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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문추지(就紊墜地)
나랏일이 날마다 문란해지고 기강은 나날이 땅에 떨어진다는 말이다.
就 : 나아갈 취(尢/9)
紊 : 문란할 문(糸/4)
墜 : 떨어질 추(土/12)
地 : 땅 지(土/3)
출전 : 허균(許筠)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第11卷 관론(官論)
허균(許筠)이 쓴 '관론(官論)'을 읽었다. 국가조직의 문제점을 꼬집은 내용이다.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관직을 멋대로 늘리면 권한이 분산되어 지위가 높아지지 않는다. 인원이 많을 경우 녹(祿)만 허비하면서 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서 잘 다스려지는 이치는 결코 없다.'
이어 불필요하게 자리 수를 늘린 결과 국가 예산을 잡아먹고 소관 다툼만 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부서 배치의 예를 들었다.
종실(宗室)의 친인척 관리는 종인부(宗人府) 하나면 충분한데, 종실과 제군(諸君)에 관한 일을 맡은 종친부(宗親府), 공주와 옹주 및 부마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의빈부(儀賓府)를 각각 두고, 왕실의 족보와 종실의 잘못을 조사 규탄하는 종부시(宗簿寺)를 따로 운영했다.
음식을 전담하는 부서는 광록시(光祿寺) 하나로 너끈한데, 물자 조달을 맡은 내자시(內資寺)와 각 궁(宮)과 전(殿)에 올리는 음식 및 관리에게 상으로 내리는 술을 담당하는 내섬시(內贍寺)를 따로 두었다.
또 궁중의 잔치와 종실 및 재신의 음식 공급을 맡은 예빈시(禮賓寺), 쌀과 곡식, 장을 관장하는 사도시(司도寺), 어류와 육류, 소금, 연료를 관리하는 사재감(司宰監)과 주류를 조달하는 사온서(司醞署)가 더 있었다. 궐내에 음식 관련 부서만 6개였다.
직능이 분화될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업무는 비효율적이 되어 일 처리가 더뎌진다. 밥그릇 싸움에 부서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안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한다.
허균의 말이 이어진다. '부서를 책임지는 관리를 하나하나 가려 뽑을 수 없다 보니 대부분 용렬하고 비루하여 재능 없는 자로 구차하게 채워진다. 이들은 실무 담당자만 쳐다보며 일하다가 갑자기 맡은 일에 대해 물어보면 망연하여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이로 말미암아 자리 대접도 못 받는다. 나랏일이 날마다 문란해지고(就紊) 기강은 나날이 땅에 떨어진다(墜地).'
국리민복의 논리와 명분을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논공행상과 당리당략에 따른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400여 년 전 허균의 탄식이 바뀐 게 없다. 역사는 정말 발전하는 게 맞나?
허균(許筠)의 관론(官論)
기구와 관료를 줄여 국고의 손실을 막아야 한다
三代以後, 官濫而員多者, 莫唐若也.
삼대(三代) 이후로 관직을 함부로 늘리고 관원(官員)이 많았던 것으로는 당(唐) 나라보다 더한 나라는 없었다.
官濫則權分而位不尊, 員多則祿費而事不集.
관직을 함부로 늘린다면 권한이 분산되어 지위가 높아지지 못하고, 관원이 많으면 녹(祿)만 허비되고 일은 성취되지 않는다.
如是而有善治, 必无其理.
이렇게 하고서야 훌륭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故李氏之不競, 職由於玆.
그러므로 이씨(李氏)의 번창하지 못했음은 오로지 여기에 연유하였다.
我朝官制, 法唐而尤濫且宂.
우리나라의 관제(官制)는 당(唐)나라를 본받았으나, 더욱 관직이 늘어났고 또 헛 비용이 들게 되어 있다.
以天下之大, 猶有權分祿費之患, 矧僻小之邦耶.
중국처럼 큰 천하로서도 오히려 권한이 분산되고 녹의 비용이 드는 것을 걱정하였는데, 하물며 궁벽하고 조그마한 우리나라에서야 어떠하랴.
愚不敢遠引, 以皇明制言之.
나는 감히 먼 옛일을 인용하지는 못하고, 명(明)나라의 제도로써 말해 보겠다.
