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엔 올여름에도 각양각색의 수국이 활짝 피었다. 관람객들이 만발한 수국을 구경하고 있다(오른쪽 위 사진). 제주=김병진 기자
제주 서귀포 휴애리자연생활공원
3~8월 축제 … 질 때까지 꽃 색깔 계속 변해
꽃말 ‘변덕’ … 토양성분 따라 색 달라지기도
수국의 계절이 왔다. 우리 선조들은 수국을 ‘수구(繡球)’라고 불렀다. 꽃이 마치 자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고 둥글게 핀다는 뜻이다. 수국은 1m 정도 자라고 잎은 톱니 모양이다. 흔히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사실 수국의 꽃받침(헛꽃)으로, 꽃받침이 만든 둥그런 꽃구슬 가운데 진짜 꽃이 숨어 있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여름 볕 아래서 형형색색 핀 수국을 보면 더위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3∼8월 수국축제가 열리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하 휴애리)엔 올여름에도 다채로운 수국이 만개했다. 6만6000㎡(2만평) 규모의 공원엔 사방이 수국이다. 입구에서 시작하는 수국올레길을 따라 걸으면 바람결에 수국이 흔들린다. 수국온실·수국정원·수국오름·수국광장 등 수국 이름이 붙은 곳마다 색이 다른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수국은 꽃이 피면 3개월은 가는데 피는 순간부터 질 때까지 꽃 색깔이 계속 변한다. 처음엔 연둣빛을 띠는 흰색이었다가 점점 푸른색으로, 마지막에는 붉은색·보라색으로 바뀌었다가 시든다. 재밌는 건 토양이 산성이면 푸른 꽃이, 알칼리성이면 붉은 꽃이 핀다는 것이다. 이따금 품종에 따라 산도 영향을 받지 않는 수국도 있다. 이런 성질 때문인지 수국의 꽃말은 ‘변덕’이다.
제주는 고온다습해 수국이 자라기 좋다. 제주 사람들은 수국이 변덕 심한 도깨비를 닮았다고 ‘도체비고장(도깨비꽃)’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푸른색과 붉은색·보라색이 오묘하게 뒤섞인 신비로운 꽃을 보고 있자면 이런 변덕쯤은 반갑기만 하다. 여름이 가기 전 수국꽃밭에서 인생샷을 남겨보는 건 어떤지. 휴애리 외에도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의 카페 ‘마노르블랑’, 서귀포시 상효동 상효원수목원에서 수국축제가 열린다. 휴애리는 연중무휴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3000원이다.
제주=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전국 수국 명소
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선 7월5일까지 수국 전시회 ‘수국극장’을 연다. 잎수국·떡갈잎수국·미국수국·산수국 등 4가지 계열별 수국 약 120종을 한번에 만날 기회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 수국공원은 여름이면 800만송이의 수국꽃으로 뒤덮인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보다 수국을 4배 많이 심어 장관을 이룬다. 섬 드라이브길에 펼쳐진 수국길과 수국벽화가 명물이다.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섬’으로 불리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 쑥섬도 숨겨진 수국 명소다. 쑥섬 7경 중 하나인 수국정원에 가면 아름다운 섬마을과 수국이 어우러진 절경을 볼 수 있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태종대공원 내 태종사에도 수국이 만발했다. 30여종의 수국 500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장마철이 겹치면 수국과 안개가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