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데려온 섬 외 1편
박미숙
소금 병에서 소금을 맨손으로 덜어내자
바다를 덜어내던 소금밭이 벌떡 일어선다
어느 장애우의 눈물이니 한 톨도 흘리지 말라고
손끝에 매달린 눈물을 한 방울 거두어 병에 넣는다
갇힌 눈물, 눈물끼리라도 표정 없는 소금 병 속
바다물들은 소금밭이 위험하다고 아우성이다
물을 잃으면 소금이 돼
모서리끼리 부딪혀서 신음하는 장애우들
배워 본 적 없는 세상이 서로 쳐다본다
속 없이 투명하다
다만 몰라서 각진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에 놀라 모두가 소리를 지른다
소금을 넣어야 해 하고
뚜껑 밖으로 호명되면 이건 천 길 절벽이다
뜨거운 바다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다는 표정으로 들끓는다
이내 다시 바다로 풀어지는 즐거운 고통이다
나는 누군가가 눈물을 맛이라 부르고
절벽 절벽 하며 떨어졌을 절망을 먹고 산다
나 또한 섬에 서 있고 절벽을 판다
1004의 섬* 너머 뜨거운 소상공인 바다의 섬에서
*전라도 신안에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 부른다
부스러기
책꽂이를 조립하다가 나무 부스러기를 밟았다
오른쪽 발이 나무 뽑히듯 휘청거린다
몸을 떠받치는 건 발바닥만이 아니었다
바닥도 오른발과 왼발로 출렁인다
부스러기가 온몸을 흔들면 천정도 절뚝거린다
마음을 흩트리는 것은 되돌이표가 운행한다
부스러기 톱밥이 압축된 책꽂이를 본다
태클을 걸면 안 걸리는 게 없는 세상
어쩌면 나도 부스러기로 압축된 것
책꽂이는 나무 혈관의 부스러기였고
햇살의 살이었고 시간의 뼈였겠다
발의 비명이 비로소 손에 잡힌다
주검으로 끌려가 한 번은 찔러 보는 것이다
부스러기에 진땀을 흘렸고 쩔쩔맸다
뒤뚱거린 휴일이 책꽂이에 꽂힌다
「모던포엠」 2022년 8월호
박미숙 시인
1966년 산청 출생,
동아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2021년 「모던포엠」 신인상
솜다리문예대학 운영위원장,
제1회 솜다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