皇朝兩京所設五府治軍政, 六部治各務.
두 서울에 설치했던 5부(府)는 군정(軍政)을 다스렸고, 6부(部)는 각 업무를 다스렸다.
而宗人, 察院, 大理, 通政, 太常, 太僕, 光祿, 鴻臚等卿佐. 國子監, 詹事府, 翰林, 六科, 尙寶, 中書等官, 分莅其事.
종인(宗人), 찰원(察院), 대리(大理), 통정(通政), 태상(太常), 태복(太僕), 광록(光祿), 홍려(鴻臚) 등 경좌(卿佐)와, 국자감(國子監), 첨사부(詹事府), 한림(翰林), 6과(科), 상보(尙寶), 중서(中書) 등 관직이 분담하여 일을 맡았다.
錦衣掌緹衛徼道, 而欽天, 太醫, 上林苑, 五城兵馬, 隷於禮兵部而已.
금의위(錦衣衛)는 시위(侍衛), 요도(徼道)를 관장했고, 흠천감(欽天監), 태의원(太醫院), 상림원(上林苑), 5성(城) 병마(兵馬)는 예부(禮部)와 병부(兵部)에 예속되었을 뿐이다.
衙門正是, 員亦不宂, 亦足以理天下之事也.
아문(衙門)은 이 정도뿐이고 관원(官員) 또한 쓸데없이 많지 않았지만, 역시 천하의 일을 다스리기 충분하였다.
我則不然, 除政府六曹三司侍從之外, 衙門員數之濫且宂, 不可殫言.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의정부(議政府), 6조(曹), 3사(司)와 시종(侍從)을 제외한 이외에 아문(衙門)과 관원(官員) 숫자의 넘치고 번다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管宗戚一宗人足矣, 而有宗親, 儀賓, 宗簿等司, 掌財賄, 戶部裕矣, 而設濟用, 尙衣, 司贍等司.
종척(宗戚)을 관장하는 데는 하나의 종인(宗人)이면 충분하지만 종친부(宗親府), 의빈부(儀賓府), 종부시(宗簿寺) 등이 있으며, 재화(財貨)를 관장하는 데에는 호부(戶部) 호조(戶曹)면 넉넉한데 제용감(濟用監), 상의원(尙衣院), 사섬시(司贍寺) 등을 설치하였다.
典酒食, 一光祿優矣, 而有內資, 內贍, 禮賓, 司導, 司宰, 司醞等司之分.
궁중의 주식(酒食)을 관장하는 데도 하나의 광록(光祿)이면 넉넉하지만 내자시(內資寺), 내섬시(內贍寺), 예빈시(禮賓寺), 사도시(司䆃寺), 사재감(司宰監), 사온서(司醞署) 등이 분담하여 맡고 있다.
有刑曹則不必分掌隷院, 有軍資監則不必分豐儲, 廣興二倉.
형조(刑曹)만 있으면 장례원(掌隷院)으로 나눌 필요가 없으며, 군자감(軍資監)이 있으면 풍저창(豐儲倉), 광흥창(廣興倉)의 두 창(倉)으로 나눌 필요가 없는 것이다.
廟樂爲祀, 而捨太常, 別立樂院, 用特一也而有典牲, 司畜二署.
묘악(廟樂)은 제사를 지내기 위함인데, 태상(太常)은 버려두고 별도로 장악원(掌樂院)을 세웠으며, 특생(特牲) 하나만 사용하면 되는데 전생서(典牲署)와 사축서(司畜署) 두 곳이나 있다.
甚至涓設分二司, 醫藥分三處.
심지어는 연설(涓設)을 둘로 나누기까지 하였으며, 의약(醫藥)을 맡은 관청은 세 곳으로 나누었다.
其他雜而複者, 亦難枚擧.
그 밖의 섞이고 중복된 것들이야 또한 낱낱이 들어 말하기도 어렵다.
而一司之官, 一色俱有二員, 多則十三四, 少不下六七.
하나의 관청에 한 사람이면 될 것도 모두 두 자리로 만들었거나 많은 경우는 열 서너 명, 적더라도 예닐곱 명 아래로는 없었다.
