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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대협이 한총련으로 넘어가던 시기. 학생운동에는 큰 두 줄기가 있었다. NL(national liberation)계열과 PD(people democracy)계열 또는 민족해방과 민중민주라는 직역식 표현과 함께 자주파 또는 노동해방파가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운동권으로 편입되려면 둘 중 하나와 격렬한 토론을 해야 했다. 내가 기억하는 NL은 이랬다. NL은 통일이 우선이었다. 북쪽의 인민들이 남한과 대치하면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온정주의가 거셌다. 이들은 이른바 주사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임수경을 북으로 올려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주체사상을 따른다는 의미로 주사파라고 불렸지만 사실 이들은 민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형태를 고민하다 주체적인 통일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치적 개입에 매우 분개했다. 민중민주도 역시 궤를 같이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통일보다는 남한 내부의 핍박받고 있는 노동자가 우선이었다. 이들에게는 맑시스트가 주장하는 노동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원론적으로는 이들이 누구보다 북한의 이론에 동조적이었으나 내가 만나본 그들은 북한식 노동해방은 또다른 독재였다고 말한다. 이들의 타도 대상은 자본가였다. 어찌보면 이들은 사회주의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대학생으로서 이들은 엄청난 토론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두 편 어디에도 동조하지 않으면 '회색분자', 또는 '박쥐', '수정주의자'라는 말로 매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피끓는 토론이 너무 멋졌다. 난 이들에게 뭐가 문제인가 따졌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들의 행동방식은 사실 비슷했다. 대학내에서 세력 규합을 하고 학생들에게 소위 의식화라는 과정을 거치게 했다. 보통 이런 의식화는 세미나, 또는 댓거리라는 과정을 거쳤으며 보통 선배가 발제자로 나서고 몇 가지 주제에 대해 후배들의 토론을 이끌었다. 중간에 고참(고학년 또는 예비역 선배)들은 간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둘은 함께하다가도 분열되고 토론하다가도 반목이 생기기도 했으며 어떤 식의 투쟁방법을 선택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기도 했다. 난 이들이 말하는 '행동하지 않는 비겁한 지식인'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나를 회색분자라며 왜 행동하지 않고 뒤에 숨어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나도 이들의 생각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내게 행동을 실행할만한 정보가 부족했다. 지금이야 자유롭게 노동자 문제를 고민하고 민족 자주에 대한 논의가 쉽지만 그 당시에는 유일한 배설구가 선배와 동기들이 뿜어내는 독기어린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사건의 모든 책임은 '적'들이었다. 이들에게도 공동의 적은 있었다. '친미 반민주 독재자'였다. 이승만의 종신독재는 친일에서 친미파로 넘어간 사람들을 대거 입각시키고 행정을 그대로 이어받게 만들었으며 박정희의 유신독재는 친일파를 득세시켰고 특정 자본가들에게 무지막지한 애정을 쏟아붇는다. 그리고 이어 지능적인 전두환식 군부독재는 사람들의 입부터 막으려 언론통폐합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군부독재는 노태우로 이어졌고 그 세력이 민주투사였던 정치인 김영삼을 끌어 안게 된다. 그러자 김영삼은 개혁을 미끼로 부정부패세력과의 타협을 했으며 이전의 모든 독재와 군사정권의 시녀들에게 사면이라는 면죄부를 선사했다. 대게 이런 식이었다. 이때까지가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어렴풋이 생각나는 대학내 논의의 요약이었다. 이후 김대중도 옛것들과의 단절보다는 자본가와 언론가들과의 타협을 이뤄낸다. IMF라는 엄청난 국가 부도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이후로 우리는 문제를 털어버리고 가는 역사가 아닌 썩어버린 나무로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곰팡이와 좀벌레가 가득한 나무로 서까레를 올린다. 