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서 이번 주도 꽃집에 일이 없습니다.
배향미 씨와 시장에 가서
꽃집에서 일할 때 필요한 물건을 샀습니다.
“향미 씨, 저는 향미 씨가 꽃집에서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꽃집에서 뭐가 필요한지 잘 몰라요.
향미 씨가 필요한 것 사러 가요.”
“어이.”
배향미 씨의 빠른 걸음에 전담 직원은 뒤따라가기 바쁩니다.
꽃집 사장님이 이야기한 것은 방수 앞치마, 모자, 장화입니다.
배향미 씨는 옷 가게 앞에서 할머니들이 입는
꽃무늬 일바지를 가리켰습니다.
평소 화려한 옷을 좋아해서 그런 줄 알고
배향미 씨에게 꽃집에서 일할 때 필요한 것 사러 가자고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배향미 씨는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시장에 가면 주로 분식코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데
오늘은 계속 걷습니다.
시장을 몇 바퀴 돌았지만
앞치마와 모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한참을 따라다니니
드디어 신발골목에 들어섰습니다.
신발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배향미 씨는 꽃무늬 장화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거.”
배향미 씨가 고른 장화는
이전 일지의 사진 속 장화와 같은 무늬 장화였습니다.
배향미 씨가 일순위로 생각한 품목이
아마도 장화였던 것 같습니다.
신발 가게 사장님이 여름에 신으려면
다른 소재의 장화가 좋다고 권해서
배향미 씨가 빨간색 장화를 골랐습니다.
모자와 방수 앞치마도 함께 고르고 돌아오는 길,
다시 배향미 씨가 옷 가게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이번에도 할머니들이 입는 꽃무늬 일바지를 가리켰습니다.
배향미 씨가 두 번이나 일바지를 가리켰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꽃집 사장님께 물었습니다.
사장님에게 배향미 씨가 장화를 골랐다고 전하자
신통하다며 좋아했고,
꽃무늬 일바지는 아마도 사장님이 일할 때 입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배향미 씨가 사장님을 좋아하니
사장님과 같은 바지를 입고 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장날에 배향미 씨와 함께
예쁜 꽃무늬 일바지를 사야겠습니다.
2017. 2. 24 일지, 곽순하
임우석 : 농장 사장님과 향미 씨가 함께 필요한 물건 사러 갔으면 더 좋았겠어요. 그래도 뭐가 필요하진 사낭님께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향미 씨가 필요한 물건 알아보고 그 앞에 서주길 바라면서 시장을 몇 바퀴 돌았군요. 아무나 이렇게 할 수 없는데, 선생님 대단합니다. <<독특해도 괜찮아>>에서 자폐성 장애인을 지원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 인내심이라 했는데 선생님은 타고난 사회사업가인가 봅니다. 입주자의 생각과 직원의 생각이 다를 경우 보통은 직원의 생각을 우선하는 경향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향미 씨가 어떤 물건을 고르고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과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인정, 존중해주는군요. 배운 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놀랍습니다. 예쁜 꽃무늬 일바지 압고 일하는 향미 씨 모습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세요. 궁금합니다.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요.
신아름 : 향미 씨가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셨네요. 이렇게 일하기 힘든데 곽순하 선생님 대단하세요. 그 만큼 향미 씨를 믿고 기다린거죠. 고맙고 감사합니다.
박시현 : '시장을 몇 바퀴 돌았지만' 감사, 감동! 곤장 신발 가게, 옷 가게에 갈 수 있지만, 선생님은 향미 씨가 찾게 기다리셨군요. 고맙습니다. 신발 가게, 옷 가게를 지나치는 샹미 씨를 보면서도 믿고 기다렸을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