其諸司各執所見, 如內贍務勝於內資, 禮賓欲侵於司宰, 爭相衒智, 互受傳敎, 該曹眩於奉行.
그리고 여러 관청마다 각각 소견(所見)을 고집하니, 내섬시(內贍寺) 같은 경우는 내자시(內資寺) 보다 업무를 더 많이 하려하고, 예빈시(禮賓寺)는 사재감(司宰監)의 업무를 침범하려 하여 서로 다투며 지혜를 자랑하느라 서로 간에 전교(傳敎)를 받아내니 해당 조(曹)에서는 봉행(奉行)하는 데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故事以之而不集焉.
그래서 일이 이 때문에 성취되지 못하고 만다.
其司官不能一一揀差居多, 苟充庸鄙无才者, 仰成於胥吏.
관청의 책임자도 하나하나 가려 뽑을 수 없어 대부분 어리석고 재능 없는 사람으로 구차스럽게 채워진 사람은 서리(胥吏)들이나 멍청히 쳐다보며 일이 되지 않는다.
卒然問其職掌, 則茫然不能對, 故位由是而不尊焉.
갑작스럽게 자기의 맡은 책임을 물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대답하지 못하므로, 이런 것으로 연유하여 지위도 높임을 받지 못한다.
國事之日就於紊, 綱紀之日墜於地.
나라 일이 날이 갈수록 문란해지고, 강기(綱紀)도 날로 땅에 떨어지고 있다.
權由是分而不能一, 祿由是費而不能供.
권한은 이로 말미암아 분산되어 통일할 수 없고, 녹(祿)은 이로 말미암아 허비되어 공급할 수가 없다.
弊弊然日趨於衰末者, 無非濫官之爲崇也.
온갖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날이 갈수록 쇠퇴한 말속(末俗)으로 빠져 들어가게 됨은, 관직을 함부로 늘리는 것을 빌미로 하여 되지 않은 것이 없다.
向有議者欲汰宂官, 屢汰屢復, 卒不克終其施, 是徒見其宂, 而不知衙門之多爲巨患.
얼마 전에 논의하는 사람들이 긴치 않은 관원을 도태(淘汰)시키고자 했으나 도태시키면 시킬수록 계속 복귀되어 끝내 그 시책을 마칠 수 없었는데, 이건 단지 긴치 않은 관원이 있음만을 살폈고, 아문(衙門)의 많음이 큰 병폐가 되는 것은 알지 못해서였다.
合衙門則其宂自簡矣.
아문(衙門)을 합하면 그런 긴하지 않은 관원은 저절로 간소해질 것이다.
我之比中國, 猶一藩臬.
우리나라를 중국에 비교하면 하나의 번얼(藩臬)정도이다.
且如湖廣一省, 受祿者七百餘, 而我國濫官, 至於累千衙門, 則五倍於中朝, 無怪其權分而祿費也.
가령 중국의 호남성(湖南省), 광동성(廣東省) 같은 하나의 성(省)에는 녹을 받는 사람이 7백여 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관원이 많아 여러 천 명이고, 아문의 경우도 중국의 다섯 배나 되고 있으니 권한이 분산되고 녹이 허비됨은 이상할 것도 없다.
국가를 경영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나라를 경계(警戒)로 삼고, 명나라를 본받는다면 그런 대로 괜찮으리라.
