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한 관계 [06]
'서지한선배 나 당신되게 좋아해.' 뭔가 심장을 후려 맞은 기분이다.
남자에게 그 말을 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말을 하던 녀석의 너무나도 진지했던 표정이 나를 신경쓰이게 한다.
오늘은 대체 무슨 악운이 끼였길래, 아침부터 이리도 하루종일 엉망인가 싶다. 공부는 커녕 수업시간에 집중도 제대로 되지가 않는다.
몇번이나 수업중에 턱을괴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정신없이 공부를 해야 할 때에, 별 것 아닌 일에 신경을 뺏긴 내가 한심했다.
지금 나는 건드리면 머리가 폭발이라도 할 것 처럼 엉망진창이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이시혁이 보인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포스로 엎드려 있는 녀석은, 잘 때 마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다.
갑자기 그 얼굴을 보니 아침의 일이 생각이나 금새 내 얼굴은 굳어졌다. 사실 난 녀석에게 꽤 추잡한 꼴을 많이 보여왔다
하지만 오늘처럼 녀석이 강압적으로 보인 적은 처음이였다, 속으로 늘 무시하던 녀석을 처음으로 무섭다고 느꼈으니까.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녀석의 곁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자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녀석이 일어난다.
이시혁은 기지개를 키고는 몸을 풀더니, 저를 쳐다보고 있는 나를 인지했는지 흘낏 본다. 그리고는 내 얼굴 가까이 고개를 드민다
죽어버려라- 쓰잘떼기 없는 생각이 든다.
아무말도 없이 내 눈을 잠시동안 들여다 보던 녀석은 그냥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뻣뻣하게 서서는 내게 말을 건넨다.
"너.."
무슨 얘기를 시작 하려는건지- 싶어, 일어나 있는 이시혁을 올려다보니 녀석은 인상을 확 구기곤 그대로 반을 나가 버린다.
녀석의 눈을 보니 갑자기 확 뭔가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움찔했는데, 참 다행이다 싶다.
나도 모르는새 손에 힘을 주었는지, 우악스럽게 쥐어진 주먹을 펴보니 손톱자국이 나있다.
--------------------------------------------------------------------------------------------------------
주머니에서 진동이 왔다. 점심시간이라서 반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있을 뿐이였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생긴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손에 잡힌 휴대폰은 불편했다
난 휴대폰에 귀를 대었다.
"야 옥상으로 좀 와봐"
이시혁이다.
"거기 문.."
내가 말을 할 틈도 없이 전화가 끊겼다. 우리학교의 옥상은 잠겨져 있다. 그것은 내가 입학할 때 부터였다
학생들의 자살방지를 위해서라나 뭐라나, 몇 년째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있다.
어쨌거나 이시혁의 부름이였기에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문 앞에 도착하자, 뜯겨져 있는 옥상의 자물쇠가 보였다, 무식하고 단순한 새끼들.
나는 끼이익- 더러운 쇳소리를 내는 옥상 철문을 열고 그 곳에 발을 내딛었다.
옥상에는 이시혁 뿐만이 아니였다. 하아
"진짜 왔네? 저 새끼. 큭큭"
"말만 들었지, 나 가까이서 보는거 처음이야. 시혁오빠한테 듣던거보다 멀쩡하다?"
"기집애들 하여튼"
옥상 여기저기서 수근덕대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참 가관이다
담배를 뻐끔히 펴대는 이시혁의 친구들은 거의 내가 안면있는 인간들이였다, 교복치마를 한껏 치켜올려 허벅지를 다 드러낸 여자애들은 학년이 낮은 후배들이였다.
나를 처음보는 것이라 신기하게 나를 여기저기 뜯어보는 기집애들을 보니 정말 짜증이 났다.
징그러운 애완견이라 나를 부르는 남자새끼들 보다도 어쩌면 더 싫은게 저 여자들이다.
쨍알쨍알 시끄럽게 귀를 자극하는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소음 중 하나다.
"진짜 기집애같이 생겼다, 지준 오빠가 말한 그대론데?"
도지준 이 개새끼가 내 외모를 갖다가 아주 지멋대로 쳐 떠벌리고 다녔구나- 싶어 인상이 찌푸려 졌다.
다음에 보면 발이라도 한번 콱 밟아줘야 겠다, 생각했다.
"기집애들은 곱상하게 생긴것들 뭐다 좋다고 난리들인지, 저렇게 생겨먹어서 어디다 쓰겠냐? 쯧쯧"
슬슬 머리에 열이 오르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멀쭘히 서서 저 동물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어야 하는지.
