 산을 두 번 넘었습니다.

차로 5시간을 달린 후 오후 1시 10분에 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부지런히 차를 타고 산길을 달렸습니다. 차 안에서 부족한 잠을 자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 해가 저물었습니다.

어제 저녁 8시 40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현지 시각으로 저녁 6시 20분에 납지 치옥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꼬박 25시간이 걸렸습니다. 컴컴한 숙소 앞에는 콜푸 게옥 공무원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꾸주장포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8월 말에 젬강에서 JTS 워크숍을 할 때 만난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오늘 숙소는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입니다. 부탄의 조금 큰 집은 다 집 안에 법당을 꾸며 놓고 있습니다.

스님이 법당을 참배하고 나자 납지 치옥의 촉바(마을리더)가 부처님과 천지신명에게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이어서 차와 과자를 내어주었습니다.

콜푸 치옥, 납지 치옥, 님숑 치옥, 세 개 마을의 리더들과 콜푸 게옥의 겁과 행정관, 트롱사 주의 행정기획관, 중앙정부 공무원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스님과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납지 치옥에서는 마을 내 도로를 포장하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수고한 촉바를 격려했습니다.

“도로 공사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수로 공사할 때보다는 길이 좋아서 자재 운반이 수월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내일 답사할 내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납지 치옥에서 농로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농로를 만들지 둘러보겠습니다. 주민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까 힘도 없어질 겁니다. 농로가 없으면 거름을 내거나 수확물을 가져올 때 등짐을 지고 다녀야 해서 힘이 많이 듭니다. 트럭까지 들어갈 정도는 아니더라도 경운기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농로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공사비는 JTS에서 제공을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농로에 들어갈 자신의 땅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만약 주민들이 여기에 동의를 하면 농로를 먼저 만들고, 수로를 나중에 만들어야 합니다. 농로를 만들 때 들녘에 가로와 세로로 하나씩만 만들지, 여러 개를 만들지, 격자식으로 만드는 게 어려우면 전체를 빙 둘러가면서 만들지, 내일 직접 답사를 해보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경작하지 않는 땅이 있는데 JTS에서 시범 농장으로 운영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 땅을 논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지, 과수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지, 이것도 내일 답사를 해보고 결정합시다.”

콜푸 게옥의 겁(군수)이 사전에 농로를 어떻게 만들지 주민들과 이야기 나눈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주민들과 의논을 해봤는데요. 자신의 땅을 많이 내어 놓아야 하는 사람들은 농로를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똑같이 땅을 내어 놓는 것이 아니니까 불만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말했습니다.

“자신의 땅이 농로에 포함된다는 것은 농로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익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땅이 농로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도 혜택을 입게 되어서 전체 주민들을 모아서 의견 조율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의 땅이 100이 농로에 포함되었다면, 50은 A가 부담하고 50은 자신의 땅이 농로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농로 건설의 혜택은 모든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콜푸 게옥의 겁이 다시 한번 주민들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스님은 내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어보고 나서 결정을 내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주민들은 땅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기 때문에 땅을 내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마을에 도로를 내면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땅을 내어 놓기로 서명까지 했는데, 막상 포크레인이 와서 땅을 파려고 하자 땅에 드러눕고 결사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기 땅이 없어지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니까요.”

“그렇다면 5년이든 10년이든 기다려야 합니다. 언젠가는 해야 되는데,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점점 늙어서 힘이 없어지면 기계를 도입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러면 농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인들이 다 돌아가셔야 농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젊은 사람들은 기계화에 관심이 많은데, 노인들은 옛날 방식을 고집합니다.

노인들이 반대하는 걸 이해해야 해요. 그분들은 자기가 손으로 직접 돌을 고르고 땅을 갈아서 논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래요. 내일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주민들이 농로를 만들기 원하면 만들지만, 원하지 않으면 그냥 수로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농토는 가능한 손을 안 대려면 전체 논을 빙 돌아가면서 도로를 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마 농토를 보존하고 싶어서 여러분이 그런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 같네요. (웃음)

