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일차(10.17) 소식>
- 뮤지컬 배우가 꿈인 꼬마의 오체투지 순례 -
정성스레 두손 모아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려 몸을 내려놓습니다. 차갑던 아스팔트 차도는 어새는 뜨거웠졌고, 지나는 차량의 굉음 역시 신경을 곤두서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온 화두를 붙들고 땀이 정수리에서 이마와 콧등까지 맺혀도 간절한 염원으로 기도할 뿐입니다. 보는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도로. 그곳에서도 생명평화의 마음을 담은 기도순례는 계속됩니다.
<무더웠던 하루 순례길>
오늘 순례단은 연무읍 마산리 인근에서 출발하여 논산시 은진면 삼암3거리 인근까지 순례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날이 무척 맑았고 기온도 높았던 날이었습니다. 오후 일정이 종료될 시간에는 순례자들 모두 더위에 힘들어하였던 날입니다.
아침 순례 시간이 되니 출발장소에 몇분이 미리 도착하여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의 김일회 신부와 김윤석 신부, 김종성 신부께서 미리부터 도착하여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일회 신부 등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다”며 오늘 순례에 참여하였다 합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올 때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 내외분이 순례단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철수 선생님은 전날 인근 지역에 강의가 있어 방문하였다가, 순례에 참여하고자 하루 일정을 연장하였다 합니다.
오체투지 순례단의 상징 이미지를 제작해주신 이철수 선생님은 “성직자 분들 말씀하신 것처럼 내려놓을 것 다 내려놓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순례는 결과를 바라고 하시는 일이 아닌 것처럼 비우고 내려놓으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지실 겁니다. 또 여기에 뜻을 같이 하고 따라가는 사람도 많아지기를 바란다”며 말없이 순례에 함께 하였습니다.
오늘은 날이 더웠습니다. 순례자들 역시 연신 땀을 닦습니다. 수경스님은 최근 하루 3차례 이상 무릎에 얼음찜질과 약을 바르면서 순례를 지속하고 있으며, 문규현 신부님과 전종훈 신부님 역시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입니다.
오늘 오전 순례는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에서도 방문하여 중계하였습니다. 오전 일정 종료 후에 순례단은 ‘쉬었다 가리’라는 특이한 이름의 길 옆 라이브카페 주차장에서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전주 평화동 신자와 마중물 회원, 언론사 기자들이 새롭게 참여한 오후 순례는 은진면 시묘천이 1번 국도와 만나는 방축교 전방 삼암3거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신부와 벽안(碧眼)의 납자>
순례길에 신부님과 벽안의 납자가 만나 마음을 나누고, 낮은 시선으로 생명을 바라보며 생명평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입고 있는 의복이 다르고, 믿음의 대상이 다르다지만 이곳 순례 길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 생명평화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다르다지만 오히려 함께 나누는 마음은 커져갑니다. 모두 함께 죽비소리에 맞추어 몸을 대지에 뉘일 뿐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가지런히 손을 모아 이 땅의 생명 평화를 위해 말없이 기도할 뿐입니다.
오늘 순례단을 맨 처음 마주한 천주교 인천교구 김일회 신부님은 오체투지를 하면서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무수히 보게 된다”며, “세분의 성직자는 반 생명, 반 평화적인 것들을 반성하며 고치기 위해 낮은 곳에서 임하시며, 또 생명과 평화를 위해 희생을 하시는 것”이라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오체투지를 하면서 연신 땀을 흘리던 김일회 신부님은 “‘다른 사람을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며, 여기에는 자연과 사물도 포함된다”며, “‘생명의 길’은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기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오체투지가 생명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벽안의 납자이신 관미 스님. 폴란드가 고국인 관미스님은 올해 초에는 화계사 국제선원 소속으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순례에도 여러 일정을 함께 참여하였다 합니다. 이번 순례에 어떻게 참여하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입니다. 낮선 한국에서 수행자의 길을 가면서 7년 동안 고국을 방문하지 못하였는데, 최근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2주 동안 휴가를 받아 방문 할 예정이라 합니다.
다양성. 그 어떤 말보다 중요한 말일 것입니다.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그 자체로 변화 발전 할 수 없으며,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는 새로움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늘 여기 순례길에서는 다양한 종교인과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만나 함께 기도합니다.
