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송년회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박희삼이 전화했을 때만 해도 나는
못 간다고 했다.
우리 작은 아들이 만성신우신염 치료차 병원에 입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임 전날, 늑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전 친구들 몇 명이서 수도권 송년회 참석차 기환이 차를 대절해서
올라온다고 했다.
양정숙과 늑대여사가 날 보고싶어(?) 올라온다는데 이를 어쩌나?
늑대는 나보고 아들을 데리고라도 나오란다.
홍영이한테 전화했더니 우리 아들은 자기가 책임지고 봐줄테니 데리고
나오란다. 잠시후 양태영의 전화를 받고는,
"대전 친구들이 올라온다니 내가 나가서 자리를 빛내줘야 되겠다. 내가
나간다고 자리가 빛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야!"
그랬더니 태영이가 삐지면서 하는 말이,
"흥! 내가 전화할 때는 못 나온다고 하더니, 대전 친구들이 올라온다니까
나오겠다고? 은순이 너, 그렇게만 해봐!"
태영아, 가슴팍 넓은 니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 누가 이해해 주겠니?
아무튼 난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들까지 대동하고
나간 걸 보면 나도 대단하긴 대단한(대가리가 단단한) 엄마였다.
이 사실을 우리 구랑이 알면 나는 보따리 싸야 된다.
우리는 성란이가 특별히 준비한 곰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오고가는
술잔 속에 싹트는 우정을 확인했다.
그날따라 기정이가 유난히 (어두운 조명발 아래)이뻐보이길래 내가
기정이한테 더 이뻐졌다고 하니까, 세덕이가 옆에서
"맞어! 요즘 기정이 바람났나벼?"
그 소리에 기정이가 샐쭉하며 세덕이한테 '또라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세덕이가 발끈하며
"뭬야? 시방 나한테 똘아이라고 했냐? 돌아이도 아닌 똘아이라고?"
충격먹은 세덕이한테 기정이도 한마디 했다.
몇 년전에 세덕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자기도 충격받았다며, 그동안
묵은 감정(?)들을 떨어버리려는 듯 티격태격 말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뒤늦게 대전에서 올라온 정숙이, 늑대, 기환이, 근석이, 지삼이, 송희가
합세하니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대전 친구들이 추부중학교를 중심으로 고향 모습을 담아온 비디오를
노래방 기기에 연결하고, 고향 모습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니 노래가락이
더욱 구성지게 들렸다.
예술의 전당(?)에서 (서초구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 아님) 예술행위
(댄스, 노래 등)를 시작할 무렵에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와야만 했다.
마지막 전철을 타고 병실에 들어서니 밤 12시가 되었다.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서 대전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정숙이는 운전까지 하느라 고생했는데 출근은 잘 했는지 걱정된다.
다른 친구들도 다들 잘 겨들어갔는지 궁금하다.
글 올리고 있는 여기는 재언이 사무실이다. 왜 여기에 왔냐면, 우리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 경희의료원인데 병원 앞에 재언이 사무실이 있다.
이 글 올리려고 여기에 왔다.
사무실 전경을 글로 옮기자면 무슨 기기 같은 게 많은데 나는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재언이가 이 부분은 지우라고 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