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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내 인생의 동아줄 내려왔어요” |
천주교 서울대교구 ‘기쁨과 희망은행’ 출소자나 범죄 피해자 자립 지원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
돈을 빌려준다는 면에서는 여느 은행과 다름없는데, 덧붙여 기쁨과 희망까지 얹어주는 은행이 있다. 이름 그대로 ‘기쁨과 희망은행’. 이 은행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사회교정사목위원회(사회사목위)가 출소자들과 피해자 가족의 자립을 지원하려고 운영하는 곳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이 은행은 3년 이내 출소자나 그 피해자 가족의 자립을 위해 설립한 무담보대출은행으로, 대출과 자본금 지원 등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은행의 도움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이들을 만나봤다.
어머니 손맛 반찬가게 운영 서울 강남역 ‘해드림 찬카페’는 서울 신림동에서 운영하는 ‘해드림’ 반찬가게 2호점이다. 문을 연 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꽤 입소문이 나서 인터넷 검색창에 ‘강남역 반찬가게’라고만 쳐도 온갖 관련 정보가 쏟아진다. 이곳을 이용한 손님들이 맛과 정성에 홀딱 반해 너도나도 인터넷 블로그에 사진과 소개 글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드림 찬카페’를 운영하는 김영수(51·가명) 씨는 2년 전 출소해 ‘기쁨과 희망은행’의 도움으로 창업에 성공한 재소자 출신 사업가다. 복역 전 큰 사업체를 운영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는 갑작스러운 부도로 4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우리 사회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더군요. 출소 후 어떻게든 빚을 상환하고 주변 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제 이름으론 통장 하나도 개설할 수 없고, 직장생활을 하려 해도 월급이 고스란히 차압당하니 경제활동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모든 것이 절망이었죠. 그때 ‘기쁨과 희망은행’을 만났습니다. 저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죠.” 어렵사리 창업 기회를 얻은 그는 싱가포르의 유명 한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솜씨 좋은 어머니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어머니의 손맛 하나면 몸에 해로운 인공감미료 등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준비하면서 여러 반찬가게를 수없이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맛이 참 비슷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죄다 반찬공장에서 나오는 음식을 떼다 파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진짜 집에서 어머니가 만든 것 같은 반찬을 내놓으면 해볼 만하겠다 싶었죠. 반찬 가짓수를 줄이더라도 재료 구매부터 포장, 배달까지 모두 직접 하는 것이 ‘해드림 찬카페’만의 차별점입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6시면 시장에 가서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산다. 재료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침 9시부터는 부지런히 반찬 배달에 나선다. 매장 운영 및 반찬 만드는 일은 어머니와 사촌 여동생 몫이다. 가게 한편에는 어머니가 손수 만든 소소한 반찬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을 몇 개 마련해놓아 집 밥이 그리운 이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밤 10시까지 쉼 없이 일하다 보면 집에 돌아갈 무렵에는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된다. 하지만 그 덕에 ‘집까지 배달되는 맛있는 반찬’은 ‘나홀로족’이 특히 많은 신림동과 강남역 일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일가게 성공한 김씨
“제 꿈이요? ‘기쁨과 희망은행’ 후원자가 되는 겁니다. 지금 추세라면 이곳에서 빌린 지원금도 2년 안에 모두 갚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예전에 사업하면서 남은 부채가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그것도 반드시 다 갚을 거예요. 사람들이 저더러 일중독이냐고 물어요.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빚진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가족. 그동안 가족에게 안긴 고통은 제가 죽는 날까지 아무리 애를 써도 다 갚지 못할 거예요. ‘기회는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오는 보너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저에게 주어진 희망을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서울 신월동에서 10㎡(3평) 남짓한 규모의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태균(41) 씨는 5개월 전 같은 자리에 도넛가게를 열었다가 두 달 만에 업종을 바꿨다. “처음 시작할 때는 초콜릿 공장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비슷한 업종으로 창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보니 도넛가게가 잘될 만한 상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접고 ‘기쁨과 희망은행’에 다시 조언을 구했죠.” 과일가게로 업종을 전환하면서도 걱정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골목 건너편에 동네에서 제일 큰 과일가게가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는 그 가게 때문에 인근 과일가게나 채소가게가 반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거나 물러날 수 없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지 어느 누구보다 김씨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고 절박함을 알렸다.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들 때마다 가족과 후원자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잠을 하루 2~3시간으로 줄이면서 발로 뛰고 또 뛰었다. 그 덕에 가게는 오후가 되면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자리를 잡았다. “농장직거래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과일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사람이 워낙 싹싹하고 친절해 동네 분들에게 인심을 크게 얻은 것도 한몫했죠.” 그는 11월 재혼식을 앞두고 있다. 전과자인 그를 믿고 받아준 고마운 아내 덕에 뭘 해도 신이 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아이들도 상처를 털고 일어나 그의 곁에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게 잘못이었나 봐요. 그 때문에 부도가 나면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형을 사는 사이 아이들 엄마마저 도망갔어요. 큰아이와 둘째아이는 그 충격으로 학교까지 자퇴했죠. 하지만 이제 나쁜 기억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저는 재기에 성공했고, 우리 가족 모두 예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 그는 요즘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인근 노인정에 과일을 갖다 드리기도 하고, 시간 날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이것저것 도울 일을 찾는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친다. 자신이 받은 만큼 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쁨과 희망은행’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저와 제 가족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5000원, 1만 원… 어려운 형편에도 저의 재기를 위해 후원금을 보태준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막막하고 절망적인 기분에만 빠져 세상과 단절해버렸다면 다시는 만날 수 없었을 행복. 김씨가 재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는 ‘절실함’이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은 수많은 재소자에게도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기쁨과 희망은행 후원 계좌번호 : 농협 386-01-013881, 우리은행 454-040761-13-002, 국민은행 512637-01-001051 예금주 : (사)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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