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氏)와 가(哥)의 차이
나주정씨와 나주정가의 차이점이 뭘까요? 집안이나 문중처럼 개인을 지칭할 때는 가(哥)를 단체명을 공식적으로 쓸 때는 씨(氏)를 씁니다.
스스로 낮춤말은 가(哥)를 쓰고 타인을 존중할 때는 씨(氏)를 붙입니다. 다만 성씨를 가리키는 ‘가’라는 한자가 집가(家)가 아닌 성씨 가(哥)라는 것에 유의해야 하지요.
본관이 처음 생겨난 것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은 혈연을 의미하고 씨는 지연을 의미합니다. 이 지연이 본관으로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우리나라는 성씨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관을 중시했다는 설도 존재합니다. 즉 본관이란 성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조의 고향을 뜻하는 것이니까요. 옛날엔 씨족 중심의 농경사회로 이동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본관은 중요한 개념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본관은 핏줄 넘어 역사일 수 있습니다. 본관은 단순한 성씨 앞에 붙는 지명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녹아있으니까요. 본관은 마치 한 개인의 뿌리와 같아서, 자신의 혈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상들의 발자취를 더듬게 됩니다.
본관은 조상들이 살았던 지역과 관련이 깊습니다. 경주 김씨는 신라시대의 왕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안동 김씨는 조선시대의 명문가였던 자기 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요.
호주제가 있을 때는 본적이니 원적이니 해서 옛날 부모님이 살았던 주소가 중요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혈연 중심의 사회관계가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강조되면서 본관의 의미가 희미해집니다. 거리의 개념을 바꾼 자동차 문화 덕분에 지연에 안주하는 사람도 없지요.
통계에 의하면, 5인 이상의 분포를 보이는 성씨는 532개이고 1,000명 이상의 인구 분포를 보이는 성씨는 154개이며, 총인구 대비 1% 이상의 분포를 보이는 성씨는 20개로 인구의 합은 77.8%에 이릅니다. 그중 김(金)씨는 21.51%로, 한국인의 5분의 1명이 김씨이지요.
가장 많은 김씨의 본관 개수는 어림잡아 500개가 됩니다. 핵가족화로 혈연이 헐거워지고 이동의 자유로 지연이 인멸된 지금 본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류에 맞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자기 뿌리를 찾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조상 중에서 위대한 인물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뿌리에서 오는 자신감이 미래를 위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중학교를 졸업하고도 한자로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하는 학생이 수두룩한 사회라 더욱 그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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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소위 MZ세대라 일컫는 세대가 본관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간혹 성씨를 물을라치면 "X씨 입니다"라 대답하는 세대인데. 관례대로라면 자신을 낮춰 "X가 입니다"라 해여 할텐데.
내 아이들은 본관을 알까? 자식들 보다는 애비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