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舊)소련이 개발한 T-34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강력한 전차 부대에 맞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T-34 전차에서 시작된 구소련 전차의 신화는 냉전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 그 빛이 바래지고 만다.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구소련의 전차는 가격은 저렴했지만, 쓸모 없는 무기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후 러시아는 절치부심 끝에 서방측의 최신예 전차에 맞설 신형 전차 T-90을 개발하게 된다. T-90 전차는 현재 러시아 육군의 주력 전차이며, 1,600 여대가 생산되어 러시아를 포함하여 5개국에서 운용 중에 있다.
걸프전에서 참담하게 파괴된 T-72 전차
1973년 등장한 구소련의 최신예 전차 T-72는 당시 서방세계 군 관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철의 장막이라는 베일 속에 감추어진 T-72 전차의 성능은, 당시 서방 세계의 전차를 압도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2년 레바논 내전 당시 처음으로 전장에 등장한 시리아 군의 T-72 전차는, 이스라엘 군의 메르카바 전차에 너무나 손쉽게 파괴되었다. 이후 1991년 걸프전에서 당시 서방의 최신예 전차인 M1A1 에이브람스(Abrams)와 챌린저 전차가 이라크 군의 T-72 전차와 맞붙게 된다. 걸프전 초기 이라크 군의 T-72 전차는 다국적군의 지상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막상 지상작전이 개시되자 M1A1 에이브람스 전차와 챌린저 전차는 우월한 성능을 자랑하며, 이라크 군의 T-72 전차를 일방적으로 파괴한다.
신형 전차 T-90의 개발
T-72 전차가 전장에서 연전연패한 원인은 구소련의 정책 때문이기도 했다. 구소련은 수출형 T-72 전차의 경우, 자국군용 T-72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전차로 제작했다. 또한 당시 구소련이 개발한 최신예 전차였던 T-80의 경우, 오직 구소련군만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 냉전이 종식되고 1991년 구소련은 러시아로 국가 체제가 변화된다. 경제난이 심화된 러시아는 구소련과 달리 T-80과 T-72 두 종류의 전차를 운용하기에는 국방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외화를 벌기 위해서는 전차의 수출이 필수적이었는데, T-72 전차의 취약한 이미지는 수출에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러시아는 1992년부터 T-80과 T-72 전차의 장점을 조합한, 신형 주력 전차 T-90을 개발하게 된다.
T-80과 T-72 전차의 장점을 조합한 전차
1993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T-90 전차는 T-72 전차의 차체와, T-80 전차의 포탑에 사용된 주포와 사격통제장치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T-90 전차는 T-80 전차 보다 가격 면에서 저렴하면서 공격력은 동등했다. T-90 전차의 주포는 T-80 전차의 주포로 사용된 신형 2A46M 125mm 활강포를 사용했다. 따라서 T-80과 마찬가지로 AT-11 스나이퍼(Sniper) 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 레이저로 유도되는 AT-11 스나이퍼 대전차 미사일은, 5Km 떨어진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다. T-90 전차는 자동장전장치를 사용하는데 형태는 T-72 전차와 비슷하다.
또한 T-90 전차는 T-72 전차의 차체를 사용함으로써, 운용 유지 측면에서 T-80 전차에 비해 우수했다. T-80 전차의 경우 가스터빈 엔진을 채용했는데 기동성은 우수했지만, 디젤엔진을 장착한 T-72 전차에 비해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밖에 T-72 전차의 차체를 사용함에 따라, 대량으로 공급된 T-72 전차의 차체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T-90 전차의 방어력을 향상시킨 반응장갑
방어력이 취약했던 T-72 전차의 오명을 벗고자, T-90 전차는 방어력을 대폭 향상 시켰다. T-90 전차의 전면장갑은 복합장갑을 사용했으며, 추가적으로 반응장갑(Reactive Armor)을 광범위하게 채용했다. 반응장갑은 금속상자 내부에 장갑판재와 폭약을 넣은 것으로, 전차의 장갑표면에 부착한다. 성형작약탄이라고도 하는 대전차 고폭탄(HEAT: High Explosive Anti Tank)은, 전차의 장갑에 충돌 시 고온 고압의 화학 에너지인 메탈 제트를 발생시켜 장갑을 관통한다. 그러나 반응장갑의 경우 대전차 고폭탄이 충돌하게 되면 반응장갑 내부의 폭약이 폭발하면서, 폭발력을 통해 대전차 고폭탄의 메탈 제트를 분산시킨다. 결국 대전차 고폭탄의 관통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반응장갑은 1982년 레바논 내전 당시 이스라엘 군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반응장갑은 운동에너지를 관통력으로 사용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 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T-90 전차에 장착된 Kontakt-5 반응장갑은 특수한 설계를 통해, 날개안정분리철갑탄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교란시키는 T-90 전차
T-90 전차는 방어력과 함께 생존성도 향상 시켰다. T-90 전차의 포탑에는 Shtora-1 능동방호체계를 장착했다. 능동방호란 적의 다양한 대전차 위협 수단으로부터 전차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여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T-90 전차에 장착되는 Shtora-1 능동방호체계는 레이저 신호 감지기와 적외선 방사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전차나 대전차 미사일은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고 사격을 한다. T-90 전차는 레이저 신호 감지기로 적의 공격의도를 감지하면, 연막탄 발사를 통해 연막차장을 펼치고 바로 회피기동을 실시한다. 또한 대전차 미사일의 경우 적외선 방사 장치를 사용해 강렬한 적외선을 발산하여, 대전차 미사일 유도 체계를 교란시켜 미사일을 빗나가게 한다.
21세기 러시아 육군의 주력 전차
T-90 전차는 1999년 제2차 체첸 전쟁에 최초로 실전에 참가했다. 당시 전투에서 T-90 전차 한대는 7발의 RPG 대전차 로켓포를 맞고도 임무를 수행했다. T-90 전차는 1993년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개량되었으며, 러시아 육군은 1999년 부 터 엔진 출력이 향상되고 사격통제장치가 향상된 T-90A 블라디미르(Vladimir)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 군은 T-90A 전차를 성능이 향상된 T-90AM 전차로 개량할 예정이다.
이밖에 T-90S 전차는 인도 육군의 주력 전차로 운용 중에 있다. 인도 육군이 운용하는 T-90S 전차는 T-90A 전차의 수출형 모델이다. T-90S 전차의 성능에 만족한 인도는 2020년까지, 1,000여대의 전차를 국내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2011년 9월에는 러시아 중부에 위치한 니즈니타길(Nizhniy Tagil)의 방위산업전에서, T-90 전차의 최신형 모델인 T-90MS가 공개되었다. T-90MS 전차는 수출형 전차로 서방측 최신예 전차와 대등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90S 전차 제원
전투 중량 46.6t / 전장 9.63m / 전폭 3.78m / 전고 2.22m / 엔진출력 1,000 마력(HP) / 최고속력 60Km / 항속거리 550Km / 승무원 3명 / 무장 2A46M 125mm 활강포, 7.62mm 동축기관총, 12.7mm 중기관총
출처 http://bemil.chosun.com/
첫댓글 서방 탱크들과 다르게 포신이 엄청 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