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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한 동 혁 대한제당 대표이사 사장
최근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조사해 봤더니, 32%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미래의 비전이 없어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비전이라고 하는 말이 잘못 이해되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혹시 비전을 회사가 개인의 삶을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해주는 모범 답안 같은 것의 제시라거나, 혹은 조직 내의 경쟁에서 언제나 이길 수 있는 탄탄한 상승(常勝)의 보장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사회의 발전은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최적해(最適解)로서 얻어지는 결과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항상 승자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전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개인적인 욕구실현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2000년이 시작되는 첫해에 비전 설정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10년 후 회사 전체 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는 일련의 작업을 약 6개월 여에 걸쳐 진행했다. 생산 현장에서부터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이 계층별로 참여하여 제각기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함께 이루어 나갈 회사의 미래 비전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10년 뒤인 2010년까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한정된 우리의 자원과 역량을 어떻게 집중해야 결실을 이룰 수 있는지 방향까지 세울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려도 없지 않았다. 당시 외화 환율도 하루하루 불안정하고 당장 내년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0년 후를 계획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무의미한 일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펼쳐진 날개를 눈앞의 작은 바람 줄기 때문에 접을 수는 없는 노릇. 10년이라고 하는 것은 먼 훗날이 아니라 생각보다 빨리 맞이하게 될 미래이며,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욱 막연한 두려움만을 안겨 줄 것이라는 설득이 주효했다.
임직원들의 뜻을 결집해 본 결과, 10년 후 매출액은 2조 5천억 원, 경상이익은 1천억 원을 달성할 수 있는 회사, 그리고 그를 위해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 개발비로 투자하도록 하자는 구체적인 실천목표도 정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 시작할 사업들은 최소한 우리 역량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큰 줄기 아래에서만 해 나가자고 약속을 했다. 우리는 임직원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 프로젝트를 “드림 2010”이라고 이름 붙이고, 마음속에 함께 새기고자 ‘참행복 으뜸 기업’이라는 쉽고도 간단한 슬로건을 정하고 한 자리에 모여 비전선포식도 가졌다.
비전선포를 한 지 벌써 2년을 눈앞에 둔 지금. 현재 우리는 설탕 및 유제품의 해외 수출이 국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식품 회사지만 앞으로 바이오 산업 부문에 더욱 많은 관심과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경쟁력을 갖춘 노하우와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가능성이 있는 사업부문에 우리의 핵심역량을 쏟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그려보았던 우리의 미래 모습. 그 실체가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아 잠 못 이루었을 많은 젊은이들에게 P.F. 드러커가 한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미래는 현재의 거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