▶️ 就(나아갈 취, 관대할 여)는 ❶회의문자로 京(경; 높은 언덕, 도읍)과 尤(우; 손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모양)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就자는 '이루다'나 '나아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就자는 京(서울 경)자와 尤(더욱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就자는 尢(절름발이 왕)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손끝에 획을 그은 尤자가 잘못 지정된 것이다. 尤자는 '더욱'이나 '한층 더'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이렇게 '더욱'이라는 뜻을 가진 尤자에 '높다'를 뜻하는 京자를 결합한 就자는 '더욱 높아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아가다'나 '(뜻을)이루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就(취)는 아주 높고 살기 좋은 곳에 닿다, 닿다, 완성되다, 이루다의 뜻으로 ①나아가다 ②이루다 ③좇다, 따르다 ④마치다, 끝내다 ⑤(길을)떠나다 ⑥(한바퀴)돌다 ⑦좋다, 아름답다 ⑧곧, 이에 ⑨만일(萬一), 가령(假令) ⑩잘, 능(能)히, 능(能)하게, 그리고 ⓐ관대(寬大)하다(여) ⓑ관대(寬大)한 모양(여) ⓒ다급(多急)하게 재촉하지 않는 모양(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에 착수함 또는 일에 종사함을 취로(就勞), 옥에 갇힘이나 실형을 받게 됨을 취수(就囚), 일을 함을 취업(就業), 역무에 종사함을 취역(就役), 맡은 자리에 나아가 임무를 봄을 취임(就任), 특별히 그 가운데나 그 중에서도 특히를 취중(就中), 죄를 짓고 잡힘을 취착(就捉), 잠을 잠이나 잠자리에 듦을 취침(就寢),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함을 취학(就學), 잠을 자기 시작함을 취면(就眠), 일이 잘 되어 감을 취서(就緖), 재판을 받으려고 법정에 나아감을 취송(就訟), 부모의 곁에서 효양함을 취양(就養), 바른 도리를 좇음을 취의(就義), 직업을 얻음을 취직(就職), 목적대로 일을 이룸을 성취(成就), 물러감과 나아감을 거취(去就), 순조롭게 나아감을 장취(將就), 일을 차차 이루어 감을 진취(進就),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 대하여 나서지 아니함을 불취(不就), 죄인을 붙잡아 가는 일을 나취(拿就), 나아가 여쭙는다는 뜻으로 손윗사람에게 편지할 때 인사말을 끝내고 여쭙고자 하는 말을 쓸 때에 쓰는 말을 취복백(就伏白), 영세 근로자의 생계를 돕기 위하여 정부에서 실시하는 새마을 사업의 하나를 일컫는 말을 취로사업(就勞事業), 날마다 달마다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뜻으로 학업이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진보함을 이르는 말을 일취월장(日就月將), 물고기가 그물에서 벗어나 연못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다행히 재난을 면하고 기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탈망취연(脫網就淵), 악한 것을 버리고 선한 것을 취한다는 말을 거악취선(去惡就善), 저편의 계략을 미리 알고 이를 이용하는 계교를 이르는 말을 장계취계(將計就計), 다방면으로 재주가 있어 무엇이든지 잘한다는 말을 수방취원(隨方就圓),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는 말을 소원성취(所願成就) 등에 쓰인다.
▶️ 紊(어지러울 문/문란할 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文(문)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紊(문)은 ①어지럽다 ②어지럽히다 ③문란하다(紊亂--) ④번성하다(繁盛--)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지러울 분(紛)이다. 용례로는 도덕이나 질서나 규칙 등이 어지러움을 문란(紊亂), 어지럽게 섞갈림을 문뇨(紊撓), 문란하고 느즈러짐을 문이(紊弛), 문란하고 누락됨을 문탈(紊脫), 문란하게 폐절됨을 문폐(紊廢), 법질서나 도덕 따위가 땅에 떨어져 문란함을 추문(墜紊), 법을 어기어 문란한 짓을 범함을 간문(干紊), 풍속과 기강이 실이 엉킨 것처럼 엉망인 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풍속이나 기율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대단히 어지러움을 이르는 말을 풍기문란(風紀紊亂), 나랏일이 날마다 문란해지고 기강은 나날이 땅에 떨어진다는 말을 취문추지(就紊墜地) 등에 쓰인다.
