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
어제 밤하늘 은하세계는 서늘하였는데
북극 자력선 하전 粒子가 떠돌이
기체와 충돌해 남빛 閃光이 초록 밀밭을
누렇게 익히도록 필사의 노란 붓질을 해야만 해
봄날 연두를 덧대어 칠한 손바닥은 녹색 감잎
녹엽 두께가 벌써 덥다 못해 반바지 짧은 소매
속살이라도 비치는 차림은 은은한 향내
얇은 흰 윗도리는 이른 여름 턱을 삐죽 내민다
오늘 낮 내내도록 동동거리며 치자물감 불볕은
해바라기 밭에 내리 쏟아 붓겠지만
따갑게 내려쬐려는 그 붓질은 처음부터
교회 첨탑 위 반짝이는 밤별들
동녘을 열어젖힌 대장장이가
풀무질 불꽃을 피워내는 곳은
숯검댕이 땀내 나는 귓밥이
떨어져 나간 이글거리는 캔버스이다
해바라기 꽃잎은 시들은 부다페스트의 소녀
거무스럼 익어가는 씨앗은 소년의 원죄
68혁명 군중들이 수형밧줄 그늘에 앉아
다리쉼하는 히피들과 두려워하지 않는 청신남 청신녀
잡초 목을 자르는 교수형구 기요틴(guil·lo·tine)은
폭력 탱크라고 비난받지 않는 물질주의자
오대양에 넘쳐나는 반전 모드는 원죄 거부하는 生態主義者
아노미(anomie)에 빠진 장화를 붙잡는 진창바닥이다
유라시아 평원의 포성은 부드러운 흰 빵과
깃털 잠자리를 탐하는 잠든 궁전들의 유혹
분노지수가 내동댕이쳐진 크메르 킬링필드의 백골들
마시다 만 적포도주 잔에 증발한 알코올은 살생 DNA
생사위기에도 놀라지 않는 종달새야 날아라
키 큰 수목 그늘을 찾아 종일토록
클래스 룸에 맑은 웃음과 푸른 눈
앙부일귀(仰釜日晷)*의 바늘은 고흐의 황색 꿈이고
현몽한 노랑 태양은 ‘마더 데레사’이기 때문에
생물 무생물에 어떤 차별성도 두지 않는다.
2022. 5. 28.
시제: 여름의 문턱
*앙부일귀(仰釜日晷): ‘귀(晷)’는 ‘그림자 귀(晷)자(字)’를 떼면 노란 태양을 가르치는 바늘을 가진 솥모양 시계이다.
노란 태양은 만물에 차별성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끝없이 사랑의 눈길로 따뜻한 손길로 어떤 대상에 상관없이 돌보는 마더 데레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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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단 시인방
고흐의 밀밭은 노란 오로라(Aurora)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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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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