그리고 불안한 민주주주의라는 지붕이 덮혀졌고 신자유주의, 또는 미국중심의 세계화라는 어색한 마루바닥을 깔아놓아 온 것이다. 곳곳에서 냄새나고 삐그덕 거리지만 누구하나 수리하기보다는 당장 일하고 잠자야 한다는 이유로 그냥 익숙해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불안한 잠자리에 드는 형국이다. 노무현의 역사적 사명은 썪은 것은 교체하고 낡은 것은 새것으로 바꾸고 거미줄친 천장은 깨끗히 청소하고 부실한 바닥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런 사명은 바뀌지 않았다. 노무현은 우선 기둥부터 어떻게 해보기로 맘 먹었다. 그러다 보니 놀랍게도 서까레가 무너질듯 휘청거리고 지붕은 기둥에 의해 내려앉을 형국이다. 바닥도 장판을 걷어내니 곳곳이 패여있는 것이다. 그는 어찌할 것인가. 그래 한번에 하나씩보다 이것저것 모두 건드리면서 우선 기둥부터 손을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수구세력은 기둥을 바꾸면 몽땅 무너진다고 협박하고 기어코 기둥을 흔들겠다는 노무현을 집에서 내쫓은 것이다. 자 이제 기둥을 바꿔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위험해지는 서까레와 지붕을 떠 받치고 곳곳의 패인 부분을 맡아 지적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예전에는 기술자가 알아서 다 해줄줄 알았지만 이놈들은 도대체 계속 썩은 기둥을 가져와 덧대고 번지르르하게 덧칠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속에 숨어 있는 썩어버린 역사의 서까레에 서식하는 친일 좀벌레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히려 좀벌레를 없애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래 하면서 씩씩대고 있다. 이러다가는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올려놓은 민주주의의 지붕이 폭싹 내려 앉을 지경이다. 더구나 자면서도 등이 배기고 튀어나온 곳 때문에 허리아파하지만 그대로 패여있는 울퉁불퉁한 자유시장경제라는 바닥을 놓고는 자기 눈에 보이는 튀어나와 있는 것만 놓고 지랄한다. 사실 서민들이 자고 있는 바닥은 이미 패인지 오래이고 난방이 들어온지도 오래인데 이들의 관심은 지들이 자고 있는 아랫목이 덜 따뜻하다는 이유로 흥분해댄다. 사회가 한가지 현상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 사건이 역사와 사회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임계점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나서자. 노무현과 함께 썩은 기둥을 바꾸고 서까레의 좀벌레를 박멸하고 지붕의 기와를 보충하면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노력을 하자. 이대로 가다간 제아무리 아흔아홉칸 집이라도 지붕이 폭싹 내려 앉아 기둥을 꺽고 서까레를 부숴버리고 바닥을 주저앉게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지붕을 내려앉아도 썩은 기둥인 저 수구세력은 지들은 꿋꿋하게 서 있을 줄로만 착각한다. 저들에게 희망은 없다. 쩍은 것은 도려내고 힘들지만 전면 교체해야 한다. 역사라는 서까레는 통째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안의 좀벌레는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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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반제반봉건과 신식국독자의 싸움...ㅋㅋ 참 저는 ND였습니다. 정확하게는 NDSFㅋㅋㅋIS의 경향도 있었고...ㅋㅋㅋ
저도 ND쪽...근데 주변인이라~~SF..IS..등 깊게는 잘모릅니다^^(그냥 그당시...이정로님의 글을 즐겨 읽었고....박노해님..시를 암송했던 정도~~)
우야든둥. 투표만 제대로 하면되요.
NL 이든 PD 든지 ...결국 마르크스의 '역사발전 5단계'라는 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NL은 우리나라를 아직도 봉건제의 틀속에서 보므로 반외세와 주체를 따지게 되는 것이고, PD는 우리나라를 자본제의 틀 속에서 보므로 반지주, 반자본가적 입장과 노동자우선이라는 색채를 띠는 것인데...역사가 5단계로 발전한다는 것 자체가 서구의 직선적 역사관이 빚어낸 허구입니다!
그런데 어느새 학교에서는 저를 New Right의 범주로 분류를 하더군요...이런...격세지감이라고 해야하는지...^^ 아직도 하루밤에 꽃병..화염병을 100개는 만들수 있을 것 같은데...설탕이랑 에너멜을 잘 섞어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