▶️ 墜(떨어질 추)는 형성문자로 坠(추)는 통자(通字), 坠(추)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隊(대, 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墜(추)는 편종(編鐘)과 특종을 치는 자리의 뜻으로 ①떨어지다, 낙하(落下)하다 ②떨어뜨리다 ③부수다, 무너뜨리다 ④드리우다(한쪽이 위에 고정된 천이나 줄 따위가 아래로 늘어지다), 늘어뜨리다 ⑤잃다, 손상(損傷)시키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어질 타(墮), 떨어질 운(隕), 떨어질 낙/락(落), 떨어질 령/영(零)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회복할 복(復)이다. 용례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짐을 추락(墜落), 법질서나 도덕 따위가 땅에 떨어져 문란함을 추문(墜紊), 바라는 일을 이루지 못하여 마음이 풀어짐을 추심(墜心), 위풍을 떨어뜨림을 추풍(墜風), 추락하여 죽음을 추사(墜死), 문란해진 법도를 추전(墜典), 공중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물체를 추체(墜體),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림을 추하(墜下), 함정에 빠짐을 추정(墜穽), 떨어뜨림 또는 잃음을 실추(失墜), 적의 비행기를 쏘아 떨어 뜨림을 격추(擊墜), 굴러 떨어짐을 전추(顚墜), 무너져 떨어짐을 붕추(崩墜), 한쪽으로 기울어져 떨어짐을 경추(傾墜), 추락하여 죽음을 추락사(墜落死), 추락하여 다침 추락상(墜落慯), 방석 위에 떨어진 것과 뒷간에 떨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사람이 때를 잘 만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추인낙혼(墜茵落溷), 무릎에 앉혀 귀여워하거나 연못에 빠뜨린다는 뜻으로 사랑과 미움을 기분에 따라 나타냄으로써 그 언행이 예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가슬추연(加膝墜淵) 등에 쓰인다.
▶️ 地(땅 지)는 ❶회의문자로 埅(지), 埊(지), 墬(지), 嶳(지)가 고자(古字)이다. 온누리(也; 큰 뱀의 형상)에 잇달아 흙(土)이 깔려 있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땅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地자는 '땅'이나 '대지', '장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地자는 土(흙 토)자와 也(어조사 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也자는 주전자를 그린 것이다. 地자는 이렇게 물을 담는 주전자를 그린 也자에 土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과 물이 있는 '땅'을 표현하고 있다. 地자는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는 뱀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지(土)와 뱀(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地(지)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곳임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 옷의 감을 나타냄 (3)사대종(四大種)의 하나 견고를 성(性)으로 하고, 능지(能持)를 용(用)으로 함 등의 뜻으로 ①땅, 대지(大地) ②곳, 장소(場所) ③노정(路程: 목적지까지의 거리) ④논밭 ⑤뭍, 육지(陸地) ⑥영토(領土), 국토(國土) ⑦토지(土地)의 신(神) ⑧처지(處地), 처해 있는 형편 ⑨바탕, 본래(本來)의 성질(性質) ⑩신분(身分), 자리, 문벌(門閥), 지위(地位) ⑪분별(分別), 구별(區別) ⑫다만, 뿐 ⑬살다, 거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곤(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천(天)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땅의 구역을 지역(地域), 어느 방면의 땅이나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地方), 사람이 살고 있는 땅 덩어리를 지구(地球), 땅의 경계 또는 어떠한 처지나 형편을 지경(地境), 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지위(地位), 마을이나 산천이나 지역 따위의 이름을 지명(地名),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각 변동 현상을 지진(地震), 땅의 위나 이 세상을 지상(地上), 땅의 표면을 지반(地盤), 집터로 집을 지을 땅을 택지(宅地), 건축물이나 도로에 쓰이는 땅을 부지(敷地),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환경을 처지(處地), 남은 땅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여지(餘地), 토지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매겨 놓은 땅의 번호를 번지(番地), 하늘과 땅을 천지(天地), 주택이나 공장 등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정 구역을 단지(團地), 어떤 일이 벌어진 바로 그 곳을 현지(現地), 바닥이 평평한 땅을 평지(平地), 자기 집을 멀리 떠나 있는 곳을 객지(客地), 땅의 끝과 하늘의 끝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지각천애(地角天涯), 토지의 크기나 덕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서로 조건이 비슷함을 이르는 말을 지추덕제(地醜德齊), 간과 뇌장을 땅에 쏟아낸다는 뜻으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힘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간뇌도지(肝腦塗地),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으로 몹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못난 사람이 주책없이 덤벙이는 일 또는 너무 급하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방지방(天方地方),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지진이나 홍수나 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을 일컫는 말을 천재지변(天災地變),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육지행선(陸地行船),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사람은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그 환경을 서로 바꾸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는 말을 역지개연(易地皆然), 발이 실제로 땅에 붙었다는 뜻으로 일 처리 솜씨가 착실함을 말함 또는 행실이 바르고 태도가 성실함을 일컫는 말을 각답실지(脚踏實地), 감격스런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감격무지(感激無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