나는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한 이시혁을 찾기위해 고개를 돌렸다, 구석에서 여자 하나를 옆에 끼고 느긋하게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난 이시혁쪽으로 걸어가 말했다.
"왜 불렀어?"
약간 풀린눈으로 나를 보더니,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그냥"
그렇지. 넌 날 항상 아무렇게나 부르고 이용하고 그런 입장이였지, 이유가 딱히 뭐가 있겠는가.
그래. 니 친구들이 나를 조롱하는 모습을보니 어떤 기분이니, 이시혁 아주 좋아 죽겠지? 개새끼.
"시혁아, 가자. 곧 수업시간이야"
아직도 웃고 있는 옥상의 무리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것들을 한꺼번에 난간 밑으로 떠 밀고 싶다고-
잘난 부모들 밑에서 태어난 생 양아치 새끼들
"시혁아, 가자니까."
그제서야 녀석은 몸을 일으켰다. 난간에 걸쳐 놓은 교복재킷을 찾아 들고는,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 온다.
정말 가는거냐고 묻는 제 친구들을 지나치며, 녀석은 나를 끌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옥상을 나와 계단 몇개를 내려가던 녀석은 갑자기 멈추어 나를 뒤돌아 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그런 싫은 표정하지마,"
"........."
"그럴수록 더 괴롭히고 싶어지니까."
그래, 니가 옥상에 있는 저것들보다 나은게 하나도 없는 인간이였지.
대답없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가만있더니 녀석은 다시 계단을 내려 갔다.
저벅저벅 이시혁의 뒷 꽁무니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 내 손을 잡아채었다
반동으로 걸음을 멈춘 나는 황당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낯설지 않은 얼굴이 튀어나온다.
박유현, 이젠 정말 니 놈 얼굴이 정겨워 질려고 한다.
"...뭐야"
박유현은 무슨 이유에선지 내 손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뿌리치려는 내 손을 더 꽈악 잡아왔다.
앞서가던 이시혁은 저만치 걸어가다가, 내가 자신의 뒤에 없다는것을 알자 그제서야 뒤돌아 내 쪽을 본다.
미간에 인상을 쓰고 복도 저 쪽에서 걸어오는 이시혁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삐딱한 목소리로 녀석이 말한다.
"왜 그렇게 살아요? 저 새끼한테 찰싹 달라붙어서,"
"뭐라고?"
"진짜 그림자같은거 되고 싶어서 그래요?"
똑똑히 들려온 녀석의 말 소리보다, 내 귀를 먼저 의심했다.
그 다음에는 녀석의 정신상태를 의심했다, 이 후배새끼가 진짜 미쳤다보다.
나는 이 정도로 내게 태클을 걸어오는 상대를 생전 처음봤다. 나는 녀석의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내 관심을 얻고 싶은거였다면, 이녀석은 성공했다. 어떤식으로든지 박유현은 내 관심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손 놔."
내 목소리가 아니다. 이 쪽으로 걸어온 이시혁은 아직도 박유현에게 잡혀있는 내 손을 보더니, 강압적으로 말했다.
특유의 고고한 표정은 어느새 한 껏 열받은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박유현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믿을것도 없으면서 저렇게 개기는 새끼가 있구나- 생각을 했다
이시혁이 제대로 열받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직 니 새끼가 모르는구나.
"손, 놓으라고."
"싫은데요"
이런 멍청한 새끼. 그냥 쳐 놓을것이지-
갑자기 심각해진 이시혁을 표정을 보며,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되나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을 다 떠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퍽- 소리가 나며, 박유현이 느닷없이 복도 저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채 말릴새도 없이 이시혁은 박유현에게 덤벼 들었다. 어느새 복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은 이쪽으로 꽃혀있었다
이시혁은 박유현의 멱살을 쥐고, 녀석의 얼굴에다가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난 급해져서 이시혁을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
"시혁아, 여기 학교야. 안돼 하지마!!"
"씨발, 안꺼져!?"
열받은 이시혁은 나를 신발장이 있는 쪽으로 밀쳤다. 그 힘이 어찌나 쎈지, 신방장에 뒷통수를 박아 뇌가 지끈했다.
정말 미칠 노릇이였다. 난 거의 찢어질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저 자존심높은 이시혁을 막기위해서
"학교라고 학교!!"
여긴 학교다. 이시혁이 사고라도 치는 날엔 나는 정말 죽는거다, 내 아비에게.
이중인격으로 도배된 게 이시혁인데, 이렇게 학교에서 주먹질을 하다니 전혀 녀석답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이시혁을 뒤에서 끌었다.
"시혁아 안돼, 학교야. 하지마!!"
