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들을,
대담한 태양을 생각하지,
순백에 뒤덮였다가
이제 마침내 녹아가는
눈의 그루터기들로
돌아오고 있는’
- 메리 올리버 詩『봄』
- 시집〈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마음산책 | 2024 -
외투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를 올려본다. 지난가을까지 거기 가득했던 것들이 그립다. 크고 작은 잎사귀들. 그 푸릇한 것들을 흔들던 바람. 반짝이던 햇빛. 그들이 드리워놓던 그늘은 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이마를 한들한들 짚어주곤 했었지. 까마득한 옛일 같다.
매년 이맘때쯤 같은 마음에 시달린다. 회복이 간절한 것이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눈의 차가움, 간지러운 니트의 포근함, 연말연시의 설렘과 흥겨움은 이제 지겹다고 여기는 간사함이라니. 내게는 살아 있음이 필요하다. 순환 원리의 건재함을 확인하고 싶다. 저 빈 가지가 확인시켜줄 것이다. 연둣빛 새잎을 내밀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큰 눈도 있었다. 잊지 말라는 듯 길은 얼어붙었고, 몇 차례 넘어질 뻔도 했었다. 시간은 일정한 간격으로 나아간다. 내가 서두른다고 서두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는 남은 겨울의 일들을 차근차근 마무리지어야 하는 것이다. 쌓인 눈을 열심히 치워야 하는 것처럼. 자, 이제 무엇을 해야 한다. 서점 앞에 다다라서도 나는 들어서지 않고 그저 궁리 중이다.
불현듯,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 내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남은 겨울을 사랑할 것. 없었던 듯 지울 것이 아니라 여기 지금 이 자리에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사랑할 것. 하얀 입김을 뱉었다. 이 역시 곧 그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