내일 답사를 해보고 결정을 합시다. 사실은 이번에 안 오려고 했는데, 여러분들이 농로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스님이 직접 공사 현장을 봐야 된다고 JTS 실무자가 계속 요청을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카딘체!” (감사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납지 치옥의 촉바가 준비한 부탄 음식과 한국인 JTS 활동가가 담은 김치, 장아찌로 밥상을 차렸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 리더들과 공무원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스님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5일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스님이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외향적인 척이라도 해야 할까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외향적인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미팅을 할 때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사무실에서도 동료들을 찾아가서 논의하고 열심히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외향적인 사람이 기준이 되고, 외향적으로 행동하도록 강요받게 됩니다. 그에 반해 저는 내향적인 편이라서 조용히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겉으로 티가 잘 안 나서 평가를 받을 때 손해 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있어 보이는 척하거나 나의 능력에 대해 과대 포장하여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있는데 왜 외향성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나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을 평가할 때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나도 회사에서 인정받으려면 그 기준에 맞춰 외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지금 질문자도 왜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을 인정해 주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하느냐고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질문자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외향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인데 왜 그걸 시비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평가라는 게 개인적인 평판에 그친다면 상관이 없는데,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본인이 한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가를 낮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같은 노력을 했는데, 손해를 보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가령 육상 선수를 선발한다고 하면 늦게 달리는 사람은 당연히 코치로부터 지적을 받겠지요. 야구선수를 뽑는다면 공을 빠르게 던지거나 공을 잘 받거나 잘 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겠지요. 축구선수라면 골을 넣는 실력이나 수비하는 실력으로 평가를 받지 않겠어요.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음정이나 박자나 음색으로 평가를 받겠지요. 이처럼 각 직업의 영역마다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다르고 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른 겁니다.

질문자가 일하는 영역에서는 빨리 못 달린다고 저평가되거나 공을 잘 못 받는다고 또는 공을 잘 못 찬다고 주의를 받지는 않잖아요. 대신 질문자의 직업군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능숙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니까 그걸 질문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질문자의 요구는 마치 축구선수가 왜 나를 공 차는 것으로만 평가를 하느냐, 공을 잘 차는 사람도 있고 못 차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달리기 선수가 사람마다 신체적 능력이 다 다르고 빨리 달리는 사람도 있고 늦게 달리는 사람도 있는데 왜 인간을 달리는 속도로 평가하느냐고 시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본인이 속한 직업군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육상 선수라면 내가 달리는 속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뒤진다고 하면 다른 종목으로 바꿔야지요. 축구 선수가 공을 차는 게 서툴다면 다른 직종으로 바꿔야지요. 해당 직종의 평가 기준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자기가 소속된 직업군의 평가 기준은 외향성이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서 보상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나한테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냐고 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아요.

그러니 외향성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 직업군으로 옮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에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외향성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을 거예요. 모내기를 잘하느냐, 곡식을 잘 심느냐, 이런 걸로 평가하겠지요, 말을 크게 하거나 적게 하는 것으로 평가하지는 않겠지요. 외향성은 질문자가 선택한 직업군의 평가 기준이라고 봐야 합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제 직업군에서 요구되는 평가 기준이 외향성이므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더라도 본인의 성과에 대해 말을 많이 하고 잘 포장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본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인정받는 걸 포기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그걸 가지고 시비를 하나요? 인정받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빨리 달리고 싶으면 달리기 연습을 하면 되고, 공을 잘 차고 싶으면 공 차는 연습을 하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자기를 잘 표현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자기도 자신의 업적을 잘 포장해서 표현하면 됩니다. 그만큼 잘 표현하지 못해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감수하면 됩니다.”

“천성적으로 저를 드러내서 표현하는 걸 잘 못해서요.”

