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쳇바퀴
따뜻했던 소한을 넘기고 열흘 뒤 다가올 대한을 앞두었다. 해가 바뀌어 열흘이 지난 일월 중순에 접어든 둘째 화요일이다. 오후부터 시베리아 고기압이 팽창하면서 우리나라는 매서운 한파가 며칠 머문다는 예보다. 추위는 감당하겠다만 바람이라도 불어 미세먼지가 걷혀지길 바란다. 이른 점심을 먹고 집 근처 산책을 가려고 현관을 나섰다. 옷을 두툼히 입어 날씨가 추운 줄 몰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바닷가나 강변으로 나갈 수 있으나 코로나 시대에 매일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도심에서 가까운 대상공원 산등선으로 나감은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했다. 지난 연말부터 민간공원으로 개발하는 공사를 진행해 산책로가 어수선해져서다. 연고가 있는 무덤을 옮기고 방문자 센터를 비롯한 몇몇 시설물이 들어설 모양이다. 공사 기간이 길어 이태 넘게 걸릴 듯했다.
아파트단지에서 퇴촌삼거리로 나가 사림동 주택지로 올라갔다. 메타스퀘어 가로수는 겨울이면 나목인 채 우람한 자태를 드러냈다. 시내에서 천연 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개방되는 곳이 두 군데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과 사격장 운동장이다. 두 곳은 인근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산책을 즐겨 가는 곳이다. 나는 생활권에서 떨어졌지만 가끔 찾는데 때로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갔다.
한낮임에도 공기는 차가워 모자를 써도 귓불이 시려왔다. 어제 그제는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는데 모두 걷혀 좋았다. 사격장 아래 약수터는 차를 몰아와 샘물을 받아가는 이들이 보였다. 사격장 경내로 들어 잔디밭 주변 우레탄 트랙을 따라 걸었다. 운동장 가장자리로 심겨져 자란 고목 벚나무는 무성한 가지를 펼쳐 봄이 오길 기다렸다. 봄날에 벚꽃이 피면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추운 날씨 속에도 우레탄 트랙을 따라 걷는 이들을 몇몇 볼 수 있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걸었다. 올겨울 들어 산자락과 강변을 쉼 없이 누벼 무릎 관절에 무리가 오려는 예감이 든다. 이럴 때는 온천장을 찾아 따뜻한 물에 한두 시간 몸을 담그면 병원을 찾아가는 치료보다 나은데 코로나라 들릴 수가 없어 유감이다. 코로나가 닥친 이후는 온천욕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사격장 운동장 잔디밭 바깥을 돌다가 소목고개로 올라 창원컨트리클럽 입구로 내려가 볼까 싶었는데 마음을 바꾸었다. 사격장 운동장만 한 시간 가량 맴돌았으니 열 바퀴도 더 걸었지 싶다. 이후 사림동 주택지에서 경남대표도서관과 장애인복지센터 앞을 지났다. 내가 예전 5년간 근무했던 주택지 고등학교를 지나 봉곡시장을 거쳤다. 창이대로에서 창원천을 건너 반지동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갔다. 다음 주 근무지에서 연말 정산이 예상되어 민원 창구에서 주민등록 등본을 한 통 마련했다. 인터넷 민원 24시에서나 무인 발급기에서 무료로 발급 받을 수 있으나 나는 서툴러 창구를 이용함이 편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를 고집하니 부담하지 않아도 될 수수료를 400원 냈다. 이후 행정복지센터에서 가까운 통신사 매장에 들렸다.
퇴직을 앞둔 때라 현재 쓰고 있는 휴대전화 요금제를 갱신할 생각이다. 통신비 지출에서 군살을 빼려니 매장 직원이 새 단말기를 사면 할인 혜택을 있다면서 기기를 바꾸길 권했다. 아직 외양이 멀쩡한 휴대폰인데 바꾸자니 아까워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을 바꾸기로 하고 기존 기기 자료가 새 폰으로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해 매장에서 나와 다른 일을 한 가지 봤다.
아까 주민등록 등본 교부와 맞물린 일로 안경점을 찾아갔다. 지난해 구입했던 안경 영수증을 발급했다. 작년에는 치과에도 수월찮게 보태주어 올해는 의료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다. 연말 정산 자료가 국세청으로 모두 모여드나 안경 구입비와 종교 단체 기부금은 아직 수기로 하고 있어 어쩔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다니는 절의 기부금 영주증도 챙겨야겠다. 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