<한 꼬마를 만났습니다>
오늘 한 꼬마가 순례길에 함께 하였습니다. 일산에서 온 초등학교 5학년의 김샘이 학생. 노래와 춤은 잘 하지 못하지만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는 김샘이 학생은 “나라가 잘 되길 바라면서 하는 것이 이번 기도 순례”라고 어른스럽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신부님들이 하시는 기도 순례에 힘을 주려고”고 하루 순례를 참여했다 합니다. 김샘이 학생은 오후 내내 오체투지로 순례를 함께 하였습니다.
휴식 시간에 김샘이 학생을 만났습니다. 새만금 갯벌 보전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였던 김샘이 학생. 어른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 주기 바라냐고 묻자 “광우병 쇠고기처럼 나쁜 음식 말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또 “순례단께서 모두 건강하시고 새만금은 결과가 좋지 않았으나 이번 일은 꼭 잘되셨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말하였습니다.
미래세대가 자신들의 먹거리를 걱정합니다.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의 자연을 노래하고,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 하여야 할 우리의 아이들이 광우병 쇠고기를 걱정합니다. 이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말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당연한 권리일 것입니다. 지금 사회의 주인노릇을 하는 어른 세대가 이들의 당연한 주장과 권리를 ‘소요’라 이해하고,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한 부모의 마음을 ‘아동권 침해’라고 무지하게 주장하고 어쩌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거짓된 위선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아이 앞에 어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미래세대와 관련하여 중요한 말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가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앞장서서 고의적으로 퍼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세대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핵 폐기물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핵 발전소를 대책도 없이 많이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진정으로 ‘아동권’을 걱정하고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무역을 위해 불가피하게 수입하여야 한다는 위선’보다, ‘기후변화를 위해 핵발전소를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거짓말’보다, ‘안전한 먹거리와 생명력 있는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찾는 것이 시급’할 것이며, ‘사람을 차별하는 비정규직 같은 불펼등한 사회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급할 것입니다.
오늘 한 이름 없는 꼬마가 우리나라가 잘 되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몸을 낮출 대로 낮추어 간절한 기도를 하였습니다. 이제 누군가가 이들에게 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철수 선생님은 목판화로도 유명하신 분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작품을 많이 제작하고 계시는데, ”순례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면서, “이 시대의 문제는 돈의 심부름꾼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모든 종교가 무력화 되어 가고 있다”면서, “정말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착하게 선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고”,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물신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광명에서 오신 최은희님은 “마음이 참 아프네요. 꼭 이런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새만금 때도 그랬는데 또 거리에 나오시는 것에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며 답답해 하셨습니다.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야 하는데 점점 더 행복감을 잃어갑니다. 특히 정부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쪽으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말하지만 사실 뒤에서는 딴 짓을 하고 있다”고 걱정입니다. 최은희 님은 “저는 사람의 길을 말하기 앞서 먼저 제 역할을 잘하고 나태하고 게으른 삶을 벗어나는 것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예수 수도회’의 이옥순 요안나님은 “사회가 피폐해지고 경제는 어렵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명의 길에 중요성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한다면 당연 먹거리는 소중해 질 것입니다. 광우병 쇠고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시는 성직자들께 감사할 따름이며 그에 호응하고자 왔다.”고 합니다.
김도숙 율리에따(평화동 성당)은 “세상에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너무 심합니다. 없는 자들의 상실감이 너무 큼니다. 노력을 해도 결과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희망을 상실한 것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다.”고 걱정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윤병일(서울) / 안승길(원주 부론성당) /문정현 신부 외 1명(평화바람) / 송년홍(정의구현사제단) / 관미 스님(화계사) / 이철수 외 1명(제천) / 이 요안나 수녀, 외 16명(평화동 성당) / 김일회 신부, 김윤석 신부, 김종성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 박진섭(생태지평) / 송천홍, 김중순(솔내성당) / 최은희(광명) / 신근아 외 3명(마중물)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18일(토) : 은진면 연서리 삼암3거리(시작) - 논산시 부당산4R 인근(종료)
● 10월 19일(일) : 휴식
● 10월 20일(월) : 휴식
● 10월 21일(월) : 논산시 부당산4R 인근 시작
● 10월 26일(일) : 순례 1차년도 일정 마무리 행사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제모임(인천교구), 원종2동 성당교우(인천교구) 송천홍, 김중순, 전삼곤, 최세호(전주대건신용협동조합), 김원근 예레미안, 노인대학교사일동(평화동 성당), 이동진/강석윤(공무원노조논산지부), 관촉사 등에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8. 10. 17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