“그러면 직업을 바꾸면 됩니다. 자기를 잘 표현하지 못해도 되는 직업군으로 가면 됩니다. 천성적으로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나를 목소리로만 평가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나는 이 직업군에 안 맞는구나’ 하고 알았으면 다른 직업군으로 가면 됩니다. 영업직이나 홍보직에 있다면 외향적인 게 필요하지요.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옛날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고, 요즘도 어떤 직업군에서는 나쁘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수행공동체인 정토회에서는 자기를 늘 과장해서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나쁘게 평가를 받습니다. 오히려 자기 능력보다 자기를 덜 표현하면 겸손하다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 같은 곳에서는 ‘자기 PR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해야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서 알고 거기에 맞는 평가를 할 수 있어요.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고, 특히 자기가 속한 직업군에서 그 능력을 요구한다면 인사고과를 잘 받기 위해서 그 기준에 맞춰 업무를 하면 되죠. 자기가 그렇게 못하면 낮은 인사고과를 감수하면 됩니다. 그러니 ‘왜 외향성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느냐’ 이렇게 시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명상하는 스님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있느냐에 따라 참선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포교하는 스님들은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선방에서는 말을 잘하는 스님이 아주 낮은 평가를 받아요. 남에게 말로 법을 알리는 포교 그룹에 속해 있으면서 침묵하고 말을 안 하는 사람은 그 그룹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습니다. 그러니 그 직업군이 정한 평가 기준을 시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긴 합니다. 말이 적은 사람이 전법 그룹에 있을 경우 초반에는 단점이 되어서 평가를 제대로 못 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오랜 시간 그 사람을 겪으며 신뢰가 쌓여서 사람들이 많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회사의 평가 기준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회사에서 나의 진가를 알아보고 높이 평가해 주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평가 기준을 안 따르려면 지금은 손해를 좀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 나의 실력과 진심을 알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요. 그것을 지금 알 수는 없지만요.”

“알겠습니다. 회사의 평가 기준에 맞추어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질문자가 그런 평가 기준을 가진 회사에 들어갔으니 평가를 잘 받으려면 그에 준한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기대하지 않으면 됩니다. 평가 기준에 맞춰 노력을 하라는 뜻이 아니고요.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대학에 가려면 성적이 좋아야 돼요? 안 좋아도 돼요?”

“좋아야지요.”

“그런데 대학을 안 가기로 정하면, 굳이 학교의 평가 기준에 맞게 성적을 안 받아도 되잖아요? 대학에 가겠다고 하면서 왜 사람을 성적으로 평가를 하느냐고 따지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저는 학생들을 성적으로 등수를 매겨서 평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만약 제가 교육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면 성적으로 등수를 매기는 제도를 모두 없앨 거예요. 그런데 저한테 그런 권한이 없고, 현재 교육 시스템은 성적으로 평가하잖아요. 이런 교육 시스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시험을 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됩니다. 시험 성적으로 평가받기를 거부한다면 낮은 평가를 감수해야 합니다.

외향적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현재의 평가 기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평가 기준에 맞춰서 노력해야 하고, 그 평가 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면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것이 옳다가 아니라 둘 중에 선택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어요. 평가 기준에 맞추기는 싫은데, 평가는 잘 받고 싶은 것은 모순입니다.”

“평가를 잘 받고 싶으면 평가 기준에 맞춰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내성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잘 안 되거나 또는 그런 평가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평가 점수가 낮은 걸 감수해야죠. 대신 다른 부분에서 점수를 높게 받는 방법도 있잖아요. 딱 그거 한 가지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은 점수가 높았어요. 그런데 항상 학기말이 되면 전 과목 평가를 합니다. 음악, 체육, 미술은 거의 낙제 수준에 가까웠어요. 모든 과목을 다 합산해서 평균을 내면 등수가 뚝 떨어져요. 그런데 이게 평가 방법이니까 어쩔 수 없지요. 마찬가지로 내가 잘하는 것만 평가해 달라고 하고, 관심 없는 것은 평가에 넣지 말라고 하면 안 됩니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만 사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기 때문입니다. 운동경기도 달리기, 던지기 등 여러 종목이 있고, 같은 활쏘기에도 여러 종목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이 종목을 잘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저런 종목을 잘할 수도 있고, 또 종합적으로 다 잘하기도 하고, 여러 평가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보기에 평가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낮은 점수를 감수하면 되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으면 평가 기준에 맞춰서 노력을 하면 됩니다. 단, 평가의 기준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문제제기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거나, 인종차별적인 평가를 하거나, 성차별적인 평가를 하거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법적으로 제소를 해야 합니다.

질문자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분야별로 직업군별로 나름대로 평가 기준이 있습니다. 대신 그것은 그 분야에서의 평가 기준일 뿐 인간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평가를 할 때는 그 분야의 평가 기준이라는 걸 항상 말해야 됩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아니라 그 분야의 업무에 어느 정도 적합한지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납지 마을을 답사하여 주민들과 함께 쌀 수확을 하고, 오후에는 콜푸 게옥의 공무원들과 회의를 한 후 판방으로 이동하고, 저녁에는 젬강 주지사님과 부탄 정부 관료들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