난 녀석을 떨궈내며 그 허리를 꽉 붙잡았다, 녀석은 잠시 서있는가 싶더니 내 손을 떨궈냈다.
급하게 숨을 내몰아 쉬는걸 보니 아직도 열이 받은 상태이다.
학교에서 이시혁은 선생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있는 학생이다. 공부도 잘하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그의 집안이 엄청나게 좋기 때문이다
그런 학교에서 녀석의 폭력성이 들통나면 그것은 정말 큰일이다. 그것은 내가 아닌 이시혁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여기서 멈춘것이다, 싸움을 시작하면 끝을 내는 저 천하의 이시혁이 말이다.
학생들사이에서는 말도 못붙일정도로 두려움의 상대인 양아치가, 선생들 사이에서는 착실한 학생으로 인정받는게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생각들 하겠지만, 이시혁이라면 못 할 것도 없다.
정말 약아빠진 새끼니까, 제 놈한테 뭐가 이익이고 아닌지는 천재적이게 구분하는 새끼니까.
녀석은 천천히 일어나는 박유현의 곁으로 가 말을 꺼낸다.
가진자의 거만한 모습으로-
"씨발. 너 내가 경고하겠는데, 이 이상 내 성질 건드리면 정말 끝이야."
"..........."
"중졸로 인생 마감하고 싶지 않으면, 학교 조용히 다녀."
그 말을 끝으로 이시혁은 교복을 탁탁- 털며 돌아섰다. 어느새 시끄럽던 점심시간의 복도는 쥐 죽은듯 조용해져 있었다.
난 미친 후배놈을 한 번 보고는 이시혁의 뒤를 따라갔다. 복도를 걷는 내내, 뒤를 돌아보고 싶어서 미치겠는걸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평소같으면 이시혁의 비위를 맞출 생각에 정신이 없을텐데, 왜 이제는 저 뒤에있는 후배놈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닥만 보고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시혁은 내 손을 잡고 나를 남자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황당함에 내가 어리둥절하게 서있자, 녀석은 혼자 욕을 뱉어 내더니 묻는다.
"저새끼 모른다며."
"몰라"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내 답에 더 비위가 상했는지 녀석은 나를 벽으로 밀치며 추궁했다.
그 슬쩍 웃음끼 띤 얼굴을 보니, 마치 아침에 욕실에서 있었던 드라마가 재현되는 듯 했다.
"염병떠네. 니가 저새끼를 모르는데, 저새끼 혼자 너한테 지랄하냐?"
"모른다고 했잖아."
"저번에 그 새끼잖아!"
화장실 가득 울리는 큰 고함소리에 아까 부딪힌 뒷통수가 더 심하게 지끈거리는듯 했다.
씨발 또 왜이래진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낸다 싶더니만 오늘 정말 더럽게 좆같네.
"내가 쟤를 어떻게 알아. 내가 너한테 거짓말 왜하는데!"
"서지한, 그 말 사실 아니면 각오해라. "
"난 너한테 거짓말 안해" 나 거짓말 존나 잘해- 머릿속의 외침을 무시했다.
서지한 남 19
이시혁 남 19
박유현 남 18
-------------------------------------------------------
한달이나늦어지다니,할말이없네요. 진심으로죄송합니다
많은분들이댓글남겨주셨는데 정말 감사드려요,
7-8회는 일주일안으로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박유현이 불쌍해 ㅜ
다음편도 기대할께여~~~
잘읽었어요 ~
재밌어...
재밌어...
으헝 유현이 안됬어요 ㅠ_ㅠ 잘봣습니다~
유현군에게도 왠지 모른 시혁군과같은 카리스마가 숨겨져 있으러 같아요.. 유현군으로 인해 지한이가 많이 변화될듯.. 슬슬 시혁이도 긴장타야겠죠?? 님아 다음편 기대할께요 ^^
어뜩해ㅠㅜㅠㅠ 너무조요요11!^^
흐흑.....한참동안 안보인던.......다음엔 언능오시죠 ㅠ.ㅜ
유현군도 뭔가있을듯............대단한 배경이나 뭐이런거?ㅎㅎ...기대대요!!
진짜 재밌네요 그런데 , 차분하지만 왠지 자극적인 글체가 매력이에요 ,지금도 지한이 내면은 잘 표현되는것 같은데 좋은데 그밖에 인물은 좀더 행동이나 말투나 아니면 그냥 묘사를서술할때 그캐릭터의특징을 더 잘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인물의성격에따른행동묘사가 더들어갔으면 좋겠어요 ㅎㅎ
아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재밌음 ㅋㅋㅋㅋㅋㅋ
거짓말을 잘한다고요?
흑흑 연재해주세여 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