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호실
빛바랜 벽지 틈새로 스며드는
기억의 냄새
단단히 걸어 잠근 601호실의 좁은 방 안에는
아직도 그분이 남기고 간 숨결의 온기와
오고 가던 사랑의 뼈들이 고스란히 엉겨 붙어 있다
우리가 함께 벼려내던 눈부신 계절의 형체들
그 다정한 묵시록의 흔적들이
여전히 텅 빈 좌석을 지키며
나를 에워싸고 기다리는 녘
언젠가 기나긴 이별의 벼랑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나는 그 방이 품은 기억의 뼛속을 믿으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다시 만날 것이라는 그 엄숙한 약속의 궤도
그 믿음이 다시 붉은 사랑의 불을 지피고
우리를 기꺼이 마주 보게 하리니
보라,
그 헤어짐의 캄캄한 터널을 지나
우리가 다시 어깨를 포개며 당도할 그 방의 바닥에는
시간의 족쇄를 완전히 부숴버린
눈이 멀도록 찬란한 영원이
거룩한 눈꺼풀을 번쩍 뜨고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호텔을 빼고는 호실이 매겨진 곳은 대체로 두려운 곳이죠.
그렇군요. 당시 병원 입원중 쓴 시 입니다. 제 기억 속에선 힘들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따뜻하기도했던 순간 이었던것 같습니다.