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그냥 아무데나 다녀오기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단거리 시내버스만을 이용해서 부산까지 다녀오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적잖이 소요되는 일이라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생각만 할 뿐이다.
어제는 기차를 타고 제천을 다녀왔다. 음성역까지는 차를 몰고 가서 역전 주차장에 세워놓았다. 부활절이라 교회도 가고 싶었지만 요즘 목사들의 설교는 대부분 현학적이거나 기복사상의 말 뿐이다. 그런 말을 듣기 위해 앉아 있느니 차라리 혼자 기차여행이나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저기서 벚꽃잎이 뚝뚝 떨어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치 소낙비처럼 흩날리는 것이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꽃빗속을 거닐기도 했다. 저녁 무렵, 흐린 날씨 탓에 마음마저 한껏 가라앉아 왼종일 집에만 있다보니 바깥 바람이 그리웠다. 간단한 차림으로 집을 빠져 나갔는데 성당 앞마당의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게 아닌가?
꽃이 지는 건 아쉽지만 꽃이 져야만 열매가 맺힌다. 이런 자연의 순환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짧게 보면 나 하나 태어나 죽는 것으로 마감되지만 길게 보면 수 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한 부분에 내가 있을 뿐이다. 내가 사라져야만 그 자리에 누군가 다시 채워진다. 나는 꽃이 진다는 사실을 이렇게 읽으며 꽃 진 자리에 찾아 올 그 무엇을 생각했다.
제천까지 가는 충북선 기차를 타면 충주를 지나면서 남한강 경치가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요즘은 조팝나무꽃이 한창 무르익어 볼만 하다. 무더기로 자라는 저들의 습성으로 꽃 또한 무더기로 뭉쳐 있다. 새 하얀 순백의 색깔이 얼마나 곱던지 살폿이 더듬어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기도 한다.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
요즘 기차는 재미가 없다. 대화도 없을 뿐더러 사연도 없다. 그 흔한 홍익회 회원들이 파는 음식 먹는 재미도 없다. 생각이 이렇게 미치면서 문득 삶은 계란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으나 추억으로 다스렸다. 그리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끝냈다.
아직 공사중인 제천역사를 나와 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여기 저기 꽃나무 있는 곳만 골라 다녔다. 꽃이 있는 남의 집 담장 안을 들여다 보고, 문 닫힌 화원 앞 유리창 밖을 서성거렸다.
제천역에서
하행열차를 잃어버린 후 더디게 쌓이는 밤 시간 또한 멀어 스마트폰 열어 속삭이듯 들여다보았지만 역사 밖 저 혼자 날아와 저 혼자 굴러가는 가랑잎만 부산스러웠다 가랑잎처럼 굴러다니는 거친 생각들 아득한 사연들이 닫힌 문 열고 튀어 나와 반송된 편지처럼 뒤엉켜 버린 불특정 다수를 노린 철없이 너를 기다렸던 어느 해 밤은 도망칠 수 없을 만큼 촘촘한 사슬로 묶어 버리고 전깃줄 징징거리는 바람이 불면서 도망치는 시간은 빠르고 기다리는 시간은 더뎠다 하행선 열차를 기다리는 가슴이 왜 자꾸 여려지는지 잎새 떨어지는 사연과 아무런 연관 없건만 흘러가는 것들은 무엇이든 아름답다는 통설이 역사 앞 흩뿌려진 낙엽처럼 무르익고 생을 담보한 시간은 느릿하게 서성거리고 눈 내릴 것 같은 길목으로 몇이 떠나버린 그 해 제천역에서 건드리면 눈물 범벅이 될 사연 하나만 부여잡고 새벽 열차를 기다려야만 했다
지난 늦가을 그 때도 혼자 기차를 타고 제천을 거쳐 안동으로 가려 했으나 기차를 놓친 일이 있었다. 안동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 올 생각이었으나 아주 짧은 시간으로 하행선 기차를 놓쳤던 것이다. 하지만 가야만 하는 뚜렷한 목적이 없었기에 아쉬움도 크진 않았다. 나는 메마른 역사에 앉아 시 한 편을 지었다.
어떤 것을 잃는다고 하여 모두를 잃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살다보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잃는 것이 있으면 얻어지는 것도 있게 마련인게 삶이다.
나의 삶은 늘 이래왔다. 무엇을 잃는다고 크게 슬퍼하거나 괴로워 하지 않았다. 잃고 얻는 현상은 내가 죽는 순간까지 이어질 것을 알고 있으므로 애써 깊이 몰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전 모 연구소에 근무하는 아들로부터 문자가 왔다. 그냥 인사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다녀왔단다. 그도 내가 아는 아이다. 날더러 식사 잘 챙겨 먹으란다.
그래도 식사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내가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만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한 게 인간이다.
첫댓글 딸애와 주말에 나선
일박이일의 부산 여행~~
낯선곳에서의 낯선행복.
태종대 전망대에서
떨어진 동백꽃 한송이 주워
동백부인이 되어 즐거운데
전화한통~~
엄마!!
아들늠 전화.
무작정 떠나는여행에서
많은것을 얻습니다만
지금 남은건은 피곤함과 집안일.
그래도
다시 떠나렵니다
그래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죠. 세상에는 전부를 잃고 전부를 얻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지요.
무작정. 혼자서 떠나는 여행 아님 친구들하고 수다를 떨면서. 여행함 해보는게. 소원입니다 사는게 무언지 참 개인 시간내는게 이토록 힘이듭니다
그렇군요. 남들한테는 쉬워 보이는 일이 자신한테는 어려울 때도 있지요. 기회를 기다리세요. 반드시 올 것입니다. 저도 응원할게요.
혼자 떠나는 여행
그 담대함이 마냥 부럽습니다.
혼자서는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내 집인데도
해가 질 무렵이면
눈물이 핑도는 허전함이 있으니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인간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나만의 여행을 그리네요.
좋은 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용기를 바쳐서 얻는 보람....한번 도전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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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만의 여행도 나름 소중한 것을 얻지요? 해 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오늘 점심은 드셨나요?
이팝나무 꽃은 보기만 해도 왠지 배가 부릅니다
저도 언제 그방향의 기차로 시골집 안동을 가봐야겠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대전에서 충북선 타고 제천까지 가서
다시 안동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 해 볼만하답니다.
저두용기내서 아무차나타고 떠나보고싶네요.목적지 없이~^^
그래요,
목적지 정하지 말고
그냥 닥치는 대로 떠났다 돌아오세요.
아마도 헛고생은 아닐겁니다.
어쩌면 생애 소중한 것을 얻을 수도....
그렇게 목적없이 떠나는 여행이 진정한여행이지요
저는 그리못합니다 어색해서 ㅎ
어색하다는 것은 타인을 의식해서가 아닐까요? 적어도 내 자신에게는 용기나 새 힘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혼자 여행하는데 굳이 타인을 의식할 이유가 잇을까요?
@류정 아니요 타인을 의식 하는게 아니라 그자체가 어색하다는 겁니다
어떤 목적이 없이 갈때는 ㅎㅎ
@지존. 네에....가끔은 어색했던 일이나 생소했던 것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거나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하지요.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이 멋진 일을 님에게도 권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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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요....
말 그대로 그냥 떠났다가 그냥 돌아오는....
멋지십니다.
저도 홀로 여행 즐깁니다 ㅎ
기차여행 좋지요
류정님 ^^
그렇군요.
떠나는 자만이 돌아올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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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여행은 힐링이며 꿈이며 착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떠나는 자만이 알 수 있지요. 누구와 떠나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요. 따난다는 사실에 모든 무게를 싣는다면....
용기내어 혼자하는 여행 도전해봐야겠읍니다
오라는곳은 없어도 자연이 반겨주겠지요
굳이 불러주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가는 것도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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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 보세요.
아무도 처음 태어날 때부터 배우지 않았어요.
용기를 내 보세요.
혼자 여행은 해 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해보지 않을것 같네요 무서워서...
벌써 이팝꽃이 이렇게나 이쁘게 피었네요.
누구에게는 먼 해외여행도 이웃집 마실정도가 되고 누구에게는 이웃집 마실도 먼 해외여행이 되지요. 스스로 만들어 갈 뿐입니다. 누가 만들어 주지 않지요.
제천역이 한창 신역사짓느라 어수선하지요.
늘 갈 데 마다
정이 안 드는건
귀농할 맘이 없어서겠지요.
제 농장이 제천역에서 19키로 거리에 있답니다.
네,
좋은 곳에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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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죠,
혼자 다니는 여행을 즐기지만
더불어 다니는 여행 또한 마다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든 준비가 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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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스스로 만들 뿐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님의 그런 생각이
떠나는 사람에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죠.
어떤 이는 하고 있고
어떤 이는 아직도 망서리고 있고....
마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님에게도
떠나는 순간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혼자서도 휙하니 출타를 하시는군요
차도몰고 기차도 타고 사색에 잠기시는군요
잊혀지는게 제일 무섭다고 하잖아요
아드님이 챙겨주시니 좋으신겁니다~^^
맘래기 위해서라면 훌쩍 어디론가 떠나는거다저도 동감임다
류정님도 그러신가 부다
어디론가 ㅜㄹ쩍 떠나는거는 허전한 맘을을 메꾸는 유활류 역활을 톡톡히 하쥬
댕겨오면 왜 이리도 시원하고 